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노래로…오늘도 삐딱하게 세상을 읊는다
- 첫 앨범 ‘니 어데고’ 디지털 발매
- 인문정신 담은 자작곡 11곡 수록
시인, 부산대 앞 명물 인문 공간이었던 카페 헤세이티 주인장, 칼럼니스트, 기타 메고 현장으로 언제든 달려가 노래하던 가수, 노래 300여 곡을 만든 작곡·작사가…. 1968년생 황경민이 이번엔 ‘음반 낸 가수’가 돼 우리 곁으로 왔다.
‘황경민’이라는 이름은 부산 문화계에서 위상이 독특하고 개성이 선명하다. 정 많고 삐딱한 예술가라고 할까. 사회 모순, 왜곡된 구조, 부조리에 형형하게 눈뜨고 쓴소리 날리고, 약한 존재나 곤경에 처한 이들은 품는 태도를 시·글·노래로 표현해 왔다. ‘불편하고 행복하게’ (만화가 홍연식의 작품 제목을 빌려 옴) 살아가기를 꺼리지 않는 인문 정신 실천 인생의 면모를 보여왔다.
“10년쯤 운영하고 2020년 접은 카페 헤세이티의 전 주인장으로, 시인·칼럼니스트로 저를 여기는 분이 많긴 하지만, 노래를 만들어 집회 현장이나 거리, 공연·강연에서 노래하는 생활도 제법 오래 했다”고 그는 말했다. 그렇게 작곡·작사한 노래가 300곡이 넘고 노래극도 세 편 공연했다. 언젠가부터 “음반은 냈느냐”고 사람들이 물어 오기 시작했다. 음반이 없으니 어딘지 아쉬운 느낌도 있었다고 한다. 황경민은 지난달 31일 자로, 직접 가사를 쓰고 작곡까지 한 노래 11곡을 담은 음반 ‘니 어데고’를 우선 온라인으로 발매했다.
“현재는 네이버 바이브, 지니뮤직 등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만 들을 수 있습니다. 오는 9월 초 CD가 나올 예정이고 공연도 곧이어 할 예정입니다.” 그는 부산 영도에서 태어났고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나왔으며 현재 영도에 산다. 그는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제가 기존 가요식으로 할 거면 굳이 만들 필요가 없고 잘 만들 수도 없다”고 했다. 황경민다움을 새겼다는 뜻으로 다가왔다.
“제가 헤세이티를 할 때 ‘야매’로 시인학교를 시작했습니다.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도, 기성 시인이 아니라도 누구나,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은 시를 쓸 수 있다. 시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시인학교를 하다 보니, 똑같은 생각이 노래로 확장되더군요. 기타교실을 시작했죠. 기타교실은 지금도 해요. 우리 모두 직접 내 노래를 만들자. 가사도 직접 쓰자. 노래방 가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유명·기성 가수 음악을 ‘소비’하는 데만 머무르지 말고, 내 세계를 만들어보자. 악보 없어도 된다. 일단 읊조려 보자.”
이런 마음이 첫 앨범 ‘니 어데고’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일상을 담은 노래, 풍자하는 노래, 사회 비판을 던지는 노래, 부산말을 듬뿍 품은 노래, 고정관념을 깨고 질문하는 노래, 현대사를 돌이켜보며 추모하는 노래 …. 노랫말이 마냥 서정성을 담거나 예쁘게 표현되지는 않고 ‘불편한’ 요소를 품은 곡도 꽤 있다. 그는 “노래에서 위로는 아주 중요한 기본 덕목이지요. 동시에 모든 노래가 위로만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내면에 어떤 불편이나 갈등을 던져 새로운 기미의 계기가 되는 구실을 생각했습니다.”
표제작 ‘니 어데고’는 애틋하고 정이 깊은 노래다. 첫 대목에 황경민 가수가 모친과 전화로 얘기하는 대목을 넣었다. 이렇다. “니 오데고?(모친 목소리)/ 부산이지요(황경민 목소리)/ 니 딴 데 가 있다 카든데/ 아이요 부산이요/ 니 순천이고 서울이고 싸돌아댕긴다 카든데/ 아, 그거는 요새 쪼매 바빠가/ 그래 니 내년에 올 끼가?/그거는 아이지요 오늘 저녁에 갈라꼬…/ 올끼가?/ 야아 가끼요/ 올끼가?/그라모 가야지요/ 알았다 미역국하고 빨간고기하고….”
‘영도를 걸어봐라’는 황경민의 고향 영도를 경쾌하게, 속 깊게 표현했다. 입에도 착착 붙어 영도를 상징할 노래가 한 곡 더 나온 느낌이다. ‘힘내지 말아요’ ‘알바블루스’는 잘못된 우리 사회 구조를 풍자한다. 가난과 실패가 실상 왜곡된 사회 구조 탓이 큰데 무작정 개인에게 책임지우는 현실을 꼬집는다. ‘이슬람 소년’은 왜 어쩌다 이슬람 소년은 그런 행위(테러)로 내몰렸는지, 깊은 질문을 던지는 노래다.
편곡은 집시음악을 하는 밴드 ‘신나는 섬’의 우아이에오(최성은·바이올리니스트)가 맡았다. 이번 앨범 제작에는 CD와 공연 선판매 방식도 활용해 도움이 됐다고 황경민 가수는 밝혔다. ‘카페 헤세이티’ 페이스북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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