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족 아니면 안돼" 꼼수 판치는 청약전쟁

이선희 기자(story567@mk.co.kr) 2024. 8. 1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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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세보다 20억원 저렴한 서울 서초 래미안 원펜타스(신반포 15차 재건축) 청약 커트라인이 공개된 후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자녀 셋 이상 키우면서 부모님 모시고 사는 집을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대가족이 많았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래미안 원펜타스 대부분 평형의 최저점이 74~77점이었고 청약 가점 만점인 84점도 나왔다.

청약 가점제에서 부양가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대가족일수록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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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과열에 70점대 커트라인
조부모까지 뭉쳐야 당첨 가능
모집공고일 기준 주택유무 관건
부양가족 늘리려 위장전입도
시대 맞게 가점제 개편 필요
청약 고가점자들이 몰린 래미안 원펜타스(왼쪽)와 래미안 원베일리. 매경DB

최근 시세보다 20억원 저렴한 서울 서초 래미안 원펜타스(신반포 15차 재건축) 청약 커트라인이 공개된 후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자녀 셋 이상 키우면서 부모님 모시고 사는 집을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대가족이 많았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래미안 원펜타스 대부분 평형의 최저점이 74~77점이었고 청약 가점 만점인 84점도 나왔다. 84점은 통장 가입 기간·무주택 기간 만점을 채우면서 부양가족이 6명 이상이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4인 가족 최대 점수는 69점이다.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양가족이 청약의 당락을 가르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청약 가점제에서 부양가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대가족일수록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내 집 마련을 기다려온 3~4인 가족은 "부모님을 (등본에) 올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으니 '위장전입' 유혹을 참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전문가들은 요즘 시대에 맞게 가점제 방식도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직계존속이 청약 가점에서 부양가족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청약 신청자와 3년 이상 같은 등본에 올라와야 한다. 유주택자인 부모는 부양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부모가 무주택자여야 부양가족으로 인정된다. 다만 이는 모집공고일 기준이다. 즉 부모가 주택이 있더라도 모집공고일 이전에 주택을 처분해 무주택 상태면 괜찮다. 청약 신청자와 같은 등본에 있는 부모가 유주택자였던 것도 신청자의 무주택 기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무주택 기간 산정 때는 신청자와 배우자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또한 투기과열지구에서 1순위가 되려면 가구주여야 하는데, 가구주는 모집공고일 기준으로 적용된다. 부모가 가구주인 집에서 성인 자녀가 함께 살다가, 청약 모집공고일 이전에 자녀로 가구주를 변경해도 된다는 얘기다.

부양가족이 가점제에서 절대적이다 보니 실제 거주하지 않는데 거주하는 것처럼 속이는 '위장전입'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부모와 거주했다는 사실은 주민등록등본 등 서류로만 입증되면 되기 때문이다.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부양가족을 부풀리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하반기 주택청약 및 공급실태 점검'에 따르면, 부정청약 중 가장 많은 유형이 위장전입(143건)이었다.

입주 단계에서 가구원 전원이 거주해야 한다는 강제 조항이 없는 것도 위장전입을 부추긴다. 투기를 막기 위해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에는 실거주 의무가 있지만 이는 청약 당첨자에 한정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20평대에 6~7명이 거주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가족으로 당첨된 이후 각자 분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할 때도 '실제 거주기간'에 따라 공제율이 적용된다. 이때도 가구원 전부가 거주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지만 세무업계 관계자는 "세대분리를 할 수도 있고, 질병·진학 등 사유로 일부가 거주하지 않는 것도 인정된다"고 했다.

부양가족 중심 가점제는 핵가족 형태가 보편화된 요즘 시대와 맞지 않는다. 전국 가구의 평균 가구원 수는 1970년대 5.2명에서 2023년 2.2명으로 줄었다. 저출산과 핵가족화로 3~4인 가구가 보편적 가족 형태가 됐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과거에는 부양가족이 많은 서민에게 주택을 우선 공급하는 취지가 이해됐지만, 가구원이 줄어든 최근에 5~6인 가족이 당첨되는 현실은 위장전입 등 편법과 불법이 만연한 것을 보여주는것"이라며 "사회적 배려 대상 특성에 맞는 주택공급규칙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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