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지역언론 "尹 본심, 수도권 일극체제냐" 비판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해 8만호 신규택지, 서울·수도권 42만호 이상 주택 공급
지역언론, 지역 소외시킨 '수도권 초집중' '수도권 일극체제' 정책 비판
부산일보 "지방소멸만 부추겨", 매일신문 "서울만 있고 지방은 없다"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정부가 급등하는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서울과 인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8만호 규모의 신규택지를 공급하는 등 6년 간 서울과 수도권에 42만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지역언론에선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이른바 '8·8 부동산 공급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수도권 신규택지 공급 물량을 올해 5만호, 내년 3만호 등 총 8만호 규모로 확대하기 위해 서울과 인근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한다.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 그린벨트를 전면 해제하는 일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이번 정책에 따라 향후 6년 간 서울과 수도권에 총 42만7000호 이상의 주택과 신규택지가 공급될 예정이다. 재건축·재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재건축·재개발 촉진법(가칭)' 제정도 추진한다.
정부의 '8·8 주택공급대책' 발표 직후 지역언론에선 이번 정책이 철저히 지역을 소외시킨 '수도권 초집중' '수도권 일극체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방침과 달리 정책이 꾸준히 수도권으로 쏠려 지방 소멸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부산일보 “지방소멸만 부추겨”, 매일신문 “서울만 있고 지방은 없다”
부산일보는 지난 9일 사설 <수도권 초집중 심화해 지방소멸 부추길 부동산대책>에서 이번 정부 정책은 “수도권 초집중과 지방소멸만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부산일보는 “이미 수도권에 GTX 6개 노선 발표에 이어 대규모 주택공급까지 이뤄지면, 인구와 기업이 블랙홀처럼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며 “비수도권과 주택 가격 양극화도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수도권 집중화는 출생률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일보는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들고, 국토의 11.8%에 불과한 좁은 공간에서 과도한 경쟁에 시달리다 보니 결혼·출산마저 버거울 수밖에 없다”며 “수도권 인구는 50.7%를 넘어섰고, 소득과 일자리는 88%나 몰려 있다. 8·8 부동산대책으로 서울 그린벨트에 아파트를 건설하면, '수도권 인구 증가→지방 인구 이탈→수도권 교통난·주택난 심화→교통망과 주택 공급 확대→또다시 수도권 초집중'이라는 악순환만 심화된다”고 진단했다.
부산 지역일간지 국제신문도 같은 날 기사에서 이번 정책을 두고 “정책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 지방이 소외받는다”고 지적했다. 국제신문은 “(정책의) 주된 초점이 서울 인근 그린벨트 해제(8만 가구)와 3기 신도시 재정비(2만 가구)를 통해 21만 가구를 추가 공급, 수도권 전체 물량을 42만7000가구로 늘린다는 데 맞춰졌기 때문”이라며 “수요가 많은 수도권 특성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비수도권이 지나치게 외면을 받는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라고 했다. 이어 “이번 대책 중 지방을 특정한 사안은 미분양 해소 방안 밖에 없다”고도 했다.
대구·경북 지역일간지 매일신문도 지난 9일 신문 1면 기사 <국민 주거안정 대책…서울만 있고 지방은 없다> 첫 문장에서 “정부가 지방 사정은 외면한 채 서울 사람들만 생각하는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비판했다. 매일신문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부동산 수요가 들끓고 있는 반면,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방은 아파트 미분양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수도권에만 초점을 맞춘 공급확대 정책을 들고나왔다”며 “윤석열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이 결국 속 빈 강정이라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대전일보도 같은 날 사설을 내고 “벌써부터 수도권 집중과 비수도권과의 양극화 심화, 지방인구 소멸 가속화 등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린다”며 “지방의 부동산 경기 부양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고 했다.
미분양 사태 대책에도 실효성 의문, 영남일보 “수요 대책 빠져” 지적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 지방 미분양 보증 등 지방 미분양 사태 등에 대한 대책도 일부 나오고 있지만, 실효성을 두고는 의문이 제기된다. 9월 중 출시 계획인 CR리츠는 시행·시공사와 재무적 투자자들이 투자한 리츠(REITs·부동산투자사)가 지방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임대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CR리츠가 미분양 주택을 운영하는 동안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취득세·종부세를 지원하고, CR리츠가 미분양 주택을 담보로 대출 시 조달 금리를 낮출 수 있도록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모기지 보증 가입을 허용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대구·경북 지역일간지 영남일보는 9일 1면 기사 <미분양 'CR리츠' 수요 대책 빠졌다>에서 “대구에만 미분양 물량이 1만호 가까이 적체된 데다 수요가 위축돼 있어 임대 기대수익이 낮은 지방에 투자할 CR리츠가 과연 있겠냐는 회의적 반응”이 나온다며 “실질적 수요를 확대할 금융·세제지원 등 수요 촉진 정책이 빠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매일신문도 같은 날 기사 <철 지난 'CR리츠' 대책 재탕…도산 위기 업체 호흡기 달아준꼴>에서 “CR리츠는 정부가 지난 6월 경제장관회의 의결을 통해 내놓은 '국민소득 증진과 부동산 산업 선진화를 위한 리츠 활성화 방안'에 담긴 내용의 재탕”이라고 지적하며 “부동산 업계에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공급자 중심일 뿐 시장의 최종 종착지인 소비자가 지갑을 열도록 할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가균형발전? “입으로만 외칠뿐 정책은 정반대”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운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충청권 지역일간지 '충청투데이'는 지난 9일 1면 기사 <수도권 42만호 대규모 주택공급…지방소멸 위기 생각 안했나>에서 “지역사회에서는 매 정권마다 반복되는 수도권 중심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며 “앞서 수도권 집중화 논란이 야기된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과거 문재인 정부부터 추진된 3기 신도시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이 꼽힌다. 특히 3기 신도시는 현 정부 들어 유보지 활용 등 토지 이용 효율화로 3만호를 확충, 이날 정부 발표에선 2만 호를 추가하기로 하면서 더욱 확대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충청투데이는 “이밖에도 현 정부에선 수도권 신도시를 겨냥한 대대적인 정비사업과 GTX 등 각종 사회적간접자본의 수도권 집중 양상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일각에선 지역 균형발전과 수도권 집중화 현상의 억제 차원에서 마련된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부산일보도 사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입으로만 외칠뿐, 정책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수도권의 기형적 확장'으로 지방소멸을 재촉하는 정부의 '지방시대' 구호가 의심스럽다”며 “이참에 윤 정부의 철학과 본심이 '국가균형발전'인지, '수도권 일극체제'인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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