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간'이라며 일당 3만 원… "교육생도 노동자"
콜센터 당사자 증언대회 "콜센터 교육생도 노동자, 최저임금 지급돼야"
"대규모 근로감독 통해 '교육생 제도'통한 임금착취 관행 뿌리뽑아야"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사들이 '교육 기간'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않는 저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콜센터 교육생의 노동자성이 인정된 고용노동청의 판단이 나온 가운데, 콜센터 노동자들은 '교육생'이라는 명분으로 콜센터 업체가 근로기준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와 스타벅스, 대한항공, 마켓컬리 등 기업 콜센터에서 근무한 전·현직 상담사들은 지난 8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콜센터 노동자와 교육생의 증언대회('할말 잇 수다' 기획단·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및 든든한콜센터지부 주최)에 참석해 콜센터 교육생을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과정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도 안 되는 일당 3만 원 지급
이들은 콜센터 교육생들이 실제 고객 응대 업무에 투입되고 있음에도 '교육 과정'이라는 이유로 교육 기간 동안 하루 약 3만 원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체들이 업무에 관한 교육을 가르치면서 직원들을 '교육생'이라고 주장하고,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업체들이 '입사 후 의무재직기간'을 설정해 입사 후 일정 기간을 반드시 근무해야 교육비를 지급하고 있다고도 증언했다. 콜센터 상담사들은 대부분 원청으로부터 콜센터 업무를 위탁받은 콜센터 아웃소싱업체와 계약해 일하고 있다.
마켓컬리 콜센터 상담사로 일했던 김진원씨는 관련해 대구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노동자성을 부정당했다. 김씨는 “교육기간 동안 하루 4만 원의 교육비는 최저임금으로 계산 시 5000원도 되지 않았다”며 “대구지방노동청 근로감독관은 교육비 문제는 행정해석이 있다며 임금체불 문제가 아니니 민사소송을 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대한항공 콜센터 상담사로 일한 김모씨 또한 “입사 후 12일 근무라는 의무재직기간이 있어 일정 기간을 반드시 근무해야만 교육비를 받을 수 있다”며 “퇴사 의사를 밝히자 회사는 교육비를 포기하겠다는 각서에 서명을 강제했고, 그 후에야 사직서를 쓸 수 있었다”고도 증언했다.
정부 부처 소속 콜센터 상담사도 “교육비 일당 3만 원”
민간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소속 '1357 중소기업통합콜센터'에서 일하고있는 김민선씨(공공운수노조 1357중소기업통합콜센터지회장)는 “3년 미만 상담사를 대상으로 확인해 본 결과 1357은 일 3만 원으로 교육비를 지급받았다”며 “교육기간을 근로기간으로 인정하고 더 체계적이고 상세한 교육을 해야 하는데, 고작 3만 원의 교육비를 주는 것도 아까워 교육기간을 단기로 잡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반면 사업주에게 지급되는 (정부의) 훈련지원금은 하루 5만 원이 넘는다”며 “콜센터 상담사들이 의무재직기간만 채우면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상시적 인력난에 시달리고 업무 숙련도 역시 낮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노동자성연구분과장 하은성 노무사는 의무재직기간 규정 관련해 “강제 근로이고 강행 규정이기 때문에 '노예 계약'”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담사들이 버티지 못하는 이유는 노동 환경이 너무 처참하기 때문”이라며 “그만둔 것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절대 돌려선 안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최근 채용공고를 통해 틱톡 데이터라벨링 노동자도 교육기간을 두고 있다며, 노동자가 아닌 것으로 위장된 '교육생' 문제가 전 사업과 업종에 퍼질 위험성을 경고했다.
“대규모 근로감독 통해 '교육생 제도' 통한 임금착취 관행 뿌리뽑아야”
지난달 11일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에서 24년 만에 콜센터 교육생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첫 판단이 나왔다. 당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은 콜센터 업체 콜포유에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 위반을 시정하라고 지시했다. 진정을 제기한 허아무개씨는 10일간 교육을 받았는데 최저임금에 미치지 않는 일당 3만 원을 지급받았다. 해당 업체는 허 씨를 사업소득세를 내는 개인사업자로 위장시켜 일당에서 사업소득세 3.3%를 떼기도 했다.
부천지청은 '근로자' 신분인 허씨에게 통산시급 기준인 시간당 1만339원을 지급했어야 함에도 3만 원을 준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봤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2000년 '교육의 성격이 채용을 전제하지 않은 업무 적격성 평가일 경우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행정해석을 내놨는데, 콜센터 업계는 이 해석을 토대로 교육생을 정식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급해왔다.
이날 직접 증언에 나선 허씨는 “콜센터 교육생 교육비는 최소한 최저임금은 지급돼야 맞다”며 “교육생이 받는 교육은 회사의 필요에 의해 업무 수행을 위해 행해지는 직무교육으로서, 근로에 준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고용노동부와 원청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허씨는 “고용노동부도 각종 노동관계법령을 위반하는 기업에 훈련지원금을 주고 있다”며 “외주화를 통해 용역업체들에게 콜센터 운영을 맡긴 원청 대기업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소위 '욕받이'의 외주화로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교육비를 용역비에서 배제해 하청업체의 상담사들은 업무 내용을 숙지하기도 전에 열악한 근무 환경을 견디지 못해 퇴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허씨 사건을 담당한 하은성 노무사는 “일정한 기간을 거쳐 교육을 받고 본채용(정식입사) 여부가 결정되는 '교육생'은 시용근로자로서 모든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다”며 “부천지청의 판단은 잘못된 행정해석을 적용하는 기존 관행을 바로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결국 대규모 행정해석 오남용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행정해석을 재정립하고, 콜센터뿐만 아니라 업종과 산업을 가리지 않고 대규모 근로감독을 통해 '교육생 제도'를 통한 임금착취 관행을 뿌리째 뽑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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