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때문에 고생한 근대5종 칠레켄스, 3년 뒤 올림픽은 완주
배정훈 기자 2024. 8. 11. 20:33
▲ 아니카 칠레켄스
말이 말을 안 들어서 올림픽 메달 꿈을 접어야 했던 근대5종 선수가 3년 뒤 다시 도전한 올림픽에서 우여곡절 끝에 경기를 완주했습니다.
독일의 아니카 칠레켄스(34)는 11일(한국시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근대5종 여자부 결승에서 합계 1천376점을 받아 15위에 올랐습니다.
칠레켄스는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제대로 '블랙 코미디'를 연출해 전세계 스포츠 팬들에게 씁쓸함을 안겼던 선수입니다.
결혼 전이었던 당시 '아니카 슐로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한 그는 펜싱, 수영을 치른 시점까지 선두를 달렸으나 이어진 승마에서의 좌절로 메달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칠레켄스는 승마에서 만난 말 '세인트 보이'가 장애물 넘기를 거부하는 등 말을 듣지 않아 완주하지 못해 '0점'을 받았습니다.
속이 터질 법한 칠레켄스가 펑펑 울면서 경기를 이어가던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쓰러운 마음이 들게 만드는, 도쿄 대회의 명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2012년 런던 대회부터 올림픽 무대에 오른 베테랑 칠레켄스는 도쿄의 아픔을 뒤로하고 이번 파리 대회에도 도전했습니다.
이번에도 말 때문에 위기를 겪었습니다.
준결승 승마 경기에서 만난 말 '아레초 데 리버랜드'가 한 차례 장애물에 걸린 뒤 멈춰 선 것입니다.
칠레켄스는 완주는 했지만, 승마에서 시간 초과 감점을 받은 탓에 점수가 좋지 못했습니다.
5개 종목을 모두 합한 최종 점수에서 단 '2점'이 부족해 상위 9명에게 주는 결승 출전권을 놓쳤습니다.
그런데 결승 날 아침 칠레켄스에게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준결승에서 A조 5위로 결승에 올랐던 영국 선수 케이트 프렌치가 몸이 안 좋아져 출전을 포기하면서 칠레켄스가 결승행 막차를 타게 된 것입니다.
프렌치는 도쿄 대회에서 우승한 '디펜딩 챔피언'이었습니다.
칠레켄스는 열심히 경기를 치렀습니다.
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레이저런(사격+육상)까지 완주해냈습니다.
칠레켄스가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면, 더는 말 때문에 고생할 일은 없습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근대5종에서 승마 종목이 제외되기 때문입니다.
도쿄 대회의 '말 안 듣는 말' 사건이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칠레켄스가 세인트 보이 때문에 선두에서 30위 밖으로 추락하면서 말을 추첨으로 배정받아 20분 남짓 파악한 뒤 경기에 나서야 하는 현재 경기 방식이 '복불복'이라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여기에 칠레켄스의 코치가 채찍질을 더 강하게 하라고 외치고 주먹으로 말을 때린 점도 드러나면서 말과 제대로 교감할 시간 없이 채찍질해가며 달리게 하는 것이 '동물 학대'라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이후 논의에 착수한 국제근대5종연맹은 몇 개월 만에 올림픽 근대5종 경기에서 승마를 제외하기로 전격 결정, 이번 파리 올림픽까지만 승마 경기를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2028년 LA 대회부터는 다양한 장애물을 통과하는 장애물 레이스가 도입됩니다.
(사진=AP, 연합뉴스)
배정훈 기자 baej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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