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96> 도는 마음에서 얻는 것이라고 읊은 조선 후기 현일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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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는 본래 마음에서 얻는 것인데(道本從心得·도본종심득)/ 어찌 밖에서 구하려 애쓰나.
그 스님 앞에서야 한 말은 아니고 가시고 나서 자기 소회를 시로 푼 것이리라.
다리 아프게 천지를 다니지 않더라도 집 주변에 소 먹일 풀은 지천에 널려있다고 말이다.
그런 경우 아무리 점잖은 분이라도 본인도 모르게 화가 나 혼잣말로라도 한 소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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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道本從心得·도본종심득
도는 본래 마음에서 얻는 것인데(道本從心得·도본종심득)/ 어찌 밖에서 구하려 애쓰나.(何勞向外求·하로향외구)/ 평평한 밭 풀 우거진 언덕에도(平田芳草岸·평전방초안)/ 곳마다 소 찾기가 좋을 거라네.(隨處好尋牛·수처호심우)
위 시는 조선 후기 승려인 한계 현일(寒溪 玄一·1630~1716)이 쓴 ‘산을 유람하는 스님에게 주다(贈遊山僧·증유산승)’로, 그의 문집인 ‘한계집(寒溪集)’에 수록돼 있다.
아마 산수 유람 다니는 스님 한 분이 현일 스님을 찾은 모양이다. 그 스님 이야기를 듣고 현일 스님이 도(道)에 대해 쓴 시다. 그 스님 앞에서야 한 말은 아니고 가시고 나서 자기 소회를 시로 푼 것이리라. 산수 유람을 구도(求道) 방편이라는 그 말이야 좋다. 하지만 깨달음이란 마음에 있는 것이지, 산이 주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다리 아프게 천지를 다니지 않더라도 집 주변에 소 먹일 풀은 지천에 널려있다고 말이다. 즉 소를 찾을 생각(尋牛·심우)으로, 온 산을 찾아다니지 말고 근처 풀밭에 가면 찾을 수 있다. 심우, 소를 찾는다는 건 구도(求道)를 의미한다.
도가 멀리 있지 않고 일상사, 즉 내 주변에 있음을 말한다. 세속인에겐 평범하게 사는 게 소위 ‘도(道)’라고 한다. 대개 사람은 평범하게 살아가려고 애쓴다. 그게 결코 쉽지 않다.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에 맞닥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든다면 점잖은 분이 운전하고 가는데 갑자기 차가 끼어들어 접촉 사고가 날뻔했다고 치자. 그런 경우 아무리 점잖은 분이라도 본인도 모르게 화가 나 혼잣말로라도 한 소리를 한다.
어제 필자의 고향 일가 아홉 분이 목압서사에 1박 2일로 놀러 오시어 화개장터·쌍계사·정금차밭 정자·형제봉·최참판댁으로 함께 다녔다. 모두 5대조(祖), 더 멀게는 6대조 할아버지의 후손들로 고향 마을 쪽에 살고 계신다. 73세 회장님은 농사를 지으시고, 포클레인과 석물(石物) 작업을 하는 사람, 교사로 퇴직한 사람, 화재보험 일을 하는 사람, 토목공사 일을 하는 사람 등 각자 열심히 사신다. 모두 순한 분들로 큰 욕심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신다. 그리하여 일가를 만나면 기분이 좋다. 다음 달 1일 문중 묘소 벌초를 위해 또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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