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간호법 대처에 전공의 측 불만 표출…"저만 심각한가"(종합)
의협 측 "시도의사회장 회의에서 충분히 설명했다" 거듭 반박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의료계가 반대하는 간호법이 이달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 측 대처를 두고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과 임현택 의협 회장이 또다시 맞붙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에서 전날 전남 목포에서 열린 전국시도의사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사실을 알리며 "(회의에)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 박종혁 이사, 채동영 이사도 참석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의사협회의 업무 보고에는 간호법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군요. 저만 심각한가요"라고 적었다.
앞서 여야는 이달 중 진료지원(PA) 간호사 법제화 등을 담은 간호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간호법의 국회 통과가 임박해지자 의사들 사이에서는 의대 증원에 이어 간호법도 막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 위원장이 SNS를 통해 의협의 간호법 대처에 공개적으로 의구심을 표출한 셈이 됐다.
그러자 임 회장은 이날 낮 SNS에 "어제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목포에서 전국시도의사회장단 회의가 열려서 참여했다"며 "현안인 의료농단, 전공의, 의대생 지원책, '간호법' 등에 대해서 집행부가 노력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설명드렸고 시도의사회장님들의 여러 조언도 듣고 협력 요청했다"는 글을 올리며 반박했다.
임 회장과 박 위원장이 온라인에서 대립각을 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 위원장은 지난 6월 SNS에 의협 중심의 의료계 단일 창구 구성 소식을 전하며 "임현택 회장은 뭐 하는 사람이죠? 중심? 뭘 자꾸 본인이 중심이라는 것인지"라고 적었다.
임 회장은 전공의 일부가 모인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서 "의협이 전공의 문제에 신경 끄고 손 뗄까요? 그거 바란다면 의협도 더 이상 개입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도 전해졌다.
지난달 말에는 박 위원장이 온라인에서 공개적으로 임 회장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의협이 의정 갈등에 대응하기 위해 출범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 박 위원장은 "해체가 아니라 중단이라는 대한의사협회. 취소가 아니라 철회라는 정부와 다를 게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대의원회, 시도의사회, 교수, 전공의, 의대생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집행부 산하의 협의체를 지키고자 하는 저의는 무엇이냐"며 "임 회장은 아직도 중요한 게 뭔지 모르겠다면 이제는 부디 자진 사퇴를 고려하시길 권한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간호법 대처를 두고 전공의 대표와 의협 회장이 또다시 갈등하는 상황이 됐다.
현재 임 회장을 포함한 의협 집행부는 간호법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에서는 의협의 대처에 불만이 적지 않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어제 회의에서 특별히 논의되거나, 결정된 게 없다"며 "(간호법 관련해서도) 아무것도 논의를 안 했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의협은 임 회장의 SNS 게시글과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간호법과 관련한 충분한 보고와 논의가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업무보고 문건과는 별개로 구두로 설명했다는 것이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회의에서 (의협의 간호법 대처에 관한) 충분한 질의응답과 논의가 있었고, 임 회장이 답변하면서 세세하게 설명했다"며 "의협과 박 위원장 모두 간호법을 적극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박 위원장의 글은 의협이 반드시 (간호법을) 막아주기를 바라는 요구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용언 의협 부회장, 채동영 이사 등은 박 위원장의 SNS 게시글에 의협이 간호법 저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취지의 댓글을 달아 해명하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간호법 관련해 문건 작성은 없이 구두로 별도 설명까지 있었던 걸로 보고받았다. 보고 문건에 노출시키는 것과 중요하게 보는 건 별개"라며 "업무보고 자료는 작성 없이 구두 보고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했다.
이어 "박 위원장의 포스팅은 협회 공격 의도가 아니라 우회적으로 정부 등에 보내는 메시지로 보고 있다"며 "본인만 심각하다고 말한 건 전공의들은 절대 가볍게 보지 않는 사안이라는 걸 공개적으로 말해준 것"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채 이사 역시 댓글에서 "간호법은 집행부 상임이사회에서 거의 매주 안건으로 올라오고 있고 대응 방법과 진행 과정 등에 대해서도 소상히 설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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