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 기우(杞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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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편을 포함한 TV 방송 및 유튜브에서 먹방이 유난히 인기다.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꼭 한두 방송사의 먹방을 마주하게 된다.
먹방을 마주할 때마다 떠오르는 의학적 관심사는 비만 증가다.
게다가 전국 팔도 및 해외 맛집 음식 소개와 함께 표현력이 풍부한 게스트의 오감 자극 표정과 감탄사가 빗발치는 먹방을 마주하면 식사로 포만한 상태에도 식욕이 절로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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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편을 포함한 TV 방송 및 유튜브에서 먹방이 유난히 인기다.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꼭 한두 방송사의 먹방을 마주하게 된다. 먹방을 마주할 때마다 떠오르는 의학적 관심사는 비만 증가다. 특히 미래의 주인인 청소년 비만율 증가 문제는 의사로서 생각이 깊어진다.
비만 증가의 1차적 원인은 먹거리가 풍성해 언제 어디서든지 쉽게 구할 수 있고 육체 움직임을 대신하는 자동차 등 기계가 상용화되면서 먹는 것보다 육체 활동량이 줄어든 탓이다.
게다가 전국 팔도 및 해외 맛집 음식 소개와 함께 표현력이 풍부한 게스트의 오감 자극 표정과 감탄사가 빗발치는 먹방을 마주하면 식사로 포만한 상태에도 식욕이 절로 되살아난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태어날 때부터 ‘아사(餓死) 예방 프로그램’이 장착돼 평소에도 무의식적으로 음식을 필요 이상 먹게 된다. 먹방은 이 프로그램 활성화를 촉진한다.
비만은 여러 가지 질병을 유발한다. 비만은 승용차에 비유하면 마티즈급으로 태어난 몸이 제네시스급으로 바뀐 상황이다. 마티즈 골격과 내장으로 제네시스를 감당하다 보니 물리·혈류역동학적 및 대사물 처리에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척추·관절·심장·폐·콩팥 등이 고장 나게 된다. 비만의 또 다른 문제는 동반되는 이상지질혈증으로, 혈액이 끈적해지고 혈관벽에 지방이 쌓이면서 혈관이 좁아지고 탄력도 떨어진다.
결국 협심증·심근경색·뇌졸중·뇌출혈·만성콩팥병·망막출혈 등으로 이어진다. 이전에는 간 질환은 간염 바이러스나 알코올이 주원인이었는데 비만 원인이 급증하고 있다. 정상적으로는 과량의 칼로리는 지방 형태로 간세포에 비축됐다가 음식이 부족할 때 다시 쓰인다.
하지만 비만으로 칼로리 과잉 상황이 지속되면서 간세포에 저장된 지방은 간세포를 파괴하는 유해물질로 바뀌게 된다. 결국 지방간, 간염, 간경화로 이어지고 간암까지 생길 수 있다.
비만으로 인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다양한 염증 유발 물질(사이토카인 등)의 지속적 생성이다. 염증 유발 물질은 혈관을 타고 온몸에 침투해 염증을 만성적으로 일으켜 당뇨병·고혈압·통풍·치매·자가면역질환·암을 일으킨다. 특히 암 원인의 35%가 음식이며 15~20%가 비만이다.
현재 먹방 상황에 또 하나 겹치는 것은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을 지적한 맹자의 가르침이다. 인간이라도 측은지심·수오지심·사양지심·시비지심 등 사단(四端)이 없으면 동물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핵심은 인간의 숙고하는 능력이다. 현재 먹방은 식욕을 너무 부추기면서 우리의 생각하는 능력을 점점 떨어뜨리고 있다. 생각 능력이 떨어진 ‘스몸비’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 먹방까지 가세하면서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궁금해진다.
또한 식습관이 중요한 이유는 평생 지속되고 교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습관은 뇌에 각인된 문신과 같아 통상적인 치료인 수술, 방사선 치료, 약물로 해결할 수 없다.
현재 효과적 비만 치료로 위소매절제술·루와이위우회술 등 비만 대사 수술과 약물이 있지만 수술 후 혹은 약물 중단 후 다시 요요 현상이 생길 위험이 의외로 높다. 질병 발생 관점에서 수술이나 약물은 식습관 결과에 대한 처치일 뿐이기에 비만 습관이 재가동되면 언제든지 다시 비만이 된다. 식사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기에 식사할 때마다 집중하기를 권한다.
음식은 건강과 인간다움의 측면에서 양날의 칼이다. 특히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는, 그런데 조율되지 않은 먹방은 판단력이 미성숙한 청소년에게 과식이 건강의 위협이라는 경계심보다 소탐대실의 오감의 즐거움에 빠져들도록 조장한다.
장기적으로 자식 세대의 건강이나 인간다움보다 시청률에만 신경을 집중해야 되는 먹방 제작진 고충을 들었지만, 수십 년 후 자식 세대에 예견되는 여러 상황이 걱정되는 게 필자만의 기우이길 바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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