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행복은 선착순이 아니잖아요

우동준 ㈜일종의격려 대표 2024. 8. 11. 20: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동준 ㈜일종의격려 대표

한 청년을 만났다. 그는 부산으로 돌아오고 싶어 했다. 창업을 위해 경주로 떠났고 새로운 도시에서 신혼부부가 된 그였다. 두 사람은 부산으로 돌아와 경주와는 또 다른, 익숙한 도시에서 안정된 일상을 그리고 싶어 했다. 그의 대안은 행복주택이었다. 마침, 부산도시공사가 시청 앞 행복주택과 동래 행복주택 등 잔여 세대에 대한 예비 입주자 모집을 진행했다. 신청 자격은 충분했다. 그들은 신혼부부였고, 청년이었고, 소득 구간에도 해당했다.

그는 선착순이라는 문구에 서둘러 출발했다. 늦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아침 일찍 경주에서 부산으로 내려온 그였다. 하지만 이날 부산도시공사를 찾은 시민은 1000여 명이었다. 현장 선착순 접수에서 배제되지 않으려는 많은 시민이 자신의 일상을 뒤로 하고, 새벽부터 부산도시공사를 찾았다. 수많은 시민이 구비서류를 꼼꼼히 챙겨 부산도시공사에 도착했지만, 부산도시공사는 아주 기초적인 접수 시스템조차 준비하지 않았다. 야외로 이어진 대기 줄에 대한 안전 대응도 미흡했고, 번호표도 준비하지 않아 선착순은커녕 기본적인 접수조차 응대하지 못했다.

이 문제의 원인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부산도시공사가 현장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시민의 편의보다 행정의 편의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등기우편 접수도, 온라인 접수도 불가했다. 고령층은 더위를 뚫고 나왔고, 청년은 하루치의 생계노동을 내려놓아야 했다. 행정은 선착순 접수를 통해 선별 과정의 노고와 사후 민원에 대한 부담도 줄이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부산도시공사가 빨간색으로 표기한 ‘선착순 현장 접수’에는 ‘당신이 행복주택 추가 입주에서 탈락한 이유는 당신이 늦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시스템의 문제로 치환하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의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 역시 우리가 누구인가. 글로벌 콘텐츠 ‘오징어 게임’을 만든 국가가 아닌가. 결국 K-행복주택도 손과 발이 빠른 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무한 경쟁의 트로피였다.

그리고 지난 8월 5일,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부산시 전세사기 청년 피해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전세사기 문제가 공론화되며 관련 특별법과 피해 구제 방향이 나왔지만, 부산의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고 외쳤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경매로 해당 주택을 매입하고, 이 경매 차익을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을 구상했다. 정부안의 핵심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일상 복귀가 ‘경매 진행과 낙찰’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부산의 경우 다수의 전세사기 피해가 ‘다세대 공동담보’ 건물로 집중된다. 이 때의 부동산 경매는 공동담보로 묶인 모든 세대의 낙찰이 완료돼야 종료된다. 즉 한 세대라도 경매가 완료되지 않으면, 공동담보로 묶인 전체 청년이 전세사기 특별법의 피해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기자회견장에 모인 청년들이 외쳤다. 전세사기 피해자 중에서도 특히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 바로 부산의 청년이라고. 부동산 호황기, 건물주는 대출금을 끌어오기 위해 각 세대를 묶어 담보물을 만들었고, 지역 행정과 금융권은 부동산 경기로 지역 경제를 끌어 올리려 했다. 하지만 한 차례의 파티가 끝나자 모두를 환대하던 대출 창구는 가장 마지막에 입장한 청년에게만 계산서를 내밀었다. 이 도시에서 행복주택은 선착순, 투자소득은 탈출순이었다.


느슨한 대책 앞에 전세사기 피해자는 갈라치기 당한다. 나를 배제하지 말라는 요청이 누군가에게는 발목잡기로 해석된다. 시민이 시민과 경쟁하는 순간, 권력은 문제 해결을 회피한다. 몇 가지 단서 조항으로 누군가는 구제받고, 누군가는 구제받지 못한다면 탈락의 원인을 개인에게 넘겨온 우리 공동체의 냉정한 생존 법칙을 반복할 뿐이다. 머지않아 부산의 피해자에게 외치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그러게, 왜 다세대 공동담보가 많은 부산을 선택했느냐고. 부산을 선택한 것은 바로 네가 아니냐고. 우리가 사는 도시가 이런 곳인가. 이렇게 인구를 잃어도 정말 괜찮은 도시인가.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의 다수는 30대, 그리고 1인 가구다. 광역 단위 최초로 소멸위험지역에 진입한 도시가 청년 전세사기 구제 대책의 빈틈을 이렇게 바라만 보아도 괜찮은지 묻고 싶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