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해양포유류 혼획 방지기술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김지회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관 2024. 8. 11. 20: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지회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관

우리 바다에는 옛날부터 긴수염고래 귀신고래 참고래 등 대형 수염고래가 많았다. 수천 년 전 선사시대에 새겨진 울산의 반구대암각화를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다. 19세기 중반 이후, 미국 프랑스 등 서구 열강의 포경선들은 앞다투어 동해로 몰려왔고, 일본은 동해와 황해에서 무차별적으로 고래를 잡아들였다. 광복 후에는 우리 어선도 고래잡이에 동참했다. 결국, 우리 바다는 물론 전 세계에서 대형고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자 국제포경위원회는 상업적 포경의 일시중지를 선언하고, 그 회원국인 우리나라도 1986년부터 고래잡이를 중단했다.

상업적 포경은 중단됐지만 고래고기는 여전히 합법적으로 팔리고 있다. 이들 고래는 대부분 조업 중에 부수적으로 어획된 소위 혼획 개체로서 의도적 포획과 같은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으면 판매할 수 있다. 다만 혼획 개체라 해도 모든 고래 종류를 다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유일하게 밍크고래만 유통할 수 있다. 나머지 종은 법령에 의해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어 포획이나 판매가 금지돼 있다. 우리나라가 이런 일련의 조치를 취한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국제규범을 준수하고 또 생물다양성 확보를 통해 해양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국제규범이 아닌 어느 한 국가의 법령이 우리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미국의 해양포유류보호법이 바로 그런 경우다. 미국은 1972년 인간활동으로 인한 해양포유류의 심각한 부상이나 폐사를 줄이기 위해 해양포유류보호법을 제정했다. 2017년에는 그 하위규정을 시행해 미국으로 수산물을 수출하는 모든 국가에 대해 자국과 동등한 수준의 해양포유류 보호조치를 요구할 근거를 마련하고 현재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 수출국을 상대로 해역별 및 어업별로 동등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해양포유류 보호에 관한 인식과 역사적 배경이 미국과는 상당히 다른데 이를 단기간에 같은 수준으로 맞춘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 정부는 미국에서 이 법의 하위규정이 마련되기 전부터 해양포유류의 보호생물 지정 등 국내의 관련 제도를 강화했다. 또 혼획이 자주 발생하는 안강망의 상괭이 탈출장치 개발, 이 장치 부착에 관한 고시 제정, 해양포유류 혼획률이 높은 어선의 감척 등 보호정책을 추진해 미국의 동등성 평가에 대비했다. 정부가 이렇게 노력하는 이유는 미국이 한국의 5대 수산물 수출시장의 하나라는 경제적 측면과 해양포유류 보호에 관한 우리의 수준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기회라는 점이 고려됐을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의 동등성 평가 결과는 2026년 1월경 발표될 예정이라 한다. 결과에 따라서는 수산물 대미 수출이 일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다만 동등성 평가는 국가 단위가 아닌 각국의 해역별 각 어업 단위로 진행되므로 혹여 특정 어업의 평가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당해 어업 생산물만 영향을 받을 뿐 대미 수산물 수출 전체가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특정 어업만 피해를 입는다하여 가볍게 보아서도 곤란하겠다. 수출량이 적다 하더라도 그것이 국내에 남으면 결국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또 새로운 수출시장을 찾는 것도 그렇게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동등성 평가에 대한 실질적 대응 절차는 이미 끝났다. 그렇지만 그 동향을 주시하면서 관련 법령이나 정책을 재점검하고, 필요하면 기존 대응방안의 보완, 특히 해양포유류의 혼획을 방지할 수 있는 어업기술은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하겠다. 미국의 동등성 평가가 이번으로 끝날 문제도 아니고, 해양포유류 보호조치 요구 또한 미국만으로 끝날 것도 아닌 듯 싶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5월, 슬로베니아에서 개최된 국제포경위원회 과학위원회에서 국립수산과학원은 안강망 상괭이 탈출장치를 발표해 다른 참가국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는 뉴스는 고무적이다. 해양포유류 보호에 관해서도 우리의 과학적 어업기술이 세계를 선도하는 그 날을 기대한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