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승민, 근대 5종서 값진 銅... 아시아 여자 선수로 첫 메달
한국 여자 근대 5종의 희망 성승민(21·한국체대)이 올림픽 여자부에서 값진 동메달을 따내며 아시아 최초로 시상대에 올랐다.
근대 5종은 펜싱(에페)과 수영(자유형 200m), 승마(장애물) 성적에 따라 육상·사격 복합 경기인 ‘레이저런(3000m 달리기+10m 레이저건)’을 차등 출발해 순위를 가리는 스포츠. 근대 올림픽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이 ‘최고의 전사(戰士)를 가린다’는 취지로 고안했다. 산 넘고 물 건너 말도 타면서(육상·수영·승마), 적들을 물리친다(펜싱·사격)는 의미다.
그 동안 ‘서양 선수 전유물’이란 인식이 강했던 근대5종은 실제 올림픽에서도 유럽 선수들의 독무대였는데 전웅태가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파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3년 후 파리에서 성승민이 아시아 여자 선수로 첫 메달을 수확했다.
세계랭킹 1위 성승민은 11일(현지 시각)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마련된 근대5종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결승전에 나섰다. 펜싱 랭킹 라운드 6위로 승마에 나선 성승민은 감점 없이 300점 만점을 받아 3위로 순위를 끌어 올렸다. 1위 프랑스 엘로디 클루벨(553점)과는 28점 차이가 났다. 성승민은 펜싱 보너스 라운드 첫 판에 엘레나 미첼리(이탈리아)에 패하며 추가 점수를 획득하지 못했다. 이어 열린 수영에선 2분11초47로 288점을 쌓아 813점을 획득, 단독 3위로 올라섰다.
마지막 순위를 가리는 레이저런. 600m 경기장인 5바퀴 돌면서 중간에 4차례 표적 5개를 레이저건 사격으로 명중시켜야 한다. 표적 5개를 다 맞혀야 다시 달릴 수 있기 때문에 얼마나 빠르게 명중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성승민은 중간 점수 1위 클루벨이 출발하고 나서 31초 후, 2위 미셀 굴야스(헝가리)가 출발하고 18초 뒤에 세 번째로 스타트를 끊었다. 그는 첫 번째 사격에서 17초61로 부진했으나 선두 클루벨이 2위로 처지면서 바짝 추격했다. 굴야스가 선두로 치고 나갔다. 성승민이 두 번째 사격에서 8초42로 잘 쏘며 클루벨을 제치고 2위로 치고 올라갔지만, 달리기에서 뒤지며 다시 3위로 내려갔다.
성승민은 3번째 사격에서 19초29가 걸리며 3위를 유지했다. 운명의 4번째 사격. 18초93으로 마무리한 성승민은 페이스를 잘 유지하며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귀중한 메달을 목에 걸었다.
성승민은 전웅태처럼 수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대구체중 시절 수영 뿐만 아니라 지상 훈련을 잘 소화하는 모습을 보고 교사 권유로 근대5종으로 전향했다. 성승민은 “다양한 종목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호기심으로 다가왔다”며 “엎치락뒤치락하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는 것도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성승민은 대구체고에 재학 중이던 2021년 처음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대한근대5종연맹이 파리 올림픽을 내다보고 수영과 레이저런 성적이 뛰어난 고교생 유망주를 대표 명단에 포함하며 태극 마크를 달게 됐다.
도쿄 올림픽에서 3~4위를 차지한 전웅태와 정진화가 버티고 있던 남자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적이 저조했던 한국 여자 근대5종은 성승민의 등장으로 새 바람이 불었다. 승마를 뺀 4종목을 치르는 고교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난 성승민은 성인 레벨에선 승마 종목에 의문 부호가 붙었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고 훈련에 매달린 결과 승마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말과 친해지기 위해 당근도 직접 주면서 교감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동메달 멤버로 뛴 성승민이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한 것은 올해다. 월드컵 2·3차 대회에서 개인전 은메달을 연속해서 따낸 그는 지난 6월 중국 정저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개인전 정상에 오르며 파리 올림픽 전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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