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통 대신 기획통 검찰총장…'조직 안정·용산 소통' 고려한듯(종합)
'추-윤 갈등' 겪으며 尹 신임 얻어…김주현 민정수석과도 근무연
이원석 현 총장보다 한 기수 위 선배…'조직 연소화' 속도 조절
(서울·과천=연합뉴스) 김다혜 이도흔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심우정 법무부 차관을 지명한 것은 혼란한 검찰 안팎의 상황을 고려해 조직 안정화 역량을 우선적인 가치로 고려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11일 윤석열 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심 차관은 법무·검찰 행정에 정통한 대표적인 검찰 내 '기획통'으로 꼽힌다.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 법무부 형사기획과장·검찰과장, 대검 과학수사기획관,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대검 차장검사 등 검찰을 지휘·감독하거나 법무 정책을 수립하고 대국회 업무를 담당하는 보직을 주로 맡았다.
주로 특수통·공안통 검사가 맡곤 하는 검찰총장으로 기획통을 발탁한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1년 한상대 전 총장 이후 13년 만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른바 '특수통' 검사의 강점이 정치 권력형 비리나 대형 기업 사건에 대한 수사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라면, 기획통은 조직 관리 경험이 많고 넓은 시야로 검찰 안팎과 소통하는 데 능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서 두루 요직을 거친 심 후보자도 검찰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정무 감각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특수통을 중용해 온 윤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심 후보자를 낙점한 데는 이런 기획통의 강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은 조직 안팎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조사를 놓고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공개 충돌한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원석 검찰총장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뒤 이를 사후 보고했고, 이 총장은 이를 비판하며 대검 감찰부에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등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을 추진 중인 것도 검찰 조직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하는 요인이다.
나아가 야권은 검찰청 폐지 등 검찰이 반대하는 '개혁 법안'도 대거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조직을 추스르고 외풍에 공동으로 대처할 구심점 역할을 수행해 내는 것이 심 후보자에게 놓인 첫번째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에는 특수통 검사들을 여러 보직에 중용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현 국민의힘 대표), 이원석 현 검찰총장,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근래에는 김주현 민정수석 등 기획통을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있다. 올해 5월 임명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도 특수 분야와 형사·기획 업무를 두루 맡았다.
정권이 중반기로 들어선 만큼 안정적 조직 관리에 좀 더 방점을 찍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재임 중인 이 총장은 그간 김 여사 조사 방식이나 검찰 인사 시기 등을 놓고 용산과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심 후보자가 총장이 되면 용산 대통령실과의 소통이 한층 원만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심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근무하던 2017년 검사장으로 부임한 윤 대통령과 손발을 맞춘 인연이 있다.
법무부 기조실장이던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자 반발했다가 결재 라인에서 배제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추-윤' 사태를 겪으며 심 후보자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졌다는 분석이다.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의 인연도 깊다.
2005년 김 수석과 대검에서 기획과장-검찰연구관으로 만났고, 2007년엔 법무부 검찰과에서 함께 일했다. 심 후보자가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있던 2014년에는 김 수석이 직속상관인 검찰국장이었다.
심 후보자는 2018년 10월 신설된 초임 검사들이 임관할 때 낭독하는 '검사 선서' 제정에 실무자로 참여한 독특한 이력도 있다.
한 검사장급 인사는 "특수통은 흑과 백이 뚜렷한 사람이라면 기획통은 양쪽을 아우르면서 유연하게 조정하는 이들이 많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무조건 한쪽으로 가는 사람보다는 극단을 잘 아우르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도 "특수통은 기본적으로 반골 기질이 있어 말을 잘 안 듣는다. 윤 대통령이 특수통에 대한 불신이 생겼을 수 있다"며 "조직을 관리하기 위해선 아무래도 기획통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후보자는 이 총장보다 한 기수 높은 사법연수원 26기다. 이 총장 지명 때 기수가 7년이나 내려오면서 '파격 인사'라는 말이 나왔던 만큼 기수를 되돌려 심 후보자를 임명한 것도 조직 연소화의 속도를 늦추고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심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된다. 임명이 확정되면 이 총장의 임기 종료 이튿날인 다음 달 16일부터 총장 직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신임 총장의 임기는 2026년 9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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