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난카이 대지진 ‘공포’
일본 기상청이 난카이 해구에서 1주일 내 규모 8.0 이상의 대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거대 지진 주의’ 정보를 지난 8일 발표했다. 그 후 사람들로 한창 바글거려야 할 해수욕장은 쓰나미 우려로 ‘유령 해변’이 됐다. 한국의 추석 같은 명절 ‘오봉’을 앞두고 일본인들은 귀성은커녕 피난 준비에 나섰다. 지진 영향권에 있는 지역 마트에서는 생수·휴지가 동났고, 사람들은 밤에도 잠옷을 입지 않는다. 언제든 떠날 수 있게 상비약 등 비상물품이 들어있는 배낭을 베개 옆에 두고 잔다.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 해역까지 태평양 연안에 길게 이어진 난카이 해구는 유라시아판과 필리핀판이 만나는 지역으로, 100~150년마다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향후 30년 내 이곳에서 70~80% 확률로 대지진이 일어날 거라 예측해 온 전문가들은 지난 8일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1 지진이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대지진이 일어나면 최악의 경우 높이 30m 쓰나미가 밀려와 30만명 이상 사망할 수 있다고 한다.
태풍과 달리 지금의 기술로는 지진 예측이 불가능하기에, 지진주의보가 과학적으로 큰 의미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진 발생이 여러 지진으로 이뤄진 다발적 현상이긴 하지만, 한 지진이 이후 발생하는 지진의 전진인 경우는 약 5% 미만에 불과해 사실상 구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도쿄대 명예교수인 로버트 겔러는 “지진은 언제, 어디서나, 경고 없이 강타할 수 있다는 것 이상 예측할 수 없다”면서 지진주의보에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일어날 가능성이 백 번 중 한 번에 불과하더라도, 발생 시 엄청난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거대한 재난 앞에서는 확률만 따지고 있을 수 없다. 실제 2011년 3월9일 발생한 규모 7.2 지진은 이틀 후 발생한 규모 9.0 동일본 대지진의 전진이었던 것으로 추후 확인되기도 했다. 난카이 대지진이 가까운 시일 내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은 0.5%에 불과하다지만, 지금의 경각심과 대비가 언젠가 닥칠지 모를 대지진 때 인명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면 무의미하지 않다.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더라도,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밖에 없다.
정유진 논설위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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