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사비 ‘과다 증액’ 검증하면 뭐하나…강제이행 조항 없어

김광수 기자 2024. 8. 1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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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ㄱ구역 주택재건축조합은 2018년 ㄴ사와 893억원에 415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계약을 체결했다.

부산 ㄱ구역 주택재건축조합 조합원 ㄷ씨는 "한국부동산원이 시공사가 인상을 요구한 공사비의 8%만 감액 결정을 하는 바람에 분담금을 40%나 더 납부해야 하는 날벼락을 맞았는데 시공사가 한국부동산원의 결정마저 따르지 않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 공사비 폭등으로 고통받는 조합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률인데 강제이행조항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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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제구 거제동 레이카운티. 4470가구 규모다. 이곳은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두고 소송까지 벌였다가 양쪽이 597억원 증액에 합의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래미안 누리집

부산 ㄱ구역 주택재건축조합은 2018년 ㄴ사와 893억원에 415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ㄴ사는 지난해 10월 착공을 앞두고 공사비 392억원을 조합에 더 요구했다. 전체 공사비는 애초보다 43.8%가 증액된 1285억원에 이르렀다. 코로나19 이후 건축 자재비 인상 등 물가상승이 주된 이유였다.

조합은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원에 시공사가 증액을 요청한 공사비가 적정한지를 감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난 4월 검증 보고서를 조합에 통보했다. ㄴ사가 요구한 전체 증액 공사비 392억원 가운데 물가상승분 323억원 등 361억원(92%)은 인정했으나 사업비, 제반 경비, 기계공사비 등 31억원(8%)은 과다 산정됐다고 판단했다.

ㄴ사가 조합원 292가구에 각 1061만원을 더 부담시킨 셈이지만 ㄴ사는 한국부동산원의 검증이 끝났는데도 넉달째 꿈쩍하지 않고 있다. ㄴ사 쪽은 한겨레에 “조합과 협의하겠다”고만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사비 증액을 두고 사업시행자(조합 등)와 시공사의 갈등이 잇따르면서 한국부동산원에 증액 공사비의 검증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검증을 끝내고 조합에 결과를 통보한 건수를 보면, 공사비 검증 규정이 신설된 2019년 3건에 그쳤으나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 2023년 30건에 이어 올해 1~7월 18건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부동산원의 결정은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에는 토지소유자 또는 조합원 5분의 1 이상, 공사비 증액 비율이 시공사 선정 전후 5~10% 이상, 공사비 검증이 끝난 뒤 공사비 3% 이상 상승 등에 해당하면 공사비 검증을 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은 있지만 한국부동산원의 결정을 따르지 않았을 때 뒤따르는 행정처분 등 벌칙 조항은 없다. 한국부동산원 쪽은 “조합과 시공사는 민간 영역이어서 법률에 강제이행조항을 넣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업시행자가 공사비 검증을 요청하려면 공사비가 얼마나 올랐는지를 계산해야 하는데 시공사가 협조하지 않으면 사실상 힘들다. 도시정비법에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강제조항은 없지만 공사비를 둘러싼 사업시행자와 시공사의 갈등 해결을 유도하는 중재기구 구실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답답한 것은 조합원들이다. 시공사가 한국부동산원의 결정에 불복해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사비가 증액되면 조합원이 분담해야 하는 금액뿐만 아니라 비조합원 대상의 일반 아파트 분양가격 상승 → 실수요자 외면 → 낮은 계약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외부에 알려지는 걸 꺼리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부산 ㄱ구역 주택재건축조합 조합원 ㄷ씨는 “한국부동산원이 시공사가 인상을 요구한 공사비의 8%만 감액 결정을 하는 바람에 분담금을 40%나 더 납부해야 하는 날벼락을 맞았는데 시공사가 한국부동산원의 결정마저 따르지 않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 공사비 폭등으로 고통받는 조합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률인데 강제이행조항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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