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00명 사망' 가자 학교 공격, 5차 중동전쟁 불 당기나

김하늬 기자 2024. 8. 1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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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바게리 이란 외무장관 대행이 지난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이슬람 협력기구(OIC) 긴급회의에 참석해 "이스라엘의 공격에 합법이고 적절한 대응을 하기 위한 이란의 고유하고 정당한 권리를 이슬람 국가들이 지지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AFPBBNews=뉴스1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 사건으로 제5차 중동전쟁 가능성이 거론되는 와중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학교를 공습해 최소 100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을 향한 국제 사회의 비난이 거세지며 중동의 전운도 짙어졌다.
이스라엘군, 지난달에만 가자 학교 17곳 표적 삼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내 다라즈지역의 알타비인 학교를 공습해 최소 100명이 사망했다. 이 학교는 가자지구 내 다른 학교들처럼 전쟁 이후 피란민들의 대피소로 사용돼왔다.

특히 이슬람의 아침 기도 시간에 공습이 자행되면서 피해자가 많았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사망자의 대다수가 여자와 어린이, 노인으로 전해진다. 가자지구 정부 대변인은 "이스라엘 점령군은 새벽 기도하던 피란민들을 겨냥해 폭격했다"며 "우리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집단 학살과 인종 청소"라고 규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학교 공습은 하마스와 휴전 협상 재개를 위해 대표단을 중재국으로 파견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이뤄졌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8일에도 가자지구 지구 학교 두 곳을 폭격, 18명 이상이 숨진 바 있다.
지난 8일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동부 지역을 비우라는 이스라엘군의 대피령에 따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다시 짐을 싸들고 서쪽으로 피난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와의 전쟁이 계속됨에 따라 동·서 대피령을 번갈아 발동해 팍팍한 주민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새 지도자가 된 야흐야 신와르를 '신속히 제거'하기 위해 가자 작전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AFPBBNews=뉴스1

백악관 "민간인 사망자 깊이 우려"… 해리스 휴전 필요"
이스라엘의 공격이 과도하다는 비난이 거세다. 유엔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표적으로 삼은 학교는 지난달에만 무려 17곳, 희생자 수는 163명에 달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최근 이스라엘의 학교 공습에 대해 "전개되는 패턴에 공포를 느낀다"며 "이런 공격이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연이은 이스라엘의 공습에 아랍 국가는 물론 미국, 유럽 등도 규탄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는 모양새다. 가자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미국도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차기 대선 주자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이번 공습에 대해 "다시 너무나 많은 민간인이 죽었다"면서 "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악관도 성명으로 "이번 학교 공습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데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이스라엘 당국에 해당 공습과 관련한 세부 정보를 요청한 상태"라고 선을 그었다.

주제프 보렐 EU(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도 SNS를 통해 "학교 공습 사진을 보고 경악했다"면서 "지난 수 주 동안 최소 10곳이 공격받았다. 이런 대학살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영국 외무장관인 데이비드 래미는 "이스라엘은 국제 인도법을 준수해야 한다. 즉각적 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00일 넘게 이어지던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이 중동전쟁 가능성으로 확대된 건 지난달 31일 이란 테헤란에서 벌어진 하마스 정치국장 암살사건 때문이다. 이란은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이스라엘에 보복을 천명한 이란의 행보가 변수다. 이란은 5일에 이어 9일에도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군사기지를 공격하면서 국지성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녀는 가자지구의 한 학교 건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많은 민간인이 숨진 데 대해 "너무 많은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비난하며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을 촉구했다./AP=뉴시스

이란도 '원치 않는 전쟁', 보복 수위 촉각
일각에서는 새로 선출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원치 않는 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보복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가자지구 전쟁이 중동전쟁으로 확전되면 이란 경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에 대해 추가 경제 제재 카드로 압박한 상태다. WSJ은 "(미국이 이란 측에) 보복 공격 시 이란 정부와 경제에 파괴적 타격이 있을 것이란 메시지를 보냈다"며 "경기 침체로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일 여력이 없는 이란 입장에선 영향력이 큰 메시지"라고 보도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정말로 이 지역에서 전쟁과 불안정을 막고 싶다면 이를 증명하기 위해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와 지원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학살과 공격을 중단하고 휴전을 받아들이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은 공식적인 규탄과는 별개로 이스라엘에 대한 군비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 국무부는 지난 4월 의회가 승인한 대 이스라엘 안보 지원 예산 중 35억달러(약 4조8000억원)를 집행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첨단 무기 시스템과 기타 장비를 구매하는데 해당 자금을 이용할 수 있다. CNN은 "이스라엘이 당장 35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무기를 지원받는 것은 아니다"며 "이스라엘이 해당 자금을 이용해 현재 제작 중이며 몇 년이 지나야 인도될 가능성이 있는 시스템을 조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미국 정부는 3년 동안 중단했던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공격용 무기 수출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에 대한 공격용 무기 수출 금지 조치를 해제하겠다는 결정을 최근 미국 의회에 보고했다. 이에 따라 무기 판매가 이르면 내주에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군사력 부문에서도 운신의 폭이 넓어지게 된 셈이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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