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 강조한 檢총장 후보자, 김여사 수사 논란에 “법따라 진행하고 있다”
“무거운 책임감…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검찰 되도록 이끌 것”
심 후보자, 尹-김주현 민정수석과 인연…‘검찰 조직 안정’ 방점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윤석열 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 후보자로 심우정 법무부 차관(53·사법연수원 26기)이 지명됐다. '기획통'으로 평가 받는 심 후보자는 윤 대통령 및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검찰 내에서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는 인물로, 조직 안정에 방점을 둔 인사라는 평가다. 심 후보자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심 후보자는 11일 차기 검찰총장 지명 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재진을 만나 "엄중한 시기에 후보자로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검찰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사명과 역할을 다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심 후보자는 검찰의 당면 과제를 묻는 말에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검찰이 되도록 어떻게 검찰을 이끌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수사에 대해서는 "증거와 법리에 따라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구성원을 잘 이끌겠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현재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심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는 등 특혜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검찰 구성원들이 법과 원칙에 따라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 조사와 관련해 '법 앞에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한 이원석 검찰총장 발언에 대해 심 후보자는 "어떤 수사에 있어서도 법과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저도 같은 입장"이라며 "다만 검찰 구성원들이 앞으로 그런 믿음을 갖고 당당하게 본인의 일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박탈된 검찰총장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 지휘권 복원 요청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오늘 지명받았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대통령실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그는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일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총장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검찰이 여당 관련 수사를 확대할 개연성이 큰데 어떤 자세로 이에 임할 것이냐는 질의에 심 후보자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고 증거와 법리에 따라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수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사 탄핵과 검찰청 폐지 움직임에 대해서는 "형사사법 절차에서 정의가 지켜지기 위해선 시스템이 중요하다"며 "국민들이 보호받고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는 방안이 되도록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추-윤 사태' 겪으며 신임 두터워져…대통령실 "적임자"
충남 공주 출신인 심 후보자는 자유선진당 대표를 지낸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의 장남이다. 휘문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2000년 서울지검에서 검사로 임관했다. 법무부 검찰과장·기획조정실장, 서울동부지검장, 대검 차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한 심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에서 고검장으로 승진한 뒤 지난 1월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됐다. 박성재 장관이 한동훈 전 장관 후임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약 한 달간 공석이던 장관 직무를 대행하기도 했다.
'특수통 요직 기조'에서 벗어나 기획통을 전진 배치한 것에 비춰볼 때 임기 후반기로 접어든 윤 대통령이 검찰 조직 안정화에 방점을 둔 것이란 평가다. 특수통 출신으로 오는 9월 퇴임하는 이원석 검찰총장이 인사와 김 여사 조사 방식을 두고 용산과 여러 차례 이견을 드러냈던 만큼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으면서도 조직을 무난하게 이끌만한 인사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심 후보자는 윤 대통령은 물론 김주현 민정수석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7년 형사1부장으로 일하며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다. 심 후보자는 법무부 기조실장이던 2020년 추미애 당시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자 반발했고, 이 때문에 결재 라인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추-윤 사태'를 겪으며 심 후보자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임이 한층 두터워진 것으로 전해진다.
심 후보자는 검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꼽혔던 김 수석과 2005년 대검에서 기획과장-검찰연구관으로 만났고, 2007년엔 법무부 검찰과에서도 함께 일했다. 심 후보자가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있던 2014년에는 김 수석이 검찰국장으로 직속상관이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심 후보자는 합리적인 리더십으로 검찰 구성원들의 신망이 두텁고, 법치주의 확립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안정적으로 검찰 조직을 이끌고 헌법과 법치주의, 수호, 국민 보호라는 검찰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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