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제작극장’을 향하여
클래식부산 수장도 중요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달 31일 문화 담당 부산 언론인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부산시 문화·예술 정책 기조를 두 갈래로 우선 짚었다. “시민 생활 속에 다채로운 프로그램·시설이 촘촘하고 튼튼히 뿌리내리도록 해 시민이 이를 잘 누리는 저변·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동시에 하이엔드(high end) 문화 콘텐츠와 기반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전략의 목표는 시민 행복도·삶의 질을 높이며 부산을 더욱 세계적인 도시로 가꾸는 일이다.
박 시장은 이어 “부산오페하우스(2026년 하반기 준공·2027년 하반기 개관 예정)와 부산콘서트홀(올해 8월 준공 예정·2025년 상반기 개관 예정) 등이 들어설 예정이니 시설 면에서는 (하이엔드를 감당할) 좋은 조건이 갖춰진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지난해 세계적인 음악가 정명훈 선생을 부산오페라하우스·부산콘서트홀 예술감독으로 위촉한 만큼 권한을 보장하고 그분 특유의 역량과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면 좋은 성과를 내리라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현장에 갔던 처지에서 말하면, 문화정책의 전략·얼개를 이렇게 잡은 근거와 그에 따른 세부 실천 과제를 설명하는 박 시장의 높은 문화 영역 이해도와 지식은 인상 깊었다.
여기서 부산콘서트홀과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완공-운영이 부산 문화정책의 중요한 당면 현안임이 거듭 확인된다. 현재 부산시가 이들 시설 운영을 위해 잡은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공연 작품을 직접 기획·제작하는 극장 ▷시즌단원제라는 시스템을 통해 부산이 중심이 돼 예술인을 육성하는 방식 ▷무대·미술·의상·조명 등 관련 분야가 부산에서도 제작이 이뤄지며 문화 산업(industry) 구조를 갖도록 하기. 이를 포괄하기 위해 가져온 개념이 이른바 ‘제작극장’이다.
부산시가 잡은 ‘제작극장’ 방향은 부산에 정말로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한 가치를 담는다. 이 세 가지 방향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오페라하우스 등 하이엔드 시설은 부산 공연예술계에 재앙이 될 공산이 크다. 기획·제작을 통해 역량과 경험을 쌓고, 공연예술인이 부산으로 와 연습·출연·성장 기회를 갖고 일거리(일자리와는 또 다르다)를 갖도록 보장하며, 기술·제작 측면의 문화산업 구조를 짠다면 부산에는 ‘남는 게’ 있고 성장 기회가 생긴다.
이걸 하지 않는다면? 대극장을 채우기 위해 ‘중앙’의 대형 기획사에 크게 의지하는 대관 공연 중심으로 돌아가고 그 공연단이 떠나면 부산엔 남는 게 없으며 지역 공연예술계는 초토(焦土)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부산시의 ‘제작극장’ 방향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오페라하우스·콘서트홀을 축으로 예술 공공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최신 대형 공연장으로서 수월성·유명도가 높은 외부 공연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다.
탁월하고 크고 유명한 하이엔드 작품을 외부에서 수혈하지 않으면 오페라하우스·콘서트홀은 안목이 높아진 시민에게서 외면받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그런데 대도시 부산은 지역 중심의 문화 발전 시스템 구축과 하이엔드 방향 추구를 동시에 감당할 수 있다. 그렇게 가야 한다. 박 시장이 밝힌 문화정책 기조 자체가 ‘하이엔드+생활 속 문화’ 아닌가. ▷자체 기획·제작 ▷시즌단원제 등 예술인 육성·성장·일거리 시스템 ▷문화산업 구축, 이 같은 지향을 놓아버린다면 시 문화정책의 공공성은 어디서 찾겠다는 것인가.
‘부산은 제작극장이 뭔지도 모르면서 하겠다고 한다’. ‘제작극장이란 유럽에서 형성된 역사적 개념으로 …’. ‘유럽 제작극장과 비교하면 부산이 말하는 제작극장은 엉터리’. 자주 접하는 의견이다. 개념이 중요하다는 건 안다. 그런데 저 말을 들으면 “어찌 중국에서 온 주자의 학설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나름대로 해석하느냐!”고 외치던 조선 후기 성리학자들이 종종 생각난다.
부산에서 ‘제작극장’ 개념은 툭 튀어나온 면은 있다. 유럽 제작극장 시스템을 가져와 구현해 보자는 기획은 애초 아니었다. 부산에 실질과 성과가 남는 방향을 고심하는 과정에서 만난 용어다. 저 표현이 그렇게 걸리면 다른 말을 찾을 수도 있다. 지역에 실질과 성과가 남으면서 시민 만족도도 채울 방향을 찾겠다는데 뭘 그리 애면글면하겠는가.
부산시가 ‘제작극장’ 방향을 잘 틀어쥐어도, 과제는 산처럼 있을 것이다. 지역형 제작극장 개념은? 시즌단원제 향상 방안은? 유명 공연 수급 방법은? 이런 과제는 중심을 잡아놓고 가닥을 잡아 풀어갈 수 있다. 우선은 두 최신 공연장 운영을 총괄할 시 산하 기관인 클래식부산 수장 선임에 관심이 높다. 극장은 개관하면 할 일이 정말 많다. 클래식부산 첫 대표는 건물·시설·음향·무대·조명·안전이 안착하게 할 역량·지식을 갖춰야 한다. 극장 경영 전문성도 필수다. 정명훈 예술감독과 역할이 중복되지 않아야 한다. 박 시장도 간담회에서 극장 경영 역량을 강조했다.
조봉권 부국장 겸 문화라이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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