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식 꿈꿨지만…트럼프, 파죽지세 해리스 구경만
별다른 일정 안 잡고 혼란
지난달 13일(현지 시각) 암살 미수 이후 승기를 굳혔다던 평가를 받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의 후보 교체 이후 흔들리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약진하고, 선거자금 모금액에서 앞서 나가는데도 트럼프 전 대통령 쪽은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해리스 후보가 경합주 유세에 집중하는 동안 트럼프 후보는 별다른 유세 일정을 잡지 않아 내부 혼란이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해리스 대약진에 트럼프 캠프 혼란
10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시에나대와 함께 지난 5~9일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주의 적극 투표층 각각 600여명을 조사한 결과 3곳 모두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50%-46%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섰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직에서 사퇴한 뒤 실시된 주요 여론조사들 중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3대 경합주에서 가장 앞선 결과다.
이런 결과는 극적인 변화다. 암살 미수 직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의 전당대회는 그야말로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 워싱턴포스트는 “당시 캠프 인사들은 누가 행정부 어떤 자리를 원하는지 등에 관한 얘기를 나누며 압도적인 선거 승리를 예측했다. 심지어 공화당이 수십년 동안 승리하지 못했던 주들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의가 오갔다”고 7일 보도했다.
이제 선거는 팽팽한 경쟁으로 되돌아왔다. 트럼프 후보는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하자 주변에 자주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10일(현지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 12명 이상을 인터뷰해 캠프 내부 사정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효과적이고 일관된 반박 논리를 찾지 못해 실수를 거듭하고 있으며 트럼프와 교류하는 사람들은 그가 이 변화를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해리스 정책을 공격하라” 조언하지만
트럼프 후보는 해리스 후보를 ‘웃음이 헤픈 카멀라'라며 조롱했다. ‘미쳤다'(crazy)는 표현도 사용했다. 하지만 웃음이 헤프다는 발언은 오히려 인터넷상에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변하면서 해리스를 도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달 31일 전미흑인언론인협회(NABJ) 초청 토론에서 해리스 후보가 정치적 목적으로 흑인 행세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역풍을 맞았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 인생에서 처음으로 경쟁자에게 언론의 주목을 빼앗겼다”며 “미국 언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해리스 부통령에 관한 기사를 더 많이 쏟아내고 있으며, 내용도 대부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트루스 소셜에 ‘바이든 대통령이 중도 하차 결정을 후회하고 되돌리고 싶어 한다’는 근거 없는 내용을 올렸는데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최근의 선거 판도 변화로 그가 얼마나 곤혹스러워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후보는 이 상황을 ‘민주당이 다시 선거를 훔치려고 한다’라고 묘사한다고 한다. 자신이 바이든을 이기느라 힘을 낭비했는데, 마지막 100일 동안 새로운 상대를 다시 맞닥뜨려야 하는 건 불공평하다는 뜻이다.
트럼프 지지층에서는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의 외부 고문 등은 ‘해리스를 원색적으로 공격하지 말고, 정책으로 공격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트럼프 쪽은 여전히 해리스를 어떻게 규정할지, 어떤 메시지로 그를 공격할지, 그를 깎아내릴 별명을 무엇으로 해야 할지 등을 두고 고심 중이다. 익명의 캠프 인사들은 뉴욕타임스에 ‘해리스의 과거 인터뷰, 정책 관련 입장, 검사로서의 기록 등 방대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것들을 하나의 틀로 압축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해리스 경합주 도는 동안 트럼프는 칩거
현재 해리스 후보는 6개 경합주를 방문 중이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몬테나주에서의 유세가 유일한 일정이다. 자신이 두자릿수 득표율 차이로 승리할 것이 거의 확실한 주다. 민주당 전략가 사이먼 로젠버그는 “해리스의 기세를 꺾어야 할 이번 주에 그가 매우 공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 모두 예상했을 텐데 (그렇지 않아 의외다)”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트럼프 쪽은 ‘이미 21개월 동안 선거운동을 했다’며 잠시 쉬어가도 되는 시기라는 취지로 말했다. 전열을 정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캠프는 여전히 선거 결과를 낙관하고 있다. 캠프 여론조사 전문가인 토니 파브리치오는 “(오는 19일부터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 전까지 해리스 후보가 몇 주간 더 좋은 시간을 보내겠지만 이후 여론조사 수치가 뒤집힐 것”이라며 자신했다. 유권자들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더 알게 되고 바이든 행정부에서의 역할 등을 깨닫게 되면 지지율이 뒤집힐 것이라는 뜻이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해 분석치를 제공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는 11일(현지시각) 현재 선거인단 538명 중 해리스가 208명, 트럼프가 219명을 확보했고 111명의 선거인단을 두고 경쟁 중이라고 밝혔다. 111명의 선거인단이 있는 경합주를 현재 조사치대로 승패를 나눌 경우 해리스 251명, 트럼프 287명을 확보해 트럼프가 승리한다고 분석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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