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모여 나와 우리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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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종헌의 두 번째 동시집 <한여름 눈사람> 은 기억 속에서 나와 우리를 찾는 섬세한 감각을 보여준다. 한여름>
'동시'가 아기의 귀여운 옹알이를 흉내 내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대단히 큰 오해다.
김종헌의 동시집 <한여름 눈사람> 은 기억을 통해 동시의 지평을 넓혀간다. 한여름>
한여름에도 눈사람이 있는 것은 기억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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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종헌의 두 번째 동시집 <한여름 눈사람>은 기억 속에서 나와 우리를 찾는 섬세한 감각을 보여준다.
가던 길 멈추고
뒤돌아보며 허리 펴는
할머니 입가에
피어나는 웃음
(「단풍」 전문)
‘동시’가 아기의 귀여운 옹알이를 흉내 내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대단히 큰 오해다. 단순하지만 큰 의미망을 지녀야 하기 때문이다. ‘아기’나 ‘어린이’라는 한계를 지니지도 않는다.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면서부터 ‘늙어간다’는 단 하나의 속성만을 지니고 있다. 아기는 성장하고 할머니는 늙어간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짙은 색안경일 뿐이다. 모두는 공평히 늙어간다. 삶의 그래프는 성장과 완성 이후에 하강하는 곡선으로 표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던 길 멈추고 뒤돌아보는 순간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단풍이다. 멈추고 뒤돌아보면, 기억이 바로 나임을 깨닫게 된다.
다녀왔습니다 소리치며
뛰어올 것만 같아
아직도 비밀번호
그대로 둔 철이 엄마
개나리꽃이
그날처럼 피었어요
(「그해 4월 이후」 전문)
김종헌의 동시집 <한여름 눈사람>은 기억을 통해 동시의 지평을 넓혀간다. 한여름에도 눈사람이 있는 것은 기억 때문이다. “가장 오래 사는 사람은 누구인가. 죽은 이후에도 사람들이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사람이 가장 오래 사는 사람이다(死而不亡者壽).”라는 노자(老子)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기억은 매우 중요하다.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은 가족이 된다. 동무가 된다. 단순히 밥을 나누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래서 민족이 되고 그래서 공동체가 되기 때문이다. 김종헌 시인은 계간 《아동문학평론》을 통해 동시(2000년)와 평론(2004)으로 등단한 이후 이재철아동문학평론상, 한국아동문학상을 받았다. 현재 동시전문지 계간 《동시발전소》 주간을 맡고 있으며 대구교육대학교 연구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동시가 단순성을 갖추면서도 어린이의 시선에만, 어린이의 공간에만 머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동시집을 출간했다고 말하는 시인이 독자들에게 묻는다. 당신을 이루고 있는 기억은 무엇이냐고.
[이도환 기자(dopart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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