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없는 음악도 많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죠”

강성만 기자 2024. 8. 1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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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공연하는 카페 ‘아메노히’ 시미즈 히로유키 대표

커피숍 아메노히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시미즈 대표. 그는 옆 모습 사진이 실리기를 희망했다. 강성만 선임기자

후지산이 보이는 일본 시즈오카현 시골이 고향인 시미즈 히로유키(48)는 2010년부터 서울 홍익대 근처 동교동에서 작은 카페 ‘아메노히 커피점’을 운영하고 있다. 아메노히는 일본어로 ‘비 오는 날’이다. 쉬는 날엔 서예가인 아내 이케다 아사코와 함께 일본 말차와 화이트 초콜릿이 들어간 케이크를 만드는데, 손님들이 많이 찾는단다.

주 4일(금, 토, 일, 월) 오후 7시간만 문을 여는 아메노히는 주인장 말고도 특별한 게 있다. 개업 이후 60여 차례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첫 콘서트를 ‘늑대가 나타났다’의 가수 이랑과 밴드 404가 꾸몄고 일본의 전설적인 펑크 뮤지션 엔도 미치로 등 일본 음악인들 공연도 30여 차례 있었다. 오는 19, 20일엔 일본의 미얀마 음악 연구자이자 기타리스트인 무라카미 교주가 미얀마 음악을 소개하는 공연 토크쇼가 열리는데 커피숍 홈페이지에 알린 지 하루도 안 돼 표가 다 팔렸다.

최근 한국어로 쓴 두 번째 책 ‘커피 내리며 듣는 음악’(워크룸)을 낸 시미즈를 지난달 30일 커피점에서 만났다. 그는 2015년에 한국 곳곳의 타워를 유쾌하게 소개하는 책 ‘한국 타워 탐구생활’을 펴내 호평을 받았다.

‘커피 내리며 듣는 음악’ 표지.

‘커피 내리며 듣는 음악’에는 그가 코로나 시기에 가게에서 자주 틀었던 음반 50여 점이 소개되어 있다. 대학 시절부터 아시아 음악 여행을 다녔고 공연이 많다는 이유로 홍대 주변에 정착한 그답게 세계 곳곳 미지의 음악들이 풍요롭게 펼쳐진다. 몽골 재즈가수 엔지 2집 앨범에서 문을 열고 미얀마, 캄보디아, 카자흐스탄, 짐바브웨, 니제르, 이란, 일본, 중국 등의 음악을 거쳐 노래 ‘거지’가 수록된 한국 록밴드 자우림 5집 ‘올 유 니드 이즈 러브’에서 문을 닫는다.

그는 니제르 여성 음악가 그룹 ‘레 피유 드 일리가다드’를 소개하며 “세상에 들어본 적 없는 아름다운 음악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게 내일을 위한 활력을 준다”고 썼고, 무라카미 교주가 미얀마 현지에서 모은 음반들로 만든 편집 앨범 ‘레코드 너머 삶은 계속된다’를 두고는 “인터넷에서 들을 수 없는 음악이 세상에 아직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일본인 음향 엔지니어가 미얀마식 피아노인 ‘산다야’ 연주자 아웅 초묘의 독주를 녹음한 음반도 이번 책에 있는데요. 인터넷 음원 스트리밍으로는 들을 수 없어요. 인터넷에 없는 세계도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아는 게 중요해요.” 그는 말을 이었다. “인터넷에서 가볍게 들어선 음악의 본질을 알 수 없어요. 음반을 사서 여러 번 들어야죠. 물론 공연장을 직접 찾는 게 가장 좋죠.” 그는 지난 6월 중국 록밴드 하이퍼슨 공연을 도쿄에서 직관하면서 자신의 이런 지론을 재확인했단다. 하이퍼슨 앨범 ‘성장소설’은 이번 책에도 나온다. “공연을 보니 연주가 대단하더군요. 음반을 들을 때는 여성 보컬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밴드 연주가 생각 이상으로 뛰어났고 박력이 있었어요. 음반과 라이브 연주의 편차가 크더군요.”

공연장 많은 홍대 분위기 반해 어학연수 거쳐 2010년 문 열어
일본 뮤지션 등 음악회도 60회
첫 책 ‘한국 타워 탐구생활’ 이어
최근 ‘커피 내리며 듣는 음악’ 내
세계 아름다운 미지의 음악 알려


“좋은 손님들 덕에 15년 째 영업”

소개 앨범 중 그의 마음에 가장 크게 자리한 음악은 뭘까? “중학생 때 들은 나카지마 미유키(일본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동아시아’입니다.” 그는 마음이 부드러웠던 중학 시절에 나카지마의 음악을 들은 뒤 포크 기타를 사고 혼자 하는 여행을 동경하게 되었단다. 그리고 자신이 아시아인이라는 특별한 자각도 하게 되었단다. 대학 초년생부터 아시아 여러 나라를 찾아 음악여행을 했고 지금은 한국에서 커피숍까지 하고 있으니 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음악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왜 아시아 음악인지 묻자 그는 이렇게 받았다. “그리움입니다. 대학생 때 인도네시아 전통 악기 가믈란 소리를 들으러 발리 여행을 했는데요. 거기서 가믈란 음악을 들으며 예전에 들어본 적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시아 음악을 접하며 아시아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들이라 문화적으로 연계되어 있고 일본과도 크게 다른 문화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가 홍대 주변 분위기에 반해 2006년 어학연수를 거쳐 한국에 정착하게 된 것도 “일본과 한국이 너무 비슷하고 가까운 나라라고 느꼈기 때문”이란다. 그는 한국살이의 매력을 이렇게 말했다. “(한국인들) 사고방식이 (일본인과) 너무 비슷해요. 고향 근처에 사는 것 같아요. 외국이라는 느낌이 없어요. 그러면서도 외국에 산다는 자극은 있죠.” 그가 과감하게 한국에서 커피점을 연 데는 “홍대 사람들의 도전하는 태도”도 영향이 있었단다. “공간이 있으면 사람들이 모여 제가 좋아하는 음악 공연도 열 수 있으니까요. 커피는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선택한 거죠. 저는 홍대 사람들의 자유로운 영혼을 좋아해요.”

세 부담이 만만찮은 상권에서 주3일 휴무하며 커피숍을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뭐냐고 하자 그는 “운이 좋았다. 정말 좋은 손님들이 많이 도와주었다”고 답했다. 음악회 공연 기획에 도움을 주는 박다함씨나 이번 책 출판 제의를 한 편집자 김뉘연씨 모두 가게 고객으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시미즈 대표. 강성만 선임기자

그는 음악애호가이지만 어릴 때부터 꿈은 작가이다. 첫 책 ‘한국 타워 탐구생활’은 ‘타워’라는 주제를 가지고 한국 여행을 한 결과물이다. 하필 타워냐는 물음에 그는 “유용성이 없어 좋아한다”고 했다. “타워는 사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상징적인 존재이죠. 그래서 여유가 느껴집니다.”

지난 5월 전북 남원에서 춘향타워를 봤다는 그는 대전 엑스포공원의 한빛탑을 특히 좋아한단다. “디자인이 멋져요. 제가 생각하는 타워다운 타워입니다.”

그는 지난해 일본어판이 나온 ‘헌책방 기담 수집가’(윤성근 작) 번역을 했고, 현재 일본 호쿠리쿠 주니치 신문에 에세이도 연재하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 여행을 주제로 책을 쓰려고 합니다.”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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