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량 확보, 고령자는 윗층, 신칸센 감속... 거대지진 대비하는 일본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4. 8. 1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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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고시마현에서 지난 8일 발생한 지진으로 집이 무너진 모습. /교도·로이터 뉴스1

일본이 조만간 일본 열도 남쪽에 있는 난카이 해구에서 거대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무척 높다면서 ‘거대 지진 주의’를 발령하자, 일본의 지방정부와 항공사, 철도 회사들은 규모 8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한 각종 대책을 세우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수욕장을 폐쇄하거나 비축 물자를 확보하고 신칸센 운행 속도를 늦추는 식이다. 하지만 해안 인근에 거주하는 독거 노인들을 제때 대피하도록 하는 방안이나, 대도시 직장인들이 지진 때문에 발이 묶여 귀가하지 못할 경우에 대해선 여전히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한편 시뮬레이션 결과, 규모9.1의 난카이 대지진 발생한다면, 혼슈 이바라키현에서 오키나와현까지 해안선을 따라 최대 34m의 쓰나미가 덮쳐와 약 23만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

11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들은 간사이 지역 오사카만(灣)에 있는 인공섬 사키시마에 있는 노인 시설 ‘겐쇼카이 엔리케’의 경우, 거대 지진 주의가 발령되고 비상 식량 5일분과 물, 급식용 물품 확보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 시설엔 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어려운 고령자 160여 명이 살고 있다.

앞서 고치현의 우라도만에 위치한 정신병원 ‘해안의 숲 호스피털’에서도 3층의 입원 환자들을 위층으로 옮겼다. 거대 지진 주의가 발령된 29개 도·부·현(都府縣·광역단체)과 707개 시·정·촌(市町村·기초단체)의 해안 지역에 위치한 노인 및 장애인 시설 대부분이 비슷한 조치를 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형 목조 건물들은 보통 지진이 나면 지진의 방향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1층이 무너져도 2, 3층은 그 위에 주저앉기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보통 일본에선 1층보단 2, 3층이 더 안전하다고 보고 위층으로 대피한다.

일본 고속철도 신칸센도 지진의 위험성이 큰 구역에선 느리게 운행하기로 했다. 철도 회사 JR도카이는 시즈오카현의 미시마역에서 아이치현 미카와안조역에 이르는 215km 구간에서 신칸센의 최고 속도를 230km로 낮춰 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항공)는 지진 발생 시 비행기가 당초 목적지에 착륙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먼 지역의 회항을 염두에 두고 그만큼의 연료를 더 싣기로 했다.

쓰나미에 취약한 해수욕장은 성수기임에도 적지 않은 곳이 문을 닫았다. 미야자키현 미야자키시, 오이타현 오이타시, 와카야마현 시라하마초, 가나가와현 히라쓰카시 같은 지방의 주요 해수욕장들 대부분이 폐쇄 상태다.

한편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대지진이 날 때 대도시에서 일하던 직장인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발이 묶이게 될 경우에 대한 대책 마련은 숙제”라고 했다. 대지진이 나면 도시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은 보통 끊기기 마련이다. 이럴 경우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이 속출한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는 지진 당일에 도쿄 등 수도권 지역에서만 약 515만명이 귀가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난카이대지진이 난다면 오사카·나고야시를 중심으로 약 420만명의 귀가 곤란자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해안 지역에 혼자 사는 고령자나 장애인을 대피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시설에 거주하는 고령자나 장애인은 그나마 직원들의 도움에 의지할 수 있지만, 독거 노인은 스스로 피난해야 한다. 요미우리신문은 “장기간 거주해도 괜찮을 정도의 피난 시설을 당장 제대로 갖추기는 어렵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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