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우물 안 차별화’···특검법은 안 하고, 김경수 복권에 반대
당원들 반발에 기대 대통령과 차별화
친윤계 “대통령 엿먹으란 얘기” 반발
현기환·원세훈은 괜찮나, ‘선택적 반대’ 지적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오른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에 반대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의 권한은 존중한다면서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으로 확전은 경계하는 모습이다. 국민 다수가 원하고 윤 대통령과 차별화의 바로미터로 인식되는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발의는 기약없이 미룬 채, 보수 당원들이 호응하는 사안에서 ‘우물 안 차별화’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표는 지난 주말 측근들을 통해 김 전 지사 복권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언론에 전했다. 한 대표가 “민주주의 파괴 범죄를 반성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정치를 하라고 복권해주는 것에 공감하지 못할 국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한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11일 통화에서 “김 전 지사는 여론 조작에 앞장섰던 사람인데 판결 후에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적이 없다”며 “이런 분이 다시 정치에 돌아와 공공선을 얘기하겠다는 건 진짜 코미디”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일 때부터 김 전 지사 사면과 복권에 반대했고, 이번 심사 과정에서도 여당 대표로서 대통령실에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는 사실이 함께 전해졌다.
친한동훈계는 박상수 대변인이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협치는 ‘김경수 복권’이 아니라 정책을 통해야 한다”고 적는 등 한 대표를 지지했다. 2017년 대선 후보로 김 전 지사가 연루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피해자 격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SNS에 “(김 전 지사 복권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대표 측은 윤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할 생각은 없다며 ‘윤·한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게 관리하는 모습이었다. 한 대표 측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이 결정하고 나면 어쩔 수 없다”며 “다만 그 전에 부글부글하는 당원들 의견을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직접 입장을 내지 않는 것도 갈등으로 비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한 대표가 보수 진영 내에 갇힌 ‘우물 안 차별화’를 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한 대표가 전당대회 때 약속한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발의가 민심의 눈높이를 반영하는 차별화 방안으로 인식됐지만 당내 반발로 추진하지 못하고, 보수 당원이 용인하는 수준에서만 차별화를 한다는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전날 SNS에 “제3자 특검법을 본인이 먼저 얘기했다가 발 빼는 모양새”라며 “앞으로 그냥 ‘술 안 먹는 윤석열’ 하겠다는 거냐”고 한 대표를 비판했다.
물론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당장 당내에선 사면 반대를 두고도 친윤석열(친윤)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원조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인 권성동 의원은 통화에서 “김 전 지사 복권 반대는 대통령을 무시한 것”이라며 “여권 인사를 사면·복권하면 형평성 차원에서 야권도 하는 게 관행”이라고 말했다. 다른 친윤석열계 인사는 통화에서 “대통령이 김 전 지사 복권을 해도 욕먹고, 안해도 이상한 상황이 됐다”며 “대통령 엿먹으라는 얘기 밖에 안된다”고 비판했다. “여론에만 기대 일을 추진하는 ‘한동훈 리스크’가 쌓이고 있다”고도 했다.
여권 인사들은 괜찮고 김 전 지사만 안된다는 한 대표의 ‘선택적 반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사면 대상에 오른 인사 중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2016년 총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이용해 총선에 관여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을 2012년 대선에 동원한 일 등으로 복역했다. 한 대표는 이들의 사면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권 인사들 혐의도 중대한 게 많다. 여야 정치인 다 안된다면 말이 되지만, 김 전 지사만 안된다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2021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돼 복역하다 2022년 12월 신년 특사로 사면됐지만, 복권은 되지 않았다. 이에 2027년 12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됐다. 이번에 복권돼 피선거권이 회복되면 오는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게 된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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