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서 택배 분류하던 우리형, 드디어”...6500명 직고용, 4대보험 된다

근로자 처우 지적 계속 되자
6500명 전원 자사소속 전환
고용보험 등 사각지대 해소
자동화에도 2000억원 투자

서울 시내의 한 주차장에 쿠팡 배송 차량이 주차돼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쿠팡의 물류 전문 계열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올해 연말까지 택배 물품 분류 전담 인력 6500여 명을 완전 직고용하기로 했다. 위탁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으로 근로자가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CLS는 연내 분류시설 자동화를 위해 2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11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CLS는 택배 물품을 분류하는 전담 인력 6500여명 모두를 연내에 직고용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CLS는 전문업체 위탁 방식으로 운영해 온 분류 전담 인력을 지난 2021년부터 직고용 방식으로 전환해오고 있다. 현재 직고용 비율은 80%까지 높아져 5200여명 정도가 CLS에 소속돼 있다. CLS는 직고용 인원을 추가로 1300여명 늘려서 직고용 비율 100%를 달성키로 했다.

택배 분류 작업은 개별 택배기사가 배송해야 할 택배를 나누는 업무다. 택배를 정확히 분류하고 적재해야 오배송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배송에 앞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현재 대부분의 물류회사들은 분류 전담 인력을 직접 고용하고 있지 않다. CJ대한통운은 대리점을 통해 7000여명 정도의 분류 전담 인력을 간접 고용하고 있고,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집배센터에 1500여 명의 시간제 근로자를 투입하고 있다.

CLS가 업계 최초로 완전 직고용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건 그간 꾸준히 제기돼온 물류업계의 사회보험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지난 7월 근로복지공단의 전수조사에 따라 쿠팡과 계약된 위탁업체는 근로자의 산재·고용보험에 미가입 문제로 누락보험료 47억3700만원, 과태료 2억9600만 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쿠팡과 계약을 맺은 90곳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4만948명이 산재·고용보험에 미가입됐던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당시 일각에서는 위탁업체와 계약을 맺은 쿠팡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했다.

CLS는 대규모의 분류 전담 인력 운용을 통해 배송인력이 배송에만 전념하도록 함으로써 택배기사 등 배송인력의 업무시간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한다. 또한 CLS는 분류 전담 인력 전체를 CLS가 직접 고용함으로써 사회보험 관련 업무가 단순해지고 산재보험 미가입 문제도 완전히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CLS는 ‘오토소터(자동 분류기)’ 전면 도입 등 분류시설 자동화에 속도를 높여왔는데, 내년까지 분류시설 자동화에 2000억원 이상을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분류 전담 인력의 업무 여건 개선에도 나서겠다는 뜻이다. 오토소터는 분류 인력이 직접 박스에 붙어 있는 송장을 보고 주소별로 분류하는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장치다.

CLS 관계자는 “올해 안에 100% 직고용을 통해 마무리되면 산재보험 미가입 등 사회보험 사각지대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고 근로자들의 처우도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대규모의 분류 자동화시설 추가 투자 등을 통해 업무 여건을 계속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팡의 고용 규모는 국민경제에 일정한 영향을 끼칠만큼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삼성전자에 이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쿠팡 고용의 상당수는 단기 계약직이긴 하지만, 당장 일자리를 찾기 힘든 청년층이나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중년 여성 등에 일자리 사다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쿠팡과 쿠팡의 물류 자회사에 직고용된 근로자 숫자는 지난해말 기준 6만9057명으로 현대자동차(6만8427명)보다 600명 이상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