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기도하는 매미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4. 8. 1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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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매달린 한 무리의 매미 떼를 신기한 눈으로 본다.

매미도 사람도 기력을 다한 지친 여름이다.

명정이란 죽은 사람의 성씨 따위를 적어 상여 앞에 들고 관 위에 묻던 붉은 천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자기 존재 자체가 자신의 유일한 흔적으로 남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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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揖)하듯 날개를 가지런히 모으고

나무에 매달려 있는 매미

자신의 몸을 떠오르게 했던 것이 명정(銘旌)이 되었다

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듯

조심스럽게 떼어내 바지 주머니에 넣는다

가장 무더웠던 여름만을 사람들은 기억한다

- 신철규 '파브르의 여름' 일부

나무에 매달린 한 무리의 매미 떼를 신기한 눈으로 본다. 더 울기도 지쳤다는 듯 도망치지도 날아오르지도 못하던 것들. 매미도 사람도 기력을 다한 지친 여름이다. 명정이란 죽은 사람의 성씨 따위를 적어 상여 앞에 들고 관 위에 묻던 붉은 천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자기 존재 자체가 자신의 유일한 흔적으로 남을 때가 있다. 매미는 일주일을 산다지만 허물은 그보다 오래갈 텐데 그 허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존재했던 모든 것이 소멸해도 오래 남게 되는 무엇이 있다.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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