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메달리스트 인기 올라탄 지자체 '약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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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 풍년'을 거둔 한국 대표팀의 활약에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태극 전사가 몸담거나 연고가 있는 지자체들이 메달리스트를 내세워 지역 홍보와 스포츠 인프라 확충에 뛰어들어서다.
11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전북 임실군은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은메달을 딴 김예지(31) 선수를 '임실치즈N축제'와 '2025년 임실 방문의 해' 등의 홍보 모델로 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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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홍보·인프라 확충 기회 삼아
사격장 개·보수, 체육관 건립 검토
'준비 없이 공약 남발' 비판도
전문가 "장기적 안목 갖고 사업 추진을"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 풍년'을 거둔 한국 대표팀의 활약에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태극 전사가 몸담거나 연고가 있는 지자체들이 메달리스트를 내세워 지역 홍보와 스포츠 인프라 확충에 뛰어들어서다. 과거에도 올림픽 스타 이름을 딴 기념관·거리 사업 등을 추진하다가 백지화한 사례가 적지 않아, 지자체의 편승과 섣부른 계획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전북 임실군은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은메달을 딴 김예지(31) 선수를 '임실치즈N축제'와 '2025년 임실 방문의 해' 등의 홍보 모델로 쓸 계획이다. 임실군청 소속인 김 선수는 테슬라 최고 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액션 영화에 캐스팅돼야 한다"고 극찬하면서 세계적인 '김예지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게 임실군 구상이다. 임실군 관계자는 "김예지 선수 덕분에 임실을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며 "김 선수가 연습해온 전북종합사격장을 대대적으로 보수하고, 선수 숙소도 새 아파트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처럼 올림픽 특수를 이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전광역시는 펜싱 남자 사브르 금메달리스트 오상욱(27) 선수의 이름을 딴 펜싱 전용 경기장 설립을 발표했고, 28년 만에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22·삼성생명) 선수 고향인 전남 나주시는 현재 추진 중인 제2의 스포츠타운 내에 안 선수의 이름을 딴 '안세영 실내 체육관' 건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구체육고 2학년 반효진(16) 선수의 사격 여자 공기소총 10m 우승 소식을 전하며 "대구국제사격장 시설을 보완하고 세계 사격대회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지자체들이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반짝 인기'에 취한 나머지 예산 등 치밀한 준비 없이 공약부터 남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경기도 군포시는 2006년 당시 군포 수리고 1학년이던 김연아(34) 선수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에서 우승하자 '김연아 빙상장', '김연아 거리' 조성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후 예산 부족과 사업 타당성 결여 등을 이유로 무산됐다. 경기 고양시도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등 한국 여자 역도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운 당시 고양시청 소속 장미란(41)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장미란 선수 기념품 전시관', '장미란 동상' 건립을 추진했으나, 흐지부지됐다.
또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선수들이 혹사당하기도 한다. 사격 김예지 선수는 지난 9일 임실군 전북종합사격장에서 열린 기자회견 시작 10분 만에 실신했다. 올림픽에 혼신의 노력을 다한 뒤 휴식이 필요할 때 지자체 행사에 동원되며 벌어진 일이다.
스포츠계 안팎에선 지자체들이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후광 효과에 편승하기보다 비인기 종목의 체계적인 지원과 육성을 위해 장기적 안목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은천 전북연구원 문화·스포츠산업팀 연구위원은 "엘리트 선수의 올림픽 메달 획득은 자국민의 자긍심을 높일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선순환 구조를 통해 잠재적 선수를 계속 배출하는 '낙수 효과'가 발생하지 않으면 올림픽 효과는 지속되기 어렵다"며 "기반 시설과 지도자 처우 개선, 학교 운동부·실업팀 창단, 스포츠 클럽 활성화 등 체계적인 준비 없이 무작정 사업을 추진하다간 외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실= 김혜지 기자 fo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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