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엔 일어나지 않을 우연”…필름 카메라 찾는 청년들

김가윤 기자 2024. 8. 11. 17:1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지난 7일 둘러본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카메라 가게 판매대 앞쪽을 차지한 건 '똑딱이 카메라'(저화질 디지털카메라)와 '필름카메라'였다.

카메라와 사진 관련 상점이 밀집한 서울 지역 주요 상가가 똑딱이와 필름 카메라 등 저화질 카메라로 때아닌 특수를 맞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상소를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황옥규(23)씨가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 황씨는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다. 디지털이라면 이런 우연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옥규 제공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고물상에서도 쓰레기라며 버리던 카메라인데, 지금은 팔고 싶어도 물건이 없어요.”

지난 7일 둘러본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카메라 가게 판매대 앞쪽을 차지한 건 ‘똑딱이 카메라’(저화질 디지털카메라)와 ‘필름카메라’였다. 상인 김아무개(68)씨는 “하루에 빈티지 카메라를 찾는 사람만 20~30명”이라며 “예전엔 (중고 매입 비용이) 1만원, 5천원밖에 안 하더니 유행 초창기인 지난해만 해도 3만~5만원이나 됐다. 지금은 8만~10만원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카메라와 사진 관련 상점이 밀집한 서울 지역 주요 상가가 똑딱이와 필름 카메라 등 저화질 카메라로 때아닌 특수를 맞고 있다. 젊은층 사이에 저화질 사진·영상 열풍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2주 전 세운상가에 새로 가게를 열었다는 40대 남승민씨는 “이전엔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나이 드신 분만 저화질 카메라를 찾았고, 세운상가는 ‘죽은 상가’였는데 젊은 사람들이 오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며 “일본, 중국, 타이(태국), 말레이시아에서도 저화질 인기가 커서, 개업 뒤 찾아온 외국인만 스무명에 가깝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서 팔고 있는 ‘똑딱이 카메라(저화질 디지털카메라)’. 이수안 교육연수생

저화질 카메라가 젊은층을 사로잡은 배경은 우선 ‘자연스러움’이다. 사진·영상 기능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원하는 장면을 선명하게 찍는 것보다 실수를 포함한 촬영 과정, 현장의 분위기를 담아내는 게 한층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대학생 황옥규(23)씨는 “필름카메라는 사소한 실수도 결과물에 영향을 미치는데, 나의 실수마저도 반영하는, 실수가 사진을 더 새롭게 만드는 변수로 작용한다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레트로’가 케이팝 등 대중문화의 중요한 열쇳말로 자리 잡은 것도 저화질 인기에 큰 몫을 차지한다. 세운상가 상인 김씨는 “뉴진스가 빈티지 캠코더를 들었다며 찾는 외국인 교환학생이 많다”고 전했다.

옛 카메라가 유행을 타며 필름 현상소도 덩달아 늘어나는 분위기다. 충무로 필름 골목에는 젊은층을 공략한 듯 최신 인테리어로 꾸며진 현상소가 새로 문을 열기 시작했다. 서울 충무로에서 카메라 가게를 운영하는 ㄱ씨는 “15년 전부터 필름 현상소가 줄어 5년 전만 해도 4~5곳만 남았다. 최근 필름카메라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서울만 전체적으로 현상소 20~30곳이 새로 생겼다”고 말했다.

활력을 되찾은 상가와 소비자 모두 저화질 열풍을 환영하지만, ‘비싼 취미’가 되고 있다는 점은 한계다. 필름과 카메라는 공급을 멈춘 데 반해 찾는 수요는 몰리는 탓이다. 정원식 전남대 교수(문화콘텐츠학)는 “잠깐 유행일 수 있어 필름 공장을 확장하거나, 기업이 아날로그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디지털의 편리함을 갖고 있으면서도 복고적인 감성을 충족시키는 쪽으로 타협점을 찾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필름을 현상할 수 있는 서울 중구 충무로 필름 거리의 한 사진관. 이수안 교육연수생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이수안 교육연수생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