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한 우물만 판다 … 인도·브라질 신시장 진출 채비
K뷰티 수출액 20%가 코스맥스 제품
한류 바람타고 올 매출 3조 돌파 기대
지속적인 R&D 투자가 고속성장 비결
혁신제품으로 화장품산업 발전 도울것
"화장품은 과학입니다. 아름다움이 어디에서 연유되는지 파악하고 더 풍부한 아름다움을 창조하려면 사람과 제품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전 세계에서 K뷰티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동남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화장품 강국'들까지 K뷰티에 열광한다.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 금액은 48억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기존 강국인 프랑스 화장품의 수출 물량을 넘어 한국이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한국 화장품이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배경에는 뼈를 깎는 혁신을 거듭해온 글로벌 1위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코스맥스가 자리하고 있다. 33년 전 46세 나이로 직장을 박차고 나와 맨땅에서 회사를 일궜던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78)은 1992년 일본과의 기술 제휴로 '한국미로토'를 설립한 지 2년 만에 회사를 자체 기술개발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코스맥스'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30년간 연구개발을 기반으로 성장을 거듭하며 화장품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젤 타입 아이라이너, 쿠션 파운데이션, CC크림, 립틴트 등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킨 제품들이 코스맥스의 대표작이다.
이 회장은 최근 경기도 판교 코스맥스 사옥에서 매일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만든 화장품을 사용한 고객들이 수출을 활발하게 하고 있으니 결과적으로는 우리도 수출에 기여한 것"이라며 웃었다.
올해 상반기 K뷰티 수출액은 48억1000만달러(약 6조500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맥스는 국내외 1500여 고객사에 3300억원 규모로 수출용 제품을 공급했다. 통상 고객사가 공급가의 4~5배 가격으로 제품을 수출한다고 보면, 사실상 코스맥스가 K뷰티 수출액의 2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 코스맥스 매출은 창립 이래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2020년 매출 2조원을 넘어선 이후 단 4년 만에 이룬 성과다.
그는 "올해는 코스맥스와 화장품 업계에 주어진 세 번째 기회"라며 "아이디어가 있고 몸집이 가벼운 온라인 위주의 신규 브랜드가 전 세계에서 생겨나고 있고 한국 상품을 세계인이 애용하게 되면서 관광객들의 주요 구매 품목이 화장품이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가 코스맥스가 맞이한 세 번째 기회라면 앞선 두 번의 기회는 언제였을까. 이 회장이 꼽은 첫 번째 기회는 2000년대 초반 화장품 유통이 더페이스샵 등과 같은 '원 브랜드 숍'으로 변화한 시점이다. 그는 "단일 브랜드 화장품 매장이 생기고 가격 거품이 빠지면서 한국 화장품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화장품이라는 글로벌 경쟁력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두 번째 기회는 20여 년 전 중국 등 글로벌 수주 물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2004년 코스맥스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인 로레알과 납품 계약을 하고 글로벌 화장품 시장이 요구하는 기준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같은 해 코스맥스는 아직 만개하기 전이던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현지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이후 중국 화장품 시장은 엄청나게 성장했고, 코스맥스는 현지 브랜드 상위 10개 회사 중 8개 회사와 거래하며 큰 도약을 이뤄낼 수 있었다.
이 회장이 꼽는 K뷰티와 코스맥스의 공통적인 저력은 '혁신'이다. 혁신적인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이 연구다. 코스맥스의 글로벌 연구개발 인력은 1100명을 넘는다. 이 회장은 "화장품 컬러 자체가 갖고 있는 아름다움도 존재하지만 피부 톤이라든지 피부의 건강 상태 등도 '건강미'라는 아름다움"이라며 "이 때문에 화장품 산업에서는 사람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올해 그룹 내 생물 자원 활용 역량을 총망라한 '코스맥스 바이오 파운드리'를 발족한 것도 이 같은 믿음이 바탕이 됐다.
이 회장이 주목하는 시장은 어디일까. 그는 "인구가 늘면서 성장 가능성도 높은 나라"라며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중동, 러시아, 나이지리아 등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주춤했던 중국 시장도 회복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이 회장은 "중국이 세계 1위 화장품 시장이 될 시점이 머지않았다"며 "올해 코스맥스 중국 매출은 10%대 이상 성장을 보일 것이고, 투자도 더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다각화 계획에 대해 묻자 이 회장은 "화장품이라는 한 우물을 지속적으로 파겠다"고 말했다. 그는 "화장품 제형이나 원료 등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개선할 부분이 많고, 인도 등 새로운 시장에도 진출해야 한다"며 "아직은 다른 데 한눈을 팔 시간이 없다"며 웃었다. 이 회장은 "K뷰티와 한국 화장품은 젊은 층으로부터 환영받고 있고, 이들이 성인이 되면 고정 고객이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한국 화장품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면 앞으로는 세계 화장품 시장 발전에 기여하는 코스맥스가 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경수 회장
△1946년 황해도 송화 출생 △1970년 서울대 약학과 졸업 △1973년 동아제약 마케팅팀 입사 △1976년 합동통신(현 오리콤) 기획국 △1981년 대웅제약 마케팅 전무 △1992~2009년 코스맥스 사장 △2009년~현재 코스맥스 회장
[이새봄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현대家 며느리’ 리디아 고, 끝내 눈물 쏟았다…올림픽서 전무후무한 대기록 - 매일경제
- “진정한 유부초밥 됐다” 조국 딸 조민, 명동성당서 결혼식…누가 왔나 봤더니 - 매일경제
- “보기 민망했는데 다시보니 섹시하네”…2030 파고든 K애슬레저룩, 고속성장 - 매일경제
- “술집에 베트남 여성분들이…안타깝다” 유인나 깜짝 놀란 사연 - 매일경제
- 박지원 “5천만명이 김경수 복권 반대해도 한동훈은 반대할 자격 없어” 왜? - 매일경제
- “7인 가족이 무주택으로 15년을 버텼다”…20억 로또 만점통장 속출에 시끌 - 매일경제
- “후쿠오카 여름휴가 포기했다” 한국 직장인들 멘붕…일본 대지진 우려에 여행취소 속출 - 매
- “호감 느낀다, 사귀자” 사장님 고백 거절했더니 “짤렸다”…갑질에 우는 中企 직장인들 - 매
- “월요일 오후엔 스벅으로” 사이렌오더 5억건 돌파 기념 3주간 반값 할인 - 매일경제
- 안세영 원하는 중국 “이제 22살…귀화 좋은 선택” [배드민턴]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