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권익위 국장 죽음, 진실 덮고 이대로 넘어갈 순 없다

한겨레 2024. 8. 1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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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숨진 국민권익위원회 김아무개(51) 국장과 사망 이틀 전 대화를 나눈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이 11일, 권익위의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의혹 종결 처리가 잘못된 것에 대해 김 국장이 몹시 괴로워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사건을 수사기관에 이첩하자는 의견을 냈으나, 정승윤 부위원장 등 수뇌부가 '종결'을 밀어붙였다.

이 죽음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이는 유철환 권익위원장과 정승윤 부위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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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사건 조사를 지휘했던 김아무개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의 빈소인 세종시 세종충남대병원 쉴낙원장례식장에 조화가 놓여 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지난 8일 숨진 국민권익위원회 김아무개(51) 국장과 사망 이틀 전 대화를 나눈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이 11일, 권익위의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의혹 종결 처리가 잘못된 것에 대해 김 국장이 몹시 괴로워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그런 결정을 해 양심에 찔린다. (위에서) 밀어붙여서 그렇게 됐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무엇이 공직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철저한 진상규명과 권익위의 근본적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 그것만이 고통 속에 숨진 김 국장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게 하는 길이다.

김 국장은 사건을 수사기관에 이첩하자는 의견을 냈으나, 정승윤 부위원장 등 수뇌부가 ‘종결’을 밀어붙였다. 그뿐만 아니라, 사건 실무를 총괄했던 김 국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설명회 등에 나가 “답변드릴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해야 하는 곤욕을 치렀다. 양심에 반한 결정을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 ‘윗선’을 방어해야 했던 심적 고통과 자괴감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김 국장은 영국에서 부패방지 분야 석사학위를 받고, 최근 행정학 박사 학위까지 취득하는 등 부패방지 업무 전문가다. 20년간 권익위를 지켜온 그가 하루아침에 모든 게 무너지는 걸 지켜봐야 했으니, 그 심정이 어떠했겠는가.

이 죽음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이는 유철환 권익위원장과 정승윤 부위원장이다. 고인에 대한 진정 어린 반성과 사과를 요구한다. 그리고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이 상황에서도 어물어물 덮고 넘어가려 하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야당은 청문회, 특검을 통해서라도 진상을 규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안타까운 죽음을 정쟁 수단으로 삼지 말라”고 야당을 규탄한다. 그럼 가만히 있으면 그 안타까움이 해소되는 건가.

진상규명과 함께 이런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권익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제도적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현 권익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서울대 법대 동기, 부위원장은 대학 후배, 전임 위원장도 윤 대통령 검찰 선배다. 3명 모두 윤 대통령 대선 캠프 소속이었다. 이런 인사들에게 어떻게 정치적 중립성을 기대하겠는가. 명품 백 사건과 관련해 내놓은 해괴망측한 논리가 나온 이유다.

이 이사장은 “최소한 위원장과 부위원장이라도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오도록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인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방안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최재영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던 참여연대가 6월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민권익위원회 정부합동민원센터 앞에서 디올 쇼핑백을 들고 ‘위반사항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 처리한 권익위를 비판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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