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원환자 데려올테니 20% 뒷돈 달라”…환자거래 브로커 판치는 요양병원

김정범 기자(nowhere@mk.co.kr), 최예빈 기자(yb12@mk.co.kr), 지혜진 기자(ji.hyejin@mk.co.kr) 2024. 8. 1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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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초기에 병실 채우기 힘드시죠? 저희가 도와드릴수 있는데."

지난해 12월 한 광역시에서 암환자 대상 요양병원을 개원한 김정민 원장(51·가명)은 이른바 '페이백 브로커'로부터 은밀한 제안을 받았다.

입원비는 대부분 실손보험으로 환급 받는데다 여기에 페이백 금액까지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입원해서 돈 버는' 환자가 양산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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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활개치는 브로커
“30% 주는 곳 있다”고 흥정
과잉진료 부추기고 의료질 하락
‘암테크’ 신조어까지 등장
요양병원 입원환자를 데려오는 대가로 병원에 뒷돈을 요구하는 불법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은 11일 서울 한 요양병원의 모습. [김호영 기자]
“개원 초기에 병실 채우기 힘드시죠? 저희가 도와드릴수 있는데.”

지난해 12월 한 광역시에서 암환자 대상 요양병원을 개원한 김정민 원장(51·가명)은 이른바 ‘페이백 브로커’로부터 은밀한 제안을 받았다. 브로커는 자신이 알고 있는 환자 4명을 병원에 입원시키는 대가로 매달 병원비의 20%를 현금으로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의 제안은 노골적이고 혀를 내두를만큼 과감했다. 외래환자의 경우 하루 통원치료를 받으면 이틀 온 것처럼 ‘영수증 부풀리기’를 주문하는가 하면, 서류상으로는 고주파 치료를 받은 것처럼 처리하고 대신 고가 한약재인 ‘공진단’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공진단은 현금화가 쉬워 일부 환자는 본인이 복용하지 않고 암시장에 내다파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지역에서 페이백을 제공하는 병원이 여럿이며 최대 30%까지 제공해주는 곳도 있다는 브로커의 말에 김 원장은 말문이 막혔다.

그는 “개원 이후 병원을 찾아와 비슷한 요구를 한 브로커가 4명이나 된다”며 “초기 환자 유치에 조바심을 내는 병원들은 브로커들의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입원비는 대부분 실손보험으로 환급 받는데다 여기에 페이백 금액까지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입원해서 돈 버는’ 환자가 양산되기도 한다. 이같은 행태를 놓고 ‘암테크’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뒷돈을 요구하는 브로커들과 못 이기는척 응하는 요양병원들이 합작해 만들어내는 것은 치료와 상관없는 장기 입원이다. 그 결과 건강보험 재정이 위협받을 뿐만 아니라 정직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만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매일경제가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제출받은 국민건강보험 자료에 따르면 요양병원들이 요양급여비용을 거짓청구해 적발된 징수대상 금액은 최근 10년 간 198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30억원은 아직 환수되지 못한 상태다. 전진숙 의원은 “페이백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정부 차원에서 점검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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