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형은 대기업에만 유리"… DC형 갈아타는 사업장 는다
금리 내리면 기업부담 커져
DB형 → DC형 전환 확산세
4년만에 6만7천여곳 늘어
성과연봉제 보편화 추세
DC형이 수익 더 낼수도
가입자들의 수익률은 물론이고 기업의 비용 부담 면에서도 확정기여(DC)형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최근 들어 퇴직연금을 DC형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확정급여(DB)형은 임직원의 퇴직에 대비해 임금 상승률과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한 거액의 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기업 부담이 크다. DB형의 퇴직연금 부채는 임금 상승률 등에 따라 증가하는 데 반해, 퇴직연금 자산은 운용 수익률에 따라 되레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 인하 국면에서 원리금 보장형 위주인 DB형은 운용 수익률이 낮아 기업 부담만 높인다는 분석이다. 가입자 입장에서도 DB형은 임금 상승률이 높은 대기업 근로자에게만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DC형을 도입한 사업장 수는 2018년 22만2851개에서 2022년 28만9856개로 4년 만에 6만7000여 개가 늘었다. 반면 DB형을 도입한 사업장 수는 2018년 10만2985개에서 2019년 9만8705개로 10만개 미만으로 떨어졌다. 2022년에는 8만9744개로 해마다 감소 중이다.
DB형은 퇴직금 제도와 마찬가지로 근로자가 받는 퇴직급여가 정해져 있다. 근로자가 은퇴하기 직전 3개월 평균 임금을 근속 연수로 곱하면 퇴직급여가 된다. 회사는 직원이 퇴직하면 지급해야 할 부담금을 외부 금융기관에 쌓아둔다. 직원들 근속 연수가 늘어나고 임금도 인상되기 때문에 매년 적립금 규모를 키워야 한다.
하지만 운용 수익률이 부진한 가운데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면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기여금은 급속도로 불어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임금 상승률이 4%일 때 수익률이 3%이면 적립률이 3년 후 99.0%, 5년 후에는 98.1%로 낮아진다. 이 적립 부족액을 어느 한 해에 전부 해소하려면 그해 정기 납입액에 더해 3년 후 2.9%, 5년 후 9.5%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게 된다. 회사가 구성원 퇴직 시점의 평균 임금에 맞춰 퇴직연금을 미리 계산해 적립해두지 못하면, 회사 재무제표에 퇴직연금부채로 기록된다.
적립금 비율을 100% 이상으로 맞춘 곳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 대기업인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발 금리 인하가 단행되고 금리가 낮아지는 시대로 돌아가게 되면 수익률이 임금 상승률을 못 이겨 기업 부채가 증가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9년 말 제너럴일렉트릭(GE)은 DB형 퇴직연금제도를 동결한 후 DC형으로 전환했다. 2019년 미국에서 금리 인하가 세 차례 단행되면서 운용 수익률이 악화했고, 당시 지급해야 할 퇴직연금 총액이 918억달러였는데, 부족 금액이 224억달러나 됐기 때문이다.
그간 호봉제가 일반적인 한국 기업의 근로자는 DB형이 특히 유리한 제도로 여겨졌다. 근속 연수가 자동으로 쌓이면서 임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승진 기회가 많고 임금 상승률이 높은 대기업 직장인에게 유리했다.
반면 성과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성과연봉제가 보편화되는 요즘에는 DC형이 유리할 수 있다. 투자 진입장벽이 과거보다 낮아지고 정보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중소기업 재직자나 이직이 잦은 경우 DC형을 통해 투자 수익률을 높여 수령액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회사 구성원들도 퇴직 직전 임금이 낮아지기 전에 DB형에서 DC형으로 갈아타는 것이 낫다.
국내 한 금융 캐피털사에 재직 중인 A씨는 "올해 초 DB형을 운용하던 회사에서 DC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줬다"며 "미국 나스닥지수 추종 상품과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골라 현재까지 반년 새 11% 안팎의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초봉 4000만원인 근로자가 5%의 연봉 인상률로 20년을 근속하면 DB형은 1억6846만원을 받는다. DC형은 지난해 DC형 연간 수익률인 5.79%를 반영하면 20년 뒤에 1억9155만원이 쌓인다. 무려 2300만원의 금액 차이가 나는 것이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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