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 올렸는데 주가는 뜨뜻미지근, 네이버 '옥에 티' [IT+]
한국 대표 빅테크 네이버
2분기 매출‧이익 사상 최대
클라우드‧커머스 두자릿수 성장
콘텐츠 역성장 실적은 아쉬워
엔저 등 외부 변수 극복 못 해
네이버가 올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면에서 모두 가장 좋았다. 네이버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이하 같은 기준) 8.4% 늘어난 2조6105억원, 영업이익은 26.8% 늘어난 472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2023년 1분기 이후 6분기 연속으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네이버가 최대 실적을 경신할 수 있었던 건 주요 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가장 돋보이는 성장률을 기록한 건 클라우드다. 매출 크기(1246억원)는 주요 사업부문 중 가장 작지만, 무려 19.2%나 늘었다. 뉴로클라우드, 인텔과의 협력 등 인공지능(AI)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한데다, 업무용 협업도구 라인웍스(Line works)의 유료 ID 수가 늘면서 고성장을 달성했다.
커머스 부문의 약진도 눈에 띈다. 커머스는 2분기 매출액 7190억원을 기록하며 13.6% 성장했다. '빠르고 정확한 배송'을 내세우며 운영 중인 도착보장 서비스의 사용률이 상승하고, 셀러에 다양한 기술을 제공하는 '브랜드솔루션'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난 게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밖에도 핀테크와 서치플랫폼 매출이 각각 8.5%, 7.5% 증가했다. 업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호실적을 거뒀다.
다만 이런 주요 성적표에도 '옥에 티'는 있었다. 콘텐츠 사업부문의 매출이 0.1% 감소한 4200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주요 사업부문이 모두 플러스 성장을 달성한 가운데 홀로 역성장했다. 콘텐츠 사업부문은 직전 분기 매출과 견줘서도 5.9% 감소했다.
네이버 측은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의 지분을 일부 매각하면서 실적에서 빠진 탓도 있고, 엔화 가치가 급락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부문이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올린 건 외부에서 발생한 불가항력적인 변수 때문이란 건데,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나머지 사업부는 다양한 악재와 업황 부진을 뚫고 호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가령, 커머스의 경우,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직구 플랫폼의 진격에도 두자릿수 성장에 성공했다. 서치플랫폼 역시 네이버의 포털 시장 지배력이 약화하는 상황에서 매출 규모를 7.5%나 늘렸다. 변수와 악재를 고려하면 실적이 주춤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혹자는 "콘텐츠 사업부문 하나 부진한 것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 없다"고 반박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네이버 실적을 향한 투자자의 기대치는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9일 네이버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0.61% 오르는 데 그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시장은 지금보다 더 큰 규모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대하고 있다는 건데, 이런 흐름대로라면 콘텐츠 사업부의 성장률은 중요한 변수다.
IT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콘텐츠 사업부를 이끄는 웹툰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는 듯하다"면서 "지속 성장을 위해선 여러 사업부의 폭발적인 상승세가 맞물려야 한다는 점에선 우려스러운 부분"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언제쯤 투자자의 기대치에 걸맞는 실적을 올릴 수 있을까. 2분기 신통치 않은 실적을 기록한 콘텐츠 사업부문이 열쇠를 쥐고 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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