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정, 한국新으로 은메달... 하늘에 계신 엄마와 함께 들었다

파리/이영빈 기자 2024. 8. 1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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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 박혜정이 1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아레나 파리 쉬드6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급 경기에 출전해 바벨을 들어올리고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은메달을 딴 소감을 묻자 박혜정은 “한국 가서 어머니에게 메달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 산소 얘기다. 그는 “올림픽이 끝나기 전까지는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아서 어머니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어머니 생각이 났다”면서 “어머니가 꿈에 나와 함께 놀러 갔다. 일어나니 내가 울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박혜정에겐 이번 대회에서 꼭 메달을 따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어머니 남씨는 지난 4월 8년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투병 중에도 박혜정 경기가 있는 날에는 직접 운전을 해 전국을 누비면서 응원해 왔다. 역도계 관계자는 “세상을 떠나시기 일주일 전쯤 만났는데, ‘암을 이겨내야 한다. 우리 혜정이 크는 것을 더 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하루 이틀 사이에 갑자기 안 좋아지시더니 떠나셨다”고 했다. 그리고 박혜정은 11일 기어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나선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나를 지금 꼭 안아주셨을 텐데….”라면서 울먹였다.

박혜정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장미란(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역도에 입문했다. 투포환 선수 출신 어머니 남현희씨 재능을 물려받은 덕인지 빠르게 성장했다. 경기 안산 선부중 3학년 때 합계 255㎏을 들어 올려 장미란이 고2 때 세운 기록(235㎏)을 넘어섰다. 장 차관이 고3 때 합계 260㎏을 들어 올렸는데 박혜정은 고교 입학 후 첫 대회에서 267㎏을 기록했다. 성인 무대에서도 지난해 9월 세계선수권,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장미란(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13년 만에 여자 역도에서 일궈낸 정상이다.

박혜정이 1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6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역도 여자 81kg 이상급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관중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건 IWF 태국 월드컵이 열리기 1주일 전이었다. 파리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대회. 박혜정은 상을 치른 뒤 “어머니에게 올림픽 나가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면서 출국했다. 그리고 2위를 차지하면서 파리행 티켓을 따고 돌아왔다. 당시 대회를 마치고 “어머니가 올림픽 출전을 바라시는 걸 너무 잘 알았다. 그래서 월드컵에 가서 이 꽉 깨물고 제대로 보여주고 왔다. 어머니가 아버지와 언니 꿈에는 나왔다는데, 아직 내 꿈에는 오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성현 안산공고 코치는 박혜정 은사다. 선부중에 있을 때부터 7년을 함께 했다. 집(수원)과 학교(안산공고)가 너무 멀어 애를 먹던 박혜정을 자기 집에서 머물 수 있게 했다. 덕분에 조 코치 가족들과 박혜정은 남다른 사이다. 조 코치는 “혜정이는 그냥 우리 가족이다. 성격이 너무 좋아 우리 가족하고도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이어 “밝은 와중에도 또 속은 깊어서 힘들어도 힘들다고 티를 잘 안 낸다. 외국으로 대회 나가서 장염에 걸린 적이 있었는데 말하기 전에는 몰랐다. 마음이 쓰이는 아픈 손가락이다”라고 덧붙였다.

박혜정이 1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6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역도 여자 81kg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3차 시기 131kg을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조 코치는 박혜정 어머니와도 잘 안다. “언젠가 혜정이 어머니를 만났는데, 딸에게 늘 ‘자랑스러운 딸, 뭐를 해도 자신감을 가져라. 남들이 뭐라고 해도 신경 쓸 것 없다. 딸만 떳떳하면 그걸로 됐다. 올림픽 메달을 따지 못해도 괜찮다. 시간이 지난 건 돌릴 수 없잖니. 앞만 보고 달려라’고 말해왔다 하시더라. 지금 이 순간 어머니도 혜정이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정은 “아버지와 언니가 옆에서 응원해줬고, 많은 분의 지지와 응원이 힘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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