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선수 때보다 마일리지 더 많이 쌓여”

황민국 기자 2024. 8. 1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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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 선수위원 아름다운 퇴장
유승민 IOC 선수위원이 9일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만나 임기 마지막을 앞두고 수여받은 선수위원 금메달을 보여주고 있다.
파리 올림픽 폐막 함께 임기 종료
문대성 첫발 뒤이어 8년간 활동
출석률 99%…‘우등생’으로 활약
한국 선수위원 없이 퇴임 아쉬워
2년 뒤 동계올림픽 선거 준비해야
올해 아테네 금메달 딴 지 20주년
쌓은 경험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

2024 파리 올림픽이 폐막까지 며칠 남지 않은 10일.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42·대한탁구협회장)은 남자 하키 결승전이 열리는 스타드 이브-뒤-마누아르 스타디움을 향해 걷고 있었다.

“IOC가 선수위원들에게 먼저 희망 종목을 신청받는데, 전 우리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는 종목이 걸렸습니다. 며칠 뒤면 FA 신분이라니 믿기지 않네요.”

■ “제 점수는 출석률로 대체할게요”

IOC 선수위원은 IOC와 현역 선수 사이의 가교 역할로 임기 8년의 선출직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 문대성이 첫발을 내디뎠고, 유 선수위원이 훌륭하게 그 뒤를 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OC 위원으로서 첫 행보는 2016년 9월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 비치게임스였다.

유 선수위원은 “그 시절만 해도 언어 능력은 시원찮고 국제대회 운영에 필요한 지식도 부족했다”며 “그런데 IOC에서 1등석 티켓을 발급해주니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노력했다. 그 노력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유 선수위원의 활약상은 두 가지 지표로 짐작할 수 있다. 하늘길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쌓은 마일리지로 보는 성실성이다. 선수 시절 전 세계를 누빌 때도 달성하지 못한 ‘밀리언 마일러’(100만 마일)가 됐다. IOC가 매년 선수위원 활동을 출석률로 체크하는데, 99%에 가깝다보니 언제나 우등생이었다.

■ 박인비 낙선이 아쉽지만

지난 8일 박인비(36)의 IOC 선수위원 낙선은 안타깝다. 한국을 대표해 IOC 선수위원 후보로 나섰던 박인비는 전체 29명 후보 중 590표를 받아 18위에 그쳤다. 둘째를 임신한 그의 2인3각이 아쉽게도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유 선수위원은 “아마추어 종목이 아닌 프로 종목의 한계라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자신이 당선됐던) 과거처럼 선거 캠페인만 잘하는 것으로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일 뿐”이라고 짚었다.

그는 “아직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님과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 회장님이 건재해 큰 걱정은 없다”면서도 “IOC에서 선수위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걱정이다. 앞으로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가 더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년 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열릴 선수위원 선거를 생각할 때라고 강조했다. 유 선수위원은 “선수위원 선거 경쟁이 해마다 치열해지는 느낌”이라며 “다음 선거를 지금부터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IOC서 쌓은 경험 어디에서 쓸까요?”

유 선수위원의 다음 행보도 관심을 모은다. 대한탁구협회장까지 역임하고 있는 그는 스포츠 행정 전문가로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다. 지난해 정계에서 그를 국회로 보내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본인이 먼저 손사래를 쳤다.

당시를 떠올린 유 선수위원은 “개인에게는 영달의 길이었지만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잘 치러야 하는 입장에선 부담이 컸다. 한국 탁구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책임감이 있었다”며 “올해는 제가 아테네에서 금메달을 따낸 지 20주년이 된다.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지 주변에 조언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파리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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