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딸깍발이 법관 쾌유 빕니다” 법원행정처장도 서울서 달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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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의 사표이자 청렴의 상징적 존재인 조무제(83) 전 대법관이 병마와 싸우면서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석좌교수에서 조용히 퇴임했다는 소식이 국제신문의 단독 보도(국제신문 지난 5일 자 10면 보도)로 뒤늦게 회자되면서 법원행정처장이 부산으로 내려와 직접 조 전 대법관을 예방했다.
'딸깍발이 법관'이라는 별명을 얻은 조 전 대법관은 2004년 퇴임 이후에도 로펌이 아닌 동아대 로스쿨 석좌교수를 맡아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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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무제 전 대법관 투병 소식에
- 대법원장 지시로 천대엽 처장 와
- “지역의 훌륭한 자산이자 본보기”
- 동행한 김문관 판사·송시섭 교수
- 여전한 배려·올곧은 성정에 감동
법관의 사표이자 청렴의 상징적 존재인 조무제(83) 전 대법관이 병마와 싸우면서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석좌교수에서 조용히 퇴임했다는 소식이 국제신문의 단독 보도(국제신문 지난 5일 자 10면 보도)로 뒤늦게 회자되면서 법원행정처장이 부산으로 내려와 직접 조 전 대법관을 예방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대법원은 조 전 대법관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날 예방에 국제신문 취재진을 초청했다.
법원 사무를 총괄하는 천대엽(사법연수원 21기)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9일 부산 서구 동아대 대신병원에서 요양 중인 조 전 대법관의 병문안을 왔다. 이 자리에는 조 전 대법관이 부산법원 근무 때 만든 부산 법관들의 연구 모임 ‘부산판례연구회’를 이끄는 김문관(연수원 23기)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와 동아대 로스쿨 송시섭(연수원 28기) 교수 등이 배석했다. 모처럼 모습을 드러낸 조 전 대법관은 갈색 모자를 쓴 채 후배 법조인들을 반갑게 맞았다.
“대법관님 이 사진 기억나세요? 퇴임 앞둔 2003년 송년 만찬 모임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여기 사모님이랑 결혼식 사진도 있네요.” 김 수석부장이 법원도서관이 펴낸 ‘법관의길 조무제’ 책자를 펼치면서 이같이 말하자 조 전 대법관은 수줍은 듯 활짝 웃음을 보였다. 조 전 대법관은 “법원에서 책도 보내주고 챙겨준 덕에 잘 지내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퇴임 이후로 청력이 조금 약해지긴 했다”면서도 “마음이 맞지 않은 분과는 대화가 힘들지만, 마음이 맞는 분들과 만나면 얼마든지 대화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동석한 의료진은 “대법관께서는 법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여전히 청산유수로 말씀 하신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천 행정처장은 “2004년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할 당시 대법관으로 직접 모신 적이 있다. 조 전 대법관님은 ‘사도법관 김홍섭’에 버금가는 위인이다. 얼른 찾아봬라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지시를 받고 서둘러 방문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책을 가까이 하신다는 것 자체가 후배 법관들에게 모범이 될 만하다”며 “이렇게 정정하신걸 확인했으니 마음놓고 서울로 돌아갈 수 있겠다”고 말했다.
조 전 대법관은 1993년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6400만 원을 신고해 고위 법관 중 꼴찌를 차지해 화제가 됐다. ‘딸깍발이 법관’이라는 별명을 얻은 조 전 대법관은 2004년 퇴임 이후에도 로펌이 아닌 동아대 로스쿨 석좌교수를 맡아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조 전 대법관은 2022년 건강 악화로 교수직에서도 물러났다. 천 행정처장은 이번 방문은 국제신문의 <‘병마와 싸우는 딸깍발이 법관’… 지역 법조계 ‘조무제 정신’ 회자> 보도가 나온 뒤 곧바로 추진됐다. 천 행정처장은 부산 성도고 출신으로, 오랫동안 부산법원에서 재판을 맡았다.
조 전 대법관은 응접실에 준비된 다과를 후배들에게 일일이 건넸다. 환담 시작 전 주빈석에 자신의 자리가 마련된 사실을 알고서는 후배들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환담 이후 천 행정처장 일행이 병원을 나설 때까지 직접 배웅하면서 한참을 손을 흔들어 인사하기도 했다. 배우자 김연미 여사는 “재임 시절 습관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병원에서 남이 주는 김 한봉지도 허투루 받지 않으신다”고 말했다. 천 행정처장은 국제신문 취재진에게 “지역이 사라지고 모든 자원이 서울로 집중되는 세상에서 조 전 대법관 같은 어른은 지역의 훌륭한 자산이자 본보기”라며 “이런 분이 건재하신다는 것 자체가 국민에게 많은 의지가 될 것 같다. 조 전 대법관의 쾌차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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