[NGO 발언대]‘주택 관리’라는 사각지대
전세사기는 주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퇴거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정부의 미온적 대응 속에 이슈가 장기화되면서 주택 관리 부실 위험까지 쌓이고 있다. 이는 너무나 예상 가능한 문제였다. 애당초 사기 목적으로 활용한 주택을 전세사기 가해자들이 제대로 관리할 리 없다. 주택은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환경 유지를 위한 관리가 중요한데, 임대인이 자신의 의무를 방치하고 있으니 점차 사람이 살기 힘든 집이 되는 것이다.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임대사업자의 의무를 공공이 세금까지 써가며 대신해준다는 것은 분명 논쟁의 여지가 크다. 다만, 피해자 인정 절차 및 경매가 이어지는 긴 시간 동안 집이 방치된 결과, 단수·단전부터 파손, 승강기, 화재 위험까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부실한 정책으로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이 있다면, 사유재산 여부를 제치고서라도 긴급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세사기 주택 관리 문제가 속수무책인 이유는 기존 민간임대시장 자체가 주택 관리 영역에서 무능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컨대, 부동산 플랫폼에서 싼 월세방을 보고 계약을 위해 찾아가면 터무니없이 높은 관리비를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비싼 관리비가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쓰레기가 쌓이고 건물에 균열이 생겨도 별다른 조치가 없다. 아파트 관리비 문제는 사회적으로 알려지며 그나마 보완책이 마련되었으나, 저층 주거지 주택은 여전히 공백 상태이다. 10년 전 주거권 단체인 ‘민달팽이유니온’의 주도로 서울시와 함께 마련한 ‘원룸 관리비 가이드라인’ 정도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임대인도 엄연히 임대사업을 통해 소득을 얻는 사람이다. 자영업자에게 위생, 보건, 소방 등 다양한 규제와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듯, 집 하나 장만해서 소소하게 월세를 받는 임대인일지라도 관리 행위에 대한 제도적 개입은 필수적이어야 했다. 임대인의 관리 항목 및 의무 행위가 세분화돼 있고 명확한 기준에 근거해 관리비를 책정하는 시스템이었다고 가정해보자. 전세사기 피해주택이 되더라도, 가해자로부터 관리 권한을 신속히 회수해 적절한 관리자를 찾고 세입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을 지불하고 관리 부실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직 7000가구에 불과한 사회주택이지만, 이 모델이 계속해서 주목받는 이유는 임대주택의 운영 및 관리가 전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청년 주거 문제를 논의할 때 관리비 이슈가 단골 소재로 나올 만큼 국민적인 요구와 필요성은 분명하다. 2024년까지도 전근대적인 방식을 고수하며 세입자의 주거 안정까지 위협하는 임대시장의 실패를 바로잡을 때가 되었다. 이제 주먹구구식 운영이 아닌 투명하고 체계적인 임대시장이 구축되도록 국가가 나설 차례다.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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