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엔 일어나지 않을 우연”…필름 카메라 찾는 청년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지난 7일 둘러본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카메라 가게 판매대 앞쪽을 차지한 건 '똑딱이 카메라'(저화질 디지털카메라)와 '필름카메라'였다.
카메라와 사진 관련 상점이 밀집한 서울 지역 주요 상가가 똑딱이와 필름 카메라 등 저화질 카메라로 때아닌 특수를 맞고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고물상에서도 쓰레기라며 버리던 카메라인데, 지금은 팔고 싶어도 물건이 없어요.”
지난 7일 둘러본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카메라 가게 판매대 앞쪽을 차지한 건 ‘똑딱이 카메라’(저화질 디지털카메라)와 ‘필름카메라’였다. 상인 김아무개(68)씨는 “하루에 빈티지 카메라를 찾는 사람만 20~30명”이라며 “예전엔 (중고 매입 비용이) 1만원, 5천원밖에 안 하더니 유행 초창기인 지난해만 해도 3만~5만원이나 됐다. 지금은 8만~10만원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카메라와 사진 관련 상점이 밀집한 서울 지역 주요 상가가 똑딱이와 필름 카메라 등 저화질 카메라로 때아닌 특수를 맞고 있다. 젊은층 사이에 저화질 사진·영상 열풍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2주 전 세운상가에 새로 가게를 열었다는 40대 남승민씨는 “이전엔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나이 드신 분만 저화질 카메라를 찾았고, 세운상가는 ‘죽은 상가’였는데 젊은 사람들이 오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며 “일본, 중국, 타이(태국), 말레이시아에서도 저화질 인기가 커서, 개업 뒤 찾아온 외국인만 스무명에 가깝다”고 말했다.
저화질 카메라가 젊은층을 사로잡은 배경은 우선 ‘자연스러움’이다. 사진·영상 기능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원하는 장면을 선명하게 찍는 것보다 실수를 포함한 촬영 과정, 현장의 분위기를 담아내는 게 한층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대학생 황옥규(23)씨는 “필름카메라는 사소한 실수도 결과물에 영향을 미치는데, 나의 실수마저도 반영하는, 실수가 사진을 더 새롭게 만드는 변수로 작용한다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레트로’가 케이팝 등 대중문화의 중요한 열쇳말로 자리 잡은 것도 저화질 인기에 큰 몫을 차지한다. 세운상가 상인 김씨는 “뉴진스가 빈티지 캠코더를 들었다며 찾는 외국인 교환학생이 많다”고 전했다.
옛 카메라가 유행을 타며 필름 현상소도 덩달아 늘어나는 분위기다. 충무로 필름 골목에는 젊은층을 공략한 듯 최신 인테리어로 꾸며진 현상소가 새로 문을 열기 시작했다. 서울 충무로에서 카메라 가게를 운영하는 ㄱ씨는 “15년 전부터 필름 현상소가 줄어 5년 전만 해도 4~5곳만 남았다. 최근 필름카메라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서울만 전체적으로 현상소 20~30곳이 새로 생겼다”고 말했다.
활력을 되찾은 상가와 소비자 모두 저화질 열풍을 환영하지만, ‘비싼 취미’가 되고 있다는 점은 한계다. 필름과 카메라는 공급을 멈춘 데 반해 찾는 수요는 몰리는 탓이다. 정원식 전남대 교수(문화콘텐츠학)는 “잠깐 유행일 수 있어 필름 공장을 확장하거나, 기업이 아날로그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디지털의 편리함을 갖고 있으면서도 복고적인 감성을 충족시키는 쪽으로 타협점을 찾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이수안 교육연수생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단독]대통령 관저 공사 불법의혹...‘김건희 유관 업체’의 명의도용?
- “처벌 원치 않아요” 그 말 뒤엔…‘보복 두려워요’ 소리없는 외침
- 한여름밤의 ‘감동 드라마’…파리올림픽 폐막
- 강압적 통제→폭력→스토킹→살인 ‘연쇄고리’ 국가가 끊으려면
-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다, 팀코리아의 힘
- “처벌 원치 않아요” 그 말 뒤엔…‘보복 두려워요’ 소리없는 외침
- 대관식 꿈꿨지만…트럼프, 파죽지세 해리스 구경만
- ‘기획통’ 심우정, 새 검찰총장 후보…윤 ‘안정적 검찰 장악’ 포석
- ‘김건희 종결’ 외압 수사로 번지나…권익위 국장 사망 파문
- 양궁 김우진·임시현, 대한체육회 선정 파리올림픽 MV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