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친윤’ 심우정 총장 지명, ‘검찰국가’ 공고화 우려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에 심우정 법무부 차관(53)을 11일 지명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심 내정자가 “안정적으로 검찰 조직을 이끌” 적임자라고 말했다. 그는 2017년 윤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형사1부장을 지냈고,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서울동부지검장·대검 차장 등 요직을 거쳤다. 주로 대검과 법무부를 오간 기획·인사통으로 분류된다. 심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내달 15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원석 총장에 이어 윤 정부 후반기 검찰총장을 맡게 된다.
심 내정자는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수사와 관련해선 “증거·법리에 따라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가 검찰에 대한 불신을 알기는 아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가 총장이 되더라도 그 불신을 불식하리라는 기대는 높지 않다. 그가 친윤 검사로 분류되고, 김주현 민정수석과도 깊은 직연을 갖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그는 법무부 기조실장이던 2020년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청구하자 이를 반대하다 결재 라인에서 배제됐고, 윤 대통령 집권 후 승승장구했다. 김 수석과는 대검 기조실·법무부 검찰국 등에서 직속상관과 부하로 손발을 맞췄다. ‘조직의 안정적 관리’라는 대통령실 인선 이유가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이로 미뤄 심 내정자가 임명되면 이원석 체제하에서도 미온적이던 검찰총장의 수사 독립성 목소리는 더 약해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 등 친윤 검사들을 전면 배치했다. 김 여사를 겨누는 수사를 친윤 검사들이 맡게 됐고, 그 결과 수사 검사가 대통령 경호처 건물로 불려가 김 여사 특혜·출장 조사를 하는 수모로 이어졌다. 결국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검찰 인사와 심 총장 인선으로, 임기 후반기 검찰 조직은 민정수석이 검찰총장을 통해 통제하도록 하고,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이용해 관리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이원석 총장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원칙을 수사로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주요 사건들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심 내정자에 대한 기대는 이 총장 때보다 더 낮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심 내정자가 검찰의 신뢰 회복을 원한다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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