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뜨겁던 파리 올림픽이 남긴 과제들
행복한 2주였다. 지난달 26일 시작된 '2024 파리 올림픽'이 11일 오후 축제의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은 프랑스의 문화유적과 건축물을 배경으로 개최되면서 스타디움 경계를 넘어선 색다른 올림픽으로 기록된다. 우리나라는 당초 금메달 5개, 메달순위 15위를 예상했으나 금메달 13개 등 모두 30개의 메달을 확보했다. 좋은 성적 이면에는 비인기종목과 인기종목 차별, 협회의 폐쇄적 운영, 기초 종목 육상과 수영의 부실한 성적 등 다양한 과제도 남겼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팀 코리아'는 비인기 종목인 칼(펜싱), 총(사격), 화살(양궁)을 중심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해당 종목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일반인들이 접근 가능한 관련 체육시설도 거의 없다. 소수 체육 엘리트의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이들 종목은 평소 TV에서도 거의 중계하지 않는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국가대항전에서만 반짝 중계한다. 국민관심과 저변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비인기스포츠의 성장에는 재벌의 후원이 자리잡고 있다. 현대자동차, 한화, SK텔레콤이 각각 양궁, 사격, 펜싱 등에 지속적인 후원을 해왔다. 반면, 올림픽 금맥이었던 레슬링은 삼성의 후원이 끊기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서 스포츠후원을 뇌물로 간주하면서 삼성그룹이 개별종목 후원에서 손을 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일부 종목 협회의 불투명한 협회 운영은 새로운 논란이 되고 있다. 배드민턴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의 작심비판은 해당 협회의 불투명한 행정과 선수선발의 공정성 논란을 공론화하였다.
프로리그까지 갖춘 인기종목인 축구, 배구, 농구 등은 모두 예선 탈락으로 이번 대회에 참여하지 못했다. 야구는 파리올림픽 경기종목에서 제외되었다.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한 한국의 구기 종목에 비해 이웃 일본은 이들 종목의 본선에 진출, 나름 선전을 하였다. 지속적인 투자 및 인프라 구축, 체계적인 선수육성 없이는 구기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 선수들 역시 국내 리그의 인기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메달 선두 경쟁은 치열했다. 개막직후에는 중국이 앞서 나갔으나 결국 미국의 뒷심에 따라잡혔다. 미국은 금메달 수, 전체메달 수 모두 중국을 앞질렀다. 미·중의 메달 경쟁은 기초종목인 육상과 수영 성적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육상과 수영 성적은 초라하다. 세계적 선수들과 격차가 큰 종목에서 어떻게 따라갈 수 있을까. 내부 역량이 부족하다면 탁구의 전지희 선수처럼 해외 유망주의 귀화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올림픽 무대는 단일민족 국가에서 탈피, 다양성을 가진 국가로 변모한 한국을 세계에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파리 올림픽은 '완전히 개방된 올림픽'(Games Wide Open)이라는 모토처럼 주요 경기를 스타디움 밖에서 개최했다. 펜싱과 태권도는 120년 전 만국전람회가 열린 그랑 팔레에서, 승마와 근대5종은 베르사유 궁전에서, 양궁과 사이클 경기는 나폴레옹 시신이 안치된 군사박물관 앵발리드의 잔디광장에서 열렸다. 프랑스는 올림픽을 자국의 수많은 건축물과 문화유적을 과시하는 기회로 삼았다. 이는 자본의 이름으로 옛 건물을 쉽게 헐고, 그 자리에 빌딩과 아파트를 짓는 서울에게 일갈한다.
KBS, MBC, SBS 등의 방송3사는 이번에도 올림픽방송서비스(OBS)가 제작한 동일한 화면에 목소리만 달리 입혀서 방송하였다. 전파낭비라는 지적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행태가 또 반복된 것이다. 그렇기에 방송3사 중심의 올림픽 중계가 이번에 종결되는 것이 일면 반갑다. jtbc에서 2026년부터 2032년까지 동·하계 올림픽 TV중계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jtbc에서 TV중계권을 방송3사에 재판매를 하게 되면 중계방송사가 4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단지 중계 방송사 1개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기존 중계와 차별이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유례없는 폭염과 경제 불황, 여야 정치권의 정쟁 속에서 이번 파리올림픽은 즐거운 도피처였다. TV로 중계되는 팀 코리아 선수들의 선전에 가슴 조이며 행복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은 딴 선수는 물론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 모두에게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4년 뒤 열리는 '2028 LA올림픽'에도 국민들에게 행복을 선물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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