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충전땐 아파트 출입 제한"…근거없는 전기차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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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지난 9일 충전율을 90%로 제한한 전기차만 아파트 지하 주차장 출입을 허용하기로 한 데 대해 완성차업계는 물론 전기차 소유주도 반발하고 있다.
전기차 제조사들이 문제 삼는 건 서울시가 다음달 말까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해 '충전율 90% 이하 전기차'만 아파트 지하 주차장 출입을 허용하도록 권고한다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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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업계 강력 반발
안전마진은 내구성 위한 것
"청라 화재, 충전과 관계없는데
뜬금없이 충전율 제한 발표"
공영주차장 충전 80%로 제한
주행가능거리 30% 감소할 듯
불편 커져 전기차시장 위축 우려
“자동차 회사들이 과학적 근거에 따라 95~97%까지 충전해도 안전한 걸로 확인했는데, 서울시가 무슨 근거로 충전율을 90%로 제한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인천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도 주차 중에 불이 난 건데, 충전율을 제한하는 건 번지수가 틀린 것 아닌가요?”(완성차업계 관계자)
“저를 포함한 대다수 전기차주는 자기 차의 ‘자동차 설정’에서 충전율을 80~90%로 해놓은 걸로 압니다. 그걸 못 믿겠으니 서비스센터를 찾아가 무조건 90% 이하로만 충전되도록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라는 것 아닙니까. 이런 게 행정 편의주의 아닌가요?”(전기차 소유주)
서울시가 지난 9일 충전율을 90%로 제한한 전기차만 아파트 지하 주차장 출입을 허용하기로 한 데 대해 완성차업계는 물론 전기차 소유주도 반발하고 있다.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달랜다는 명목으로 별다른 근거도 없이 ‘충전율 90% 제한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무슨 근거로 90%로 제한하나”
전기차 제조사들이 문제 삼는 건 서울시가 다음달 말까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해 ‘충전율 90% 이하 전기차’만 아파트 지하 주차장 출입을 허용하도록 권고한다는 부분이다. 각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이 준칙을 채택하면 90% 이상 충전한 전기차는 자기 집이 아니라 다른 곳에 주차해야 한다.
서울시는 각 전기차의 충전율이 90% 이하로 세팅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기차 제조사들에 인증서 발급을 요청하기로 했다. 전기차 제조사들은 배터리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3~5%가량의 안전마진을 설정하고 있다. 예컨대 계기판에 ‘충전율 100%’로 표시돼도 실제로는 95~97%만 충전된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각 제조사에 안전마진이 10%가 되도록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고 인증서를 발급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완성차 제조사들은 반발했다. 한 관계자는 “안전마진을 두는 건 화재 위험이 아니라 배터리 내구성과 성능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BMS(배터리매니지먼트시스템)로 과충전 우려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며 “서울시가 무슨 근거로 90%로 제한한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충전율 90%는 전기차를 많이 파는 회사들과 협의한 결과물”이라며 “과충전이 화재를 부를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많은 만큼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소방청이 지난 3년간 발생한 139건의 전기차 화재 사고를 분석한 결과 운행 중 화재가 68건(48.9%)으로 절반을 차지했고 주차 중(38건), 충전 중(26건), 정차 중(5건) 등의 순이었다.
실질 주행거리 70%로 줄어들어
전기차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실질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점이다. 공영주차장에서 급속충전기로 충전할 때 80%까지만 허용하기로 한 서울시 대책이 대표적이다. 이미 전기차 충전율이 90%로 제한된 상황에서 80%까지만 충전하면 실제 배터리 용량의 72%만 사용할 수 있다. 테슬라 모델 Y는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가능거리가 468㎞에서 336㎞로 줄어든다. 한 전기차 운전자는 “안 그래도 짧은 주행가능거리가 전기차의 약점인데 그나마 배터리의 30%는 쓰지도 못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기차주들과 완성차업계는 정부에 충전율 90%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근거가 있다면 운전자들이 각자 전기차 설정에서 ‘배터리 충전 제한’을 90%로 변경하고, 이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진 등을 통해 검증하는 자율적인 방식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다수 전기차는 차내 설정에서 최대 충전율을 정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탈탄소 시대를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인데 서울시의 섣부른 정책으로 ‘전기차를 사지 말아야 할 이유’만 늘어나고 있다”며 “54만 대(작년 말 기준)에 달하는 전기차주들의 불편은 물론 배터리 충전율을 과도하게 제한한 데 따른 비용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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