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횡포 더는 못 참아"...짐싸는 이용자들

김영욱 2024. 8. 11. 18: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이 정도면 소셜미디어 권력의 폭력 아닌가. 광고는 넘치는데 정작 사람들이 소통과 기록을 위해 남긴 글은 무작위로 사라지고 있다. 개방과 연결이라는 소셜미디어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행태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이젠 짐을 싸겠다"는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유명인 사칭 광고나 특정 쇼핑사이트로 연결되는 광고성 글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네이버 링크가 담긴 게시물은 무차별 삭제 조치를 당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 링크 글을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페이스북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스레드까지 친구신청, 좋아요 등 기본 기능이 차단되고 활동이 정지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벤처 1세대인 이찬진 한글과컴퓨터 창립자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페이스북이 완전 엉망진창이다. 최근에 네이버와 전쟁 중이라고 하더니, 예전에 네이버 블로그 글을 링크했다고 그 댓글과 게시물을 삭제하는 것은 애교 수준이다. 그룹 사용까지 못하게 하고, 페이지는 25년 7월 25일까지 '좋아요'를 못 받게 한다고 난리"라는 글을 올렸다.

이 창립자는 페이스북이 네이버 링크 글은 몰아내면서 정작 광고로 넘쳐난다고 꼬집었다. "게시물보다 광고가 많다고 느낄 때도 많고 유명인 사칭 광고는 계속 나온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시물로 댓글을 보게 해서 쿠팡으로 자동 연결시키는 광고를 올리는 페이지는 백개가 훨씬 넘게 '모두 숨기기' 했는데도 끝없이 계속 나온다"면서 "정 떨어져서 당분간 페이스북 사용을 최소화하려 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횡포' 고발은 넘쳐나고 있다. 이원태 전 한국인터넷진흥원장은 10일, 자신의 최근 게시글이 네이버 블로그 링크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삭제됐다며 "정말 메타가 네이버와 전쟁 중인 것인지 요즘 페이스북 정말 이상하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페이스북은 이 같은 게시글 삭제 근거로 '사이버 보안에 관한 커뮤니티 규정 위반'을 제시하고 있다. 이용자들에게 "악성 소프트웨어를 만들거나 공유하거나 호스팅한 것 같다"는 안내를 한다. 경쟁 플랫폼의 링크가 포함된 글을 '악성 소프트웨어 공유'로 몰아 이용자의 SNS 활동 전체를 통제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는 "유해한 콘텐츠도, 광고도 아닌데 일방적으로 게시물을 삭제하는 것은 이용자를 부당하게 통제하고 이용 권리를 제약하는 것"이라며 "사업자가 먼저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고 공개해야 한다. 일방통행은 안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용자보호 차원에서 점검해야 한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가 포털 검색 시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콘텐츠 노출 빈도를 낮추는 정책을 펴자 이에 맞대응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관련 사안에 대해 메타 측에 문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메타 측은 "일부 게시물 등록에 오류가 있었지만 지금은 해결됐다. 네이버와의 긴장관계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용자들의 온라인 상 신고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5월 기준 국내 활성이용자가 921만명에 달한다. 글로벌 이용자는 약 30억명에 달한다. 세계 인구 2~3명 중 1명이 쓰는 막강한 플랫폼이다. 미국과 중국 한국을 제외하면 자국 플랫폼을 보유한 국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페이스북이 네이버를 집중 견제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메타가 엑스(옛 트위터)의 대항마로 내놓은 스레드를 키우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스레드 국내 이용자는 지난달에만 36만명이 증가했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경영학과)는 "플랫폼이 정해진 원칙에 따라 게시물을 삭제할 수는 있지만 외부 플랫폼으로 빠져나가는 트래픽을 차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이는 인터넷의 특장점인 '개방성'을 저하시키는 행태"라고 밝혔다.김영욱기자 wook95@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