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피터 드러커를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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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마르크스(1818~1883)는 노동자의 혁명을 예언했다.
어릴 때부터 그를 알았던 피터 드러커(1909~2005)는 지식노동자의 부상을 예견했다.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수 없는 이론은 무용하다." 드러커는 기업과 정부, 대학, 병원, 교회, 시민단체 그리고 경영자와 노동자의 삶을 바꾸었다.
드러커는 산업화시대 생산성 혁명을 넘을 경영 혁명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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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식 교육은 왜 그대로인가
혁신보다 지대 갈망하는 사회
인재를 잃어도 무심한 정부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카를 마르크스(1818~1883)는 노동자의 혁명을 예언했다. 마르크스가 죽은 해 태어난 조지프 슘페터(1883~1950)는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를 통찰했다. 어릴 때부터 그를 알았던 피터 드러커(1909~2005)는 지식노동자의 부상을 예견했다. 젊은 시절 슘페터는 유럽 최고 미녀의 연인이자 세계 최고 경제학자로 기억되기를 바랐다. 임종 직전에는 드러커 부자에게 달리 말했다.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수 없는 이론은 무용하다." 드러커는 기업과 정부, 대학, 병원, 교회, 시민단체 그리고 경영자와 노동자의 삶을 바꾸었다.
지식노동자는 가장 중요한 생산수단을 소유한다. 그는 경영자처럼 성과에 책임을 지고 협력하는 노동자다. 명령과 통제를 벗어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흔히 고용기관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경영자는 그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자본 형성보다 두뇌 형성에 힘쓰는 기업과 정부가 성공한다. 옛 소련의 지도자들은 20세기에 풍미한 포디즘을 본받아 생산성 혁명을 이루려 했다. 하지만 지식노동자와 사회적 혁신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리는 그 끝을 안다.
에릭 홉스봄은 1차 세계대전부터 소련 붕괴까지를 단기 20세기로 보았다.
그렇다면 드러커는 세 세기를 살다 간 사람이다. 그의 생전에 구한말과 개발연대를 거쳐 지식혁명 시대에 이른 한국의 압축발전은 그의 서사와 잘 맞는다. 드러커는 인류 역사상 한국보다 더 성공적인 사회 변혁은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인적자원의 질적 혁신에 주목했다. 최근 세계은행이 한국을 성장의 슈퍼스타로 치켜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드러커 사후 20년 가까이 지난 오늘 한국은 과연 그의 상찬을 받을 만한가. 나는 회의적이다.
가장 먼저 걸리는 것은 공장식 교육체제다. 드러커는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가 한 말이라며 이렇게 전했다. "교육부 장관을 찾는 일은 아주 쉽다. 필요한 건 긴 흰 수염뿐이다." 우리는 19세기 중반 프로이센의 국민교육체계에서 얼마나 벗어났는가.
오늘의 지식이 내일이면 어리석게 들리는 시대다. 개발연대에 딴 명문대 졸업장을 인공지능 혁명 시대에도 우려먹을 수는 없다. 학벌이 사회의 새 틀을 짤 면허가 될 수도 없다. 대학은 세계 최고 인재를 끌어들이지 못한다. 마구잡이로 중국 유학생을 받아 구멍 난 재정을 메우기 바쁘다.
드러커는 산업화시대 생산성 혁명을 넘을 경영 혁명을 역설했다. 하지만 기업과 자본시장은 지난날의 틀을 버리지 못한다. 기업가치를 따질 때 여전히 주가순자산배율 같은 전통적 셈법을 따른다. 아직도 인재를 자원이 아니라 비용으로 본다. 족쇄가 될 낡은 기술과 장비를 자산으로 계상한다. 기업과 국가의 혁신 역량은 알아볼 길이 없다. 국부 통계는 두뇌자본을 무시하고 고정자본만 합산한다. 상품 교역은 주시하면서도 인재 수지에는 무심하다. 드러커는 기업 이사회가 허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사회를 전관 대접을 받으려는 권력자와 짭짤한 부수입만 챙기는 학자들로 채우면 그럴 수밖에 없다.
부는 지식과 혁신에서 나온다. 콘크리트로 굳어진 부를 선점하기를 갈망하는 지대 추구 사회는 미래의 부를 창출할 수 없다.
드러커는 무의미해진 성공은 실패보다 해롭다고 했다. 성공한 조직은 흔히 전 세대가 쌓아온 혁신을 소진하며 살아간다.
성공은 애착과 신화를 낳는다. 과신을 부르며 사고와 행동을 굳어지게 한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사회 구석구석 혁신의 불꽃을 피워야 한다. 그러자면 기업과 정부, 정치권, 대학의 상층부가 달라져야 한다. 병목은 병의 머리 부분에 있는 법이다. 드러커는 경제와 사회, 정치의 가능성 자체를 바꾸는 혁신을 기업가적 공헌으로 보았다. 그의 통찰을 되새길수록 뼈아프다.
[장경덕 작가·전 매일경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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