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정보' 공개·지상 충전소 확대 추진(종합)
'전기차 포비아' 확산 속 정부 12일 긴급회의 개최
13일에는 업계 의견 청취…종합대책은 내달 초 나올 예정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기차로 인한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서 이른바 '전기차 포비아'(phobia·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12일 정부가 긴급회의를 연다.
화재 가능성이 큰 '과충전'을 예방하기 위해 충전율과 충전시간을 제한하거나, 사전에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 보급을 확대하는 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상 충전시설 설치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국민적 요구가 커진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는 안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관계 부처·업계와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11일 정부에 따르면 12일 환경부 차관 주관으로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전기차 화재 관련 긴급회의가 예정돼 있다.
전기차 보급이 급격히 늘어난 가운데 이로 인한 화재 또한 잇따르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6월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환경부, 산업부, 국토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 합동의 '전기차 충전 기반시설 확충 및 안전 강화 방안'을 확정했다.
여기에는 ▲ 안전성이 우수한 전기차 보조금 추가 지원 ▲ 전기차 화재 진압장비 확충 ▲ 화재예방 기능이 강화된 충전기 확충 등의 방안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충전기가 설치된 지하 주차장에는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지하 주차장 3층까지만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게 했다.
충전설비의 방진·방수 보호 성능도 강화하고, 비상 전원장치 설치를 의무화했다.
지난 6월 24일 경기 화성의 일차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 화재 이후에는 전지 화재, 산업단지 지하 매설물, 원전·댐·통신망, 전기차 충전소 안전관리를 '대규모 재난 위험요소 4대 분야'로 선정해 문제를 찾고 개선하도록 했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지난달부터 민관 합동으로 지하 전기차 충전기와 주변에 대한 전기안전 및 화재 진압을 위한 소방 여건을 점검 중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무색하게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있던 벤츠 EQE 차량에서 불이 나 주변으로 옮겨붙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공포와 우려가 급격히 커졌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전기차 안전을 강화할 다양한 방안을 두루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지하 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시설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한 만큼 지상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를 유도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다만 현행 규정상 지상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설치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식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 등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관용 전기차 충전기를 지상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기차 화재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충전이 다 된 후에도 계속 충전되는 과충전이 지목되는 만큼 이를 방지할 수 있게 장치 보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현재 전기차 충전기의 98% 이상을 차지하는 완속충전기는 급속충전기와 달리 충전기 자체에서 과충전을 막을 수 있는 전력선통신(PLC) 모뎀이 장착돼 있지 않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PLC 모뎀을 단 '화재예방형 완속충전기'에 모뎀 가격에 상응하는 40만원을 '전기차 배터리 정보 수집 등을 위한 장치비' 명목으로 추가 지원하고 있다.
이에 연초 PLC 모뎀 장착 완속충전기가 출시돼 이제 막 보급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신규 설치는 물론, 기존의 완속충전기를 PLC 모뎀 장착 제품으로 바꿀 수 있게 지원하는 식으로 보급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 장치를 보급하는 것은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충전율이나 충전시간을 제한하는 식으로 단기 정책을 추진할 수도 있다.
완충된 차는 그렇지 않은 차보다 화재 발생 시 파급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시는 다음 달 말까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해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만 출입할 수 있도록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일 불이 났던 벤츠 EQE에 중국 파라시스의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조사되면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는 차량의 크기와 무게, 최대 출력, 전비, 배터리 용량 등만 안내한다
유럽은 2026년부터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소비자에게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우리 정부도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차량 제원 안내에 포함해 공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국내 완성차 제조사와 수입차 업체 간 이견이 있는 만큼, 오는 13일 국내 완성차 제조사 및 수입사와 함께 전기차 안전 점검 회의를 열어 이에 대한 입장도 듣기로 했다.
이외에도 배터리 정보 공개 여부에 따라 구매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등 모든 방안을 논의 선상에 놓고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은 다음 달 초 나올 예정이다.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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