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콘서트장 안에 있는듯 … 입체 사운드 영화관 뜬다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2024. 8. 1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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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에 관객 뺏긴 극장가
음향 특화관으로 승부수
롯데시네마 '광음시네마' 인기
메가박스 '돌비 시네마' 확대
CGV도 체험형 '4DX'로 가세
지난달 31일 CGV가 특별 상영관을 통해 단독 개봉한, 블랙핑크의 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 '본 핑크 인 시네마'. 웅장한 입체 음향으로 실제 공연과 같은 분위기를 냈다. CGV

지난 7일 오전 서울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이 시작되자 크고 웅장한 소리가 상영관 전체를 감쌌다. 자동차 추격전에서는 차가 빠르게 달리며 내는 드래프트 소리가 차의 움직임을 따라 긴박하게 극장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움직였다. 데드풀과 울버린의 협동 전투 신에 접어들자 저음역대 베이스음이 더욱 입체적으로 풍부하게 울려 퍼지면서 온몸에서 느껴질 정도의 강한 진동이 장면에 대한 몰입감을 한껏 높여줬다. 롯데시네마가 지난 4월 처음 선보인 음향 특화 상영관 '광음시네마'다.

광음시네마는 롯데시네마가 우퍼 사운드 시스템을 토대로 일반 스피커로는 재생할 수 없는 저음역대 소리까지 구현해 깊은 베이스음을 강화한 특별 상영관이다. 폭발이나 추격, 전투 등 장면이 등장하는 액션·블록버스터 영화에 최적화된 사운드다. 스피커 배치나 입체 음향 정밀 보정을 거쳐 사각지대 없이 풍부한 음역대의 소리를 서라운드로 들을 수 있다. 현재 광음시네마는 경기 수원점과 홍대입구점에서 운영 중으로, 향후 시범 운영을 거쳐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특수 음향을 통해 영화의 몰입감을 극대화해주는 음향 특화 상영관이 극장의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대항해 극장 스케일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 입체적인 사운드로 스크린 너머의 공간감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는 영화가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초대형 TV나 고화질 빔 프로젝터 등 화면은 상당한 발전을 이뤘지만, 공간을 채우는 입체 음향은 홈시네마가 따라잡기 어려운 극장 고유의 강점으로 꼽힌다.

'탈주' '파일럿' '데드풀과 울버린' '슈퍼배드4' 등 지난달 개봉한 주요 영화들은 모두 이런 음향 특화 상영관을 겨냥해 제작됐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국내 '빅3' 영화관은 이처럼 음향 효과를 강화한 특별 상영관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돌비 애트모스'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오디오 기업 돌비 래버러토리스가 개발한 몰입형 음향 기술로, 영화 속 소리의 움직임을 3차원 공간에 구현해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각각의 사운드 요소들이 공간을 생동감 있게 채우는 덕분에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실제 상황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돌비 래버러토리스에 따르면 돌비 애트모스가 적용된 국내 프리미엄 사운드 상영관은 영화관 3사를 통틀어 현재 224개까지 늘었다.

메가박스는 여기에 더해 최근 '돌비 시네마'까지 확대하고 있다. 돌비 시네마는 돌비 애트모스와 함께 수십억 단위의 컬러 팔레트를 통해 장면의 색상·대비를 실제같이 구현하는 하이다이내믹레인지(HDR) 영상 기술 '돌비 비전'이 적용된 2D 특별 상영관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2023), '더 배트맨'(2022) 등 특별 상영도 이어가고 있다. 메가박스는 2020년 서울 코엑스점을 시작으로 지난달 1일에는 경기 하남스타필드점에 국내 여덟 번째 돌비 시네마를 오픈했다.

한때 프리미엄 영화로 주목받았던 3D 영화가 저문 가운데 입체 영상이 눈을 피로하게 하는 3D 영화와 달리 편안하게 듣기만 하면 되는 프리미엄 사운드 영화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관객 선호도도 상당히 높다.

물론 극장 전체로 보면 일반 상영관 수가 더 많지만, 프리미엄 사운드 상영관은 좌석점유율에서 일반 상영관을 크게 앞서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메가박스에 따르면 지난 2월 개봉한 '듄: 파트2'는 개봉 후 첫 2주간 돌비 시네마에서 좌석점유율 36.2%를 기록했는데, 이는 일반 상영관(12.6%)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 5월 개봉한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의 좌석점유율 역시 개봉 후 첫 2주를 기준으로 돌비 시네마(18.7%)가 일반 상영관(8.84%)의 2배를 웃돌았다. 롯데시네마 광음시네마도 최근 2개월간 일반 상영관 대비 10%포인트 높은 좌석점유율을 보였다.

영화관의 사운드가 강조되면서 공연 실황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특별 상영도 잇따르고 있다. 메가박스는 지난 6월 전국 10개 지점에서 '2024 베를린 필하모닉 발트뷔네 콘서트'를 단독 생중계했다. 지난달 31일 CGV는 세계적인 K팝 걸그룹 블랙핑크가 2022~2023년 세계 34개 도시에서 66회 공연을 펼치며 180만 관객을 동원한 월드투어 콘서트 실황을 담은 영화 '본 핑크 인 시네마'를 단독 개봉했다. 지난 5일과 6일엔 '뿅봉 상영회'를 통해 응원봉을 든 팬들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한국 창작 뮤지컬 '영웅'의 공연 실황을 전하는 '영웅: 라이브 인 시네마'도 오는 2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몰입형 음향 기술은 화면은 2D로 보여주면서 청각·촉각·후각 등 오감을 자극해 영화의 생생한 현장감을 높여주는 '4DX(체험형)' 상영관의 핵심이기도 하다. 모션의자의 움직임과 연동된 입체 음향 덕분에 영화 속 장면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2012년 국내 최초로 상영관에 돌비 애트모스를 도입한 CGV는 음향 등 효과를 극대화한 전국 50여 개 4DX 상영관을 통해 관객들의 생동감 넘치는 관람 경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 한남동의 프리미엄 사운드 영화 전문 극장 '오르페오'도 마니아층 사이에서 인기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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