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권익위 국장 죽음, 진실 덮고 이대로 넘어갈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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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숨진 국민권익위원회 김아무개(51) 국장과 사망 이틀 전 대화를 나눈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이 11일, 권익위의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의혹 종결 처리가 잘못된 것에 대해 김 국장이 몹시 괴로워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사건을 수사기관에 이첩하자는 의견을 냈으나, 정승윤 부위원장 등 수뇌부가 '종결'을 밀어붙였다.
이 죽음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이는 유철환 권익위원장과 정승윤 부위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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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숨진 국민권익위원회 김아무개(51) 국장과 사망 이틀 전 대화를 나눈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이 11일, 권익위의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의혹 종결 처리가 잘못된 것에 대해 김 국장이 몹시 괴로워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그런 결정을 해 양심에 찔린다. (위에서) 밀어붙여서 그렇게 됐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무엇이 공직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철저한 진상규명과 권익위의 근본적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 그것만이 고통 속에 숨진 김 국장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게 하는 길이다.
김 국장은 사건을 수사기관에 이첩하자는 의견을 냈으나, 정승윤 부위원장 등 수뇌부가 ‘종결’을 밀어붙였다. 그뿐만 아니라, 사건 실무를 총괄했던 김 국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설명회 등에 나가 “답변드릴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해야 하는 곤욕을 치렀다. 양심에 반한 결정을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 ‘윗선’을 방어해야 했던 심적 고통과 자괴감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김 국장은 영국에서 부패방지 분야 석사학위를 받고, 최근 행정학 박사 학위까지 취득하는 등 부패방지 업무 전문가다. 20년간 권익위를 지켜온 그가 하루아침에 모든 게 무너지는 걸 지켜봐야 했으니, 그 심정이 어떠했겠는가.
이 죽음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이는 유철환 권익위원장과 정승윤 부위원장이다. 고인에 대한 진정 어린 반성과 사과를 요구한다. 그리고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이 상황에서도 어물어물 덮고 넘어가려 하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야당은 청문회, 특검을 통해서라도 진상을 규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안타까운 죽음을 정쟁 수단으로 삼지 말라”고 야당을 규탄한다. 그럼 가만히 있으면 그 안타까움이 해소되는 건가.
진상규명과 함께 이런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권익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제도적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현 권익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서울대 법대 동기, 부위원장은 대학 후배, 전임 위원장도 윤 대통령 검찰 선배다. 3명 모두 윤 대통령 대선 캠프 소속이었다. 이런 인사들에게 어떻게 정치적 중립성을 기대하겠는가. 명품 백 사건과 관련해 내놓은 해괴망측한 논리가 나온 이유다.
이 이사장은 “최소한 위원장과 부위원장이라도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오도록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인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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