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대신 강의실…사직 전공의 ‘개원 강의’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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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진료의 첫걸음', '최고의 의원급 외과의가 되기 위한 필수생존가이드'.
이날 교육은 개원의들이 아닌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들이 받았다.
사직 전공의 1만2천여명이 의료현장에 돌아오지 않은 가운데, 이들을 상대로 한 개원 교육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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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개원가 가면 복귀 가능성 없어”
‘개원 진료의 첫걸음’, ‘최고의 의원급 외과의가 되기 위한 필수생존가이드’.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의사회 5층 강당에서 열린 실무교육 세부 프로그램 이름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와 그렇지 않은 비급여를 함께 진료할 때 주의할 점부터 노무사·세무사가 알려주는 노동관계법·세무 상식까지 다뤘다. 병원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내용이다. 이날 교육은 개원의들이 아닌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들이 받았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시작한 강의에 현장에는 40여명, 유튜브로는 80여명 등이 참여했다. 서울시의사회 유튜브 채널에는 “같은 부위에 급여·비급여 혼합 진료가 불가한 건지, 진단명이 다르면 혼합 진료가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등의 질문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한겨레와 만난 사직 전공의 ㄱ(27)씨는 “올해 신경외과 예비 레지던트였다가 지금은 쉬고 있다”며 “개원은 아직 먼 얘기지만 미리 들어놓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신청했다”고 말했다.
사직 전공의 1만2천여명이 의료현장에 돌아오지 않은 가운데, 이들을 상대로 한 개원 교육이 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는 전공의들을 상대로 지난달 27일부터 2주마다 무료로 실무교육 강의를 연다. 이날 강사로 나선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앞으로 3차와 4차 실무교육을 통해 개원 현장의 좋은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도 개원에 필요한 강의를 속속 개최하고 있다. 지난 4일 정형외과의사회가 근골격계 초음파 연수 강좌를 개최한데 이어 내과 초음파, 피부과 강좌 등을 열 예정이다. 개원의가 주축인 의사회별로 개원가에서 전공의가 진료할 수 있는 분야에 초점을 맞춰 알려주겠다는 뜻이다. 또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사직 전공의를 위한 전공의 진로지원 티에프(TF)는 구직 활동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가 하반기 추가 모집까지 나서며 복귀를 호소하고 있지만 전공의들은 이에 응하지 않고 강의나 개원가 취업으로 등 돌리는 모습이다.
더욱이 수련병원들도 전공의 복귀에 더이상 기대를 걸지 않고 사직 전공의도 지원할 수 있는 촉탁의 채용에 나섰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9일 내과 병동과 응급실에서 주 1∼3회 하루 12시간 일할 ‘당직 전담 촉탁의 모집 공고’를 냈다. 우대 사항으로 전문의 자격증 소지자 또는 내과 수련 근무 경험자를 명시했다. 사직한 내과 전공의를 겨냥한 셈이다. 국립암센터도 지난 8일 당직과 응급실, 입원 전담의사 채용 공고를 내면서 전공의 1년 이상 수료자도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기존 교수들에게 가장 부담이 큰 업무가 당직”이라며 “수련병원들은 당직 공백을 그대로 둘 수 없어 사직 전공의를 일반의사로 채용하려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직 전공의가 채용될 경우 수련 기간으로는 인정받지 못한다.
의료 현장에선 개원가로 이동한 전공의를 다시 대학병원 등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형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수련병원에 일반의사로 돌아온다면 언젠가 전공의 수련에 복귀할 수 있지만, 개원가에서 의사를 시작한 전공의는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전공의 대상으로 한 개원 교육은 비급여가 팽창할 수 있는 의사들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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