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복권 후폭풍’ 관리하려는 이재명…친명계에서는 경계심도

박용하·이유진·손우성 기자 2024. 8. 1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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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지난 1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대법관 임명동의안 투표를 마친 뒤 박찬대 원내대표와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을 자신이 직접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의 복권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당내의 분열 문제를 사전에 관리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 측 핵심관계자는 11일 통화에서 “(지난 4월29일 영수회담을 앞두고) 대통령실 측이 김 전 지사의 복권에 대해 의견을 물어봐왔다”라며 “그에 대해서 우리는 ‘그에 동의하고 건의드린다’는 입장으로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김 전 지사와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를 복권하는 방안을 물어왔고, 이 전 대표가 동의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도 전날 민주당의 ‘8·18 전국당원대회’ 경기지역 경선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직·간접적으로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해 제가 복권을 요청한 바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의 복권 문제는 영수회담 당시 공식 의제로는 채택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당내에선 당시 대통령실이 이 전 대표 측에 ‘대권 경쟁자를 제한해 줄 수 있다’는 제안을 내놨다는 전언도 나왔다. 이 전 대표가 원하면 김 전 지사를 대선까지 복권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같은 제안이 실제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다”며 “우리는 당시 ‘야당의 대선주자는 많을수록 좋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지사 문제에 대한 이 전 대표의 발빠른 대응은 그의 복권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사전에 관리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가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요청했다고 밝힘으로써 당내 계파 갈등의 여지를 없애고 통합과 포용을 강조한 것이다. 여권의 바람대로 김 전 지사 복권이 야권 분열 카드로 활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정부·여당이) 김 전 지사의 복권을 통해 뭔가 대단한 야권의 파란이 일기를 바랐던 것 같은데 현재는 잠잠한 상황”이라며 “오히려 (정부·여당의) 자중지란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지사 복권을 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는 친이재명(친명)계를 중심으로 김 전 지사 복권을 경계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이재명 일극 체제’가 확고해진 현재로서는 그의 복권이 가져올 파장이 크지 않지만,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가시화하는 등 상황 변화가 생기면 대안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경태 의원은 최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지사가 복권돼도 차기 대권에 대한,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가 사그라들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경계심을 보였다.

강성 친명 당원들의 경계감도 확인된다. 전날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경기 지역 경선에서는 김두관 대표 후보가 대선을 대비하겠다는 취지로 김 전 지사 등 민주당의 잠재적 대권 주자들을 거론하자 당원들이 야유를 보냈다. 김 후보는 “당 대선 후보를 다변화해서 차기 대선에 대비하겠다는 얘기에 야유를 보내는 것이 정상적인 민주당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전 지사의 향후 행보를 두고는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지금은 전선이 윤 대통령과 민주당 사이에 형성돼 있어 김 전 지사가 이 전 대표와 각을 세우지 못할 것”이라며 “그러나 내년이 되면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이 가시화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김 전 지사도 입장을 밝히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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