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분란 겨눈 ‘김경수 복권’…되레 여권이 ‘자중지란’

엄지원 기자 2024. 8. 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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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한동훈 쪽 공개 반발 ‘불똥’
친윤 등 당내 윤·한 갈등 재연 우려
용산쪽 차기권력 견제 카드 의심도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참배 중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 공동취재사진

‘광복절 특사’를 앞두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을 둘러싼 정치적 파장이 여권으로 번지고 있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은 애초 야당 균열을 노린 대통령실의 노림수로 보였으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면서 불똥이 여권 내부로 튀었다. 대통령실과 여야 3자 간에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두고 셈법이 복잡하게 꼬이는 모양새다.

김 전 지사가 법무부의 복권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자, 주말 새 여당에선 대통령실의 판단을 두고 공방이 오갔다. 친한계 핵심 의원은 1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실에 ‘김 전 지사 복권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며 “(최종 판단은) 대통령이 내리는 것이지만, 여당에도 대통령실에 민심을 전달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한 대표는 ‘김 전 지사가 저지른 범죄의 성격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인데 범죄를 인정하거나 사과하고 있지 않다’며 복권에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김 전 지사의 범죄는 너무나 심각해서 재고 의견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당 내부의 반발에 대통령실에선 즉각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반대’ 의견에 “사면·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권 관계자도 “2022년 12월 김 전 지사 사면 당시,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복권을 총선 이후에 하자는 의견이 모였던 걸로 알고 있다. (김 전 지사 복권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대통령실의 결정에 힘을 실었다.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을 지낸 시기에 이미 ‘총선 뒤 복권’으로 가닥을 잡은 일인데 이제 와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반대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여당 안에서도 “다시 한번 당정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을까 굉장히 우려된다”(권성동 의원), “국민 통합과 협치를 위한 대통령의 더 큰 생각과 의지가 있을 것”(윤상현 의원)이라는 엄호가 뒤따랐다.

대통령실 쪽에선 “한 대표가 직접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아니지 않으냐”며 ‘윤-한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부인했으나, 여권 내부의 공개 반발은 김 전 지사 복권 카드로 노린 ‘야권 균열’과 ‘보수 결집’이란 애초 목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실이 김 전 지사 복권과 함께 보수 정부 인사들을 무더기로 사면해 진영 결속을 꾀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 이번 광복절 특사 명단엔 조윤선 전 정무수석,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 박근혜 정부 인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야권의 한 인사는 “대통령실로선 남는 장사인데 한 대표가 공연한 자책골을 넣은 것 같다”고 했다.

“김 전 지사 복권 문제는 저희가 여러 루트로 요청을 드렸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 쪽이 굳이 “(4월 윤석열-이재명 회담을 앞두고) 이 전 대표 쪽에서 그런 요청을 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한 것을 두고도 애초 ‘김경수 복권’ 카드로 얻으려던 성과가 흐려지는 것에 대한 조바심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 많다. 이 전 대표가 김 전 지사 복권을 요청한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는데도, 굳이 4월 회담을 언급하며 사안을 진실 공방으로 가져간 것이다. 민주당의 한 친이재명계 의원은 “단독회담이나 실무회담에서 언급되지 않았으나 회담 준비 과정에서 논의된 것은 사실이다. 우리 쪽 요청이 있었다고 인정하면 남 좋은 일 했다는 평가가 나올까 봐 눈치 보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둘러싸고 3자 간 신경전이 가열되는 것은 차기 권력을 두고 각자 셈법이 갈리기 때문이다. 실제 정치권에선 ‘김경수 복권’을 두고 대통령실이 이재명·한동훈 모두를 겨냥해 던진 견제구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 전 지사가 이재명 전 대표뿐 아니라 한 대표 쪽에도 더 상대하기 껄끄러운 경쟁자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직계’로 꼽히는데다, 이재명 전 대표만큼 강한 비토층이 존재하진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 주류는 일단은 김 전 지사의 등판을 환영한단 입장이다. 4·10 총선 이후 이 전 대표의 독주체제를 두고 ‘일극체제’ ‘사당화’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김 전 지사가 비이재명의 ‘상징’ 구실을 해주면 이 전 대표에게도 나쁠 게 없단 것이다. 이 전 대표 역시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나 ‘김경수 복권설’에 대해 “(대선) 후보는 다양하고 많을수록 좋다”고 밝힌 바 있다.

엄지원 이승준 선담은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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