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먼데이’ 하루만에 마통 4천억 급증…증시·부동산으로 쏠리는 돈
코스피 지수가 8% 넘게 폭락한 지난 5일의 이른바 ‘블랙 먼데이’ 이후 증시와 부동산으로 향하는 돈의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달 들어 5대 은행의 투자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은 3조원 넘게 빠진 반면,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은 2조5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위기를 곧 기회’로 보는 개인 투자자들이 저점 매수를 노리며 증시로 향한 한편, 금리 인하 기대로 불붙은 부동산 시장으로 시중 자금이 흘러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포함한 개인 요구불예금은 지난 5일 ‘블랙 먼데이’ 당일 하루 만에 2조366억원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8일까지 이달 들어 줄어든 요구불예금이 3조2760억원인데, 이중 상당 부분이 5일 하루에 빠진 것이다. 요구불예금은 투자처나 용도를 찾기 위해, 낮은 금리로 은행에 잠시 맡기는 자금을 의미한다.
블랙 먼데이는 은행권의 신용대출도 키웠다. 8일 기준 은행권 신용대출은 103조4356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8288억원 늘었다. 지난 6·7월 연속으로 감소세를 이어온 신용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마이너스 통장 잔액도 39조6678억원으로 전달 대비 5874억원 증가했는데, 증가한 잔액 대부분은 블랙 먼데이 당일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주식 시장 주변에는 계속 돈이 흘러들고 있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블랙 먼데이 하루 만에 5조6197억원 증가했다. 이후로는 다시 줄었지만 지난달 대비 8223억원(8일 기준) 여전히 많은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은 주식 투자용 단기자금 마련을 이유로 급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도 “코스피 폭락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 개인 투자자들이 은행 요구불예금, 신용대출 등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추가 매수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2~9일 6거래일 동안 순매수를 이어왔다.
가계대출을 견인하는 주택담보대출도 이달 들어 1조6404억원 느는 등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투자 수요가 꺾이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가산금리 추가 등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인상해왔지만,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긴 어려운 모양새다.
지난 9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연 3.280∼5.290%) 하단은 지난 2일과 비교해 0.250%포인트 뛰었다.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0.020%포인트 오르는 사이, 대출 금리는 그 12배를 웃도는 오름폭을 보인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 금리의 지표가 되는 시장 금리의 하락 흐름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금리 조정으로 주담대를 관리하기엔 역부족”이라면서 “주담대는 금리 아닌 부동산 대책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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