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키위 리디아 고' 파리 하늘을 날다!

방민준 2024. 8. 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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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
2024 파리 올림픽 여자골프 종목에 출전해 은메달을 차지한 에스터 헨젤라이트, 금메달을 차지한 리디아 고, 동메달을 따낸 린시위.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리디아 고(27·한국이름 고보경)가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인근 기앙쿠르의 르골프 나쇼날(파72)에서 막을 내린 파리올림픽 여자골프 최종 라운드에서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우승하자 뉴질랜드의 유력일간지 뉴질랜드 헤럴드는 '키위의 위대한 선수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많은 긴장된 순간들을 극복하고 금메달을 획득함으로써 올림픽 메달을 모두 획득한 첫 번째 선수가 되었다'고 보도했다.



 



키위(Kiwi)는 뉴질랜드에만 사는 토종 새로 뉴질랜드의 국조(國鳥)다. 날개는 퇴화한 대신 다리는 발달했다. 뉴질랜드 헤럴드는 3명의 키위가 금메달을 딴 이날을 올림픽 사상 '가장 위대한 뉴질랜드의 날'이라고 표현했다. 뉴질랜드는 이날 리디아 고 외에 해미시 커가 남자 높이뛰기에서 2.36m를 넘어 미국의 셸비 매큐언과 공동 1위로 금메달을 획득했고 리사 캐링턴이 여자 카누 스프린터 K-1500m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날의 금메달 획득으로 뉴질랜드는 금 9개, 은 7개, 동 2개로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인 종합순위 12위로 뛰어올랐다.



 



리디아 고는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박인비에 이어 은메달을,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넬리 코다(미국), 이나미 모네(일본)에 이어 동메달에 땄다. 이 신문은 리디아 고가 모든 색깔의 올림픽 메달을 딴 최초의 골프 선수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며 동시에 LPGA투어 명예의 전당 가입에 필요한 포인트 1점을 채워 27세 4개월의 나이로 최연소 명예의 전당 가입 기록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이 기록은 2016년 박인비가 세운 27세 10개월의 기록을 5개월 앞당긴 것이다.



 



리디아 고는 기자회견에서 "시상식에서 뉴질랜드 국가 'God Defend New Zealnd(신이여 뉴질랜드를 지켜주소서)'가 연주되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금메달을 따고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오르게 된 것에 대해 "올림픽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동화에 나오는 신화 속의 인물이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하면서 "앞으로의 18개 홀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18개 홀이 될 것이란 사실을 알았다"며 "공개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번이 제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나만의 결말을 내고 싶었고 시몬 바일스가 다큐멘터리에서 한 '나는 이번 주까지 나의 운명과 결말을 좌지우지할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시몬 바일스(Simon Biles·27)는 미국의 전설적인 현역 체조선수로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만 단체전, 개인 종합, 도마에서 금메달을, 마루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19세 때 올림픽 4관왕에 오르며 세계 선수권대회에서만 23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은 스포츠 스타다. 톰 크루즈, 가수이자 배우인 아리아나 그란데, 래퍼이자 배우인 스눕 둑, 가수 레이디 가가 등이 바일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일부러 파리로 날아올 정도다.



 



리디아 고는 시상식에서의 눈물은 단지 금메달 획득 때문이 아니라 내 경력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기 때문이었다고 털어놨다.



 



리디아 고는 서울 대방동에서 태어나 5세 때 골프를 배우기 시작, 아버지가 그의 골프 소질을 알아보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결행했다. 뉴질랜드에 가서도 골프장 근처에 집을 구할 정도로 리디아 고의 골프가 생활의 중심이었다. 9세 때부터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 2012년 호주여자골프(ALPG) 투어에서 14세로 최연소 우승하면서 골프 천재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2년 8월 아마추어 신분으로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캐나디언 여자오픈에 출전해 당시 '골프여제' 박인비를 제치고 우승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그것도 15세 4개월의 최연소 우승이었다. 그 전에는 2011년 나비스타 클래식에서 우승한 렉시 톰슨의 16세 7개월이 최연소 우승 기록이었다. 2014년 미 시사주간지 타임에 의해 '2014년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25명'에 뽑히기도 했다. 



 



리디아 고의 금메달 소식을 가장 반긴 사람은 호주 여자골프의 전설 캐리 웹(49)이었다. 호주 대표팀 감독으로 현장에 있던 웹은 "모든 종류의 메달을 딴 것부터 놀랍고 올림픽에서 LPGA 명예의 전당에 가입하게 돼 더 놀랍다"며 "그녀는 그럴 만한 금자탑을 쌓았고 LPGA 역사에 한 부분이 될 자격이 있다"고 축하했다. 



 



캐리 웹은 LPGA투어 선수로 활동하면서도 호주와 뉴질랜드의 주니어골프 육성에 남다른 열정을 보여왔는데 리디아 고도 캐리 웹의 적극적 후원으로 호주 선수들과 연습라운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누렸다. 캐리 웹의 적극적인 후원과 관련 호주와 뉴질랜드의 체육계에선 리디아 고가 뉴질랜드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캐리 웹은 개의치 않았다. 캐리 웹은 LPGA투어 통산 41승(메이저 7승), 프로 통산 56승을 올린 뒤 은퇴해 호주와 뉴질랜드 골프꿈나무 육성에 전념하고 있다.



 



리디아 고가 경제적으로도 성공했고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들과 결혼한 뒤에도 뉴질랜드 국적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 또한 자신을 키워준 뉴질랜드와 호주에 대한 배려심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적을 떠나 리디아 고가 쌓아가는 금자탑은 기분 좋은 일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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