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 본토 20km까지 침투해 에너지시설 점령”…허 찔린 푸틴
그동안 영토의 18%가량을 러시아군에 점령당한 채 열세에 몰렸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 대한 기습 공격을 감행하며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을 계기로 이번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우크라이나가 최근 국내외에서 거론되는 ‘휴전 협상’에 대비해 협상력을 높이려고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을 진행했다는 분석도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9일 연설을 통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이 최전선 상황, 그리고 침략자의 영토로 전쟁을 밀어내기 위한 우리 행동을 보고했다”며 러시아 본토 공격을 공식 인정했다.
● “러의 ‘협박 카드’ 가스시설 장악”
1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접경 지역(러시아 기준 서쪽)인 쿠르스크주 내 20km 안쪽에서 우크라이나군 수천 명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 내륙에서 10~20km 떨어진 말라야 로크냐, 올곱카, 이바시콥스코예 주변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방어에 다급해진 러시아는 쿠르스크주, 벨고로드주, 브랸스크주 등 국경 지대 3곳에 전날부터 대테러 작전 체제를 도입하고 7만6000명 이상을 대피시켰다고 10일 발표했다. 러시아는 전날에도 우크라이나군이 리페츠크주의 공군 기지에 무인기(드론) 공습을 감행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언론은 10일 자국 병사들이 벨고로드주 포로즈 마을에서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으나 촬영 시점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뒤 러시아 영토에 가한 최대 공격이라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군은 6일 러시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군사 분석가들의 계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 안으로 20km 이상 진격하며 러시아가 약 350㎢(서울 면적의 약 58%)를 상실했다고 추산했다. 미 CNN방송은 러시아가 최소 250㎢(서울 면적의 약 41%)에서 통제권을 잃었다고 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이 이 지역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우크라이나는 핵심 에너지 시설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영상을 통해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가스프롬의 시설과 인근 수자 마을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편을 들면 가스 공급을 끊겠다”며 서방을 향한 압박 수단으로 천연가스 공급을 활용했다. 전투 지역에서 50km 떨어진 원전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쿠르스크 원전에서 8일 요격된 미사일 일부로 추정되는 파편과 잔해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대니얼 프라이드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CNN에 “이번 공격이 조지 워싱턴 전 미 대통령이 1776년 델라웨어강을 건너려 감행해 군 사기를 북돋운 대담한 작전을 연상시킨다”며 “우크라이나 지원이 무의미하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깨뜨렸다”고 해석했다.
● 휴전 협상력 높이려는 조치일 듯
우크라이나가 최근 꾸준히 필요성이 거론된 휴전 협상에서 유리한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러시아 본토 공격을 추진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자국에서 완전히 철수하기 전에는 휴전 협상은 없다고 버텼다. 하지만 러시아군과의 전투에서 최근 열세를 보이고, 국민들의 전쟁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 젤렌스키 대통령으로부터 나왔다.
미국 독일 등 서방의 무기 지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FT는 “군사 분석가가 확인한 영상에 서방의 수십억 달러의 군사 지원 패키지에 포함된 미국의 스트라이커와 독일의 마르더 등 전투차량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11일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으로 키이우 등 주요 도시에서 두 명이 숨지고 세 명이 다쳤다. 당국은 러시아군이 발사한 미사일에는 북한산 미사일 4기도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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