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장 "대기업 후원 없어 자괴감…문체부와 발맞춰 갈 것"[파리올림픽]
목표 설정 오류에 "전통적 강세 종목도 국제대회에서 대부분 떨어졌어"
"우리끼리는 금메달 7개, 잘하면 8개 올라갈 수 있겠다 생각"
문체부 갈등에 피로감 지적하자 "현장 목소리 중시해야"
"수영, 샴페인 빨리 터뜨려" 자성
신유빈 '폭풍 칭찬' "14개 경기 혼자 뛴 철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파리올림픽 성과에 대해 "체육인들이 위기감을 가졌기 때문"이라며 기업에 더 많은 지원과 후원을 요청했다.
이 회장은 11일(현지시간) 오전 프랑스 파리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올림픽 결산 기자회견에서 "10대 대기업, 30대 대기업 중 단돈 100만원도 후원한 곳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우리가 국가 브랜드 밸류업을 앞장 서서 하는데 자괴감이 들었다"며 "이런 것들이 선수들에게 자괴감을 주지 않았나. (후원이 없는 상황 등) 이런 것들이 뭉쳐져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았겠느냐"고 자평했다.
이 회장의 이같은 비판은 목표를 너무 낮게 설정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양궁·펜싱 등 전통적으로 강한 종목에서도 국제 대회에서 대부분 다 떨어졌다"며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도 많아 예측하기 굉장히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뿐만이 아니라 외국 언론이나 기관에서도 (금메달 5개로) 예측했다"며 "우리가 생각한 건 금메달 7개 정도였다. 이 상태로 가면 7개, 잘하면 8개 정도까지는 올라갈 수 있겠다고 생각은 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또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세력화를 시도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는 귀국 후 계획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학교 체육이 정상화되어야 하고, 사단법인화된 지방체육회의 재정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엘리트 체육이 무너진 이유로 시·군·구 지원을 받는 실업팀이 예산 부족 등의 영향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이어갔다.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2022년에 국가스포츠위원회를 만들어 주셨지만, 그 취지대로 운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바로 정부 조직으로서 거버넌스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취재진이 "선수들을 잘 지원하기 위해서는 체육회와 문체부 간 협업이 중요한데 갈등관계가 지속돼 피로감이 크다"고 지적하자, 이 회장은 "당연히 발맞춰 가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사회가 빠르게 변하는데 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중시해야 한다"고 에둘러 문체부를 압박했다.
대한체육회는 문체부로부터 독립해 독자적인 정부 조직이 되기 위한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말 국무총리 산하 민관합동 기구로 출범한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이하 정책위원회) 참여를 거부하면서 문체부와 갈등을 계속 빚어오고 있다.
기초 종목 부진에 대한 반성도 나왔다. 장재근 총감독은 수영 종목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해 "수영은 어느 정도 (수준이) 올라왔지만, 샴페인을 먼저 터뜨리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 전에 (국제대회에서 성적이) 너무 좋다 보니 이 선수들이 잘할 거라는 기대가 많았고, 선수들도 그 기분에 조금 들떠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의 작심 발언에서 촉발된 체육회·연맹 규정 논란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얘기가 뭐였는지 자세히 듣고 제도 개선할 것이 있으면 손 보겠다"며 "오해한 부분을 진솔한 대화를 통해 정리할 계획"이라고 짧게 답했다.
동메달 2개를 따낸 신유빈을 두고는 '폭풍 칭찬'이 쏟아졌다.
이 회장은 "개인적으로 기쁘게 생각하는 게 신유빈"이라며 "운동에 매진하기 위해 고등학교 진학을 하지 않았다. 동메달이지만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메달을 따줘서, 올림픽에서 자기 성취를 이룬 것이 (제가) 메달을 딴 것보다 더 기쁘다"고 강조했다.
장 감독도 "14개 경기를 혼자서 다 뛰었다. 철인같은 힘을 보여줬는데 신유빈 선수가 참 밝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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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원 기자 wontim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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