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는 시듦병, 닭은 폐사…폭염에 ‘밥상 물가’ 쭉 오를 수도

옥기원 기자 2024. 8. 1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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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긴 기간 장마가 이어지면서 기후변화에 따라 농축산물 가격이 오르는 '기후플레이션'(기후+인플레이션 합성어) 경고등이 커졌다.

폭염으로 인한 시듦병 등으로 농산물 작황이 부진을 겪고, 고온에 취약한 닭들이 집단 폐사하면서 농축산물 가격 상승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기록적인 폭염과 장기간 장마 영향 등으로 생육 부진과 병충해 피해가 발생해 애호박과 오이 가격 강세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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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덮친 ‘기후플레이션’
5일 대구시 달성군 현풍면 손후진(46)씨가 운영하는 산란계 농장에 대형 환기 팬을 틀고 있다. 손후진씨 제공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긴 기간 장마가 이어지면서 기후변화에 따라 농축산물 가격이 오르는 ‘기후플레이션’(기후+인플레이션 합성어) 경고등이 커졌다. 폭염으로 인한 시듦병 등으로 농산물 작황이 부진을 겪고, 고온에 취약한 닭들이 집단 폐사하면서 농축산물 가격 상승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관측연보를 보면, 올 8월 전국 배추 도매가격이 1만6000원(10㎏ 기준)으로 직전 5년간 8월 평균 가격(1만2358원)과 비교해 29.5%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배춧값이 오르는 이유에 대해 전년보다 재배지 면적이 줄었고, 폭염으로 인한 시듦병 등이 생겨 생산량이 줄어든 결과라고 설명했다.

여름철 이상기후는 오이와 애호박 등의 농작물 생육 부진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올해 여름 오이 재배 농가로부터 잎사귀에 구멍이 뚫리는 ‘노균병’ 피해가 많이 접수됐다. 긴 장마와 장기간 높은 습도에 노출돼 노균병이 생길 경우 오이가 제대로 자라지 않아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농수산물식품유통공사 조사 결과 9일 기준 전국 오이 10개 소매가격은 1만4252원으로 전년 8월9일보다 11.1% 올랐다.

애호박 재배 농가들도 올여름 고온으로 인한 발육 장애를 호소하고 있다. 애호박의 경우 적정 생육 온도인 20~25도를 넘어 30도 이상 고온이 이어질 경우 생육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애호박 생산량이 줄어든 결과 지난 9일 기준 애호박 1개 소매가격은 2094원으로 전년 8월9일보다 33.9% 급등했다.

올여름 폭염으로 인한 작황 부진과 재배지 면적 감소 등으로 배추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해 가을 춘천의 한 배추 재배 농가에서 갈색 줄무늬병으로 배추 잎이 누렇게 타들어간 모습. 연합뉴스

실제로 기상청 기후 동향을 보면 지난달 전국 강수일수는 18.3일로 평년보다 3.5일이나 많았고, 평균 최고기온도 29.9도로 평년보다 1도 이상 높아져 병충해에 취약한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기록적인 폭염과 장기간 장마 영향 등으로 생육 부진과 병충해 피해가 발생해 애호박과 오이 가격 강세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순중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폭염과 불규칙한 폭우, 봄철 냉해 등 이상기후가 심화하면서 매해 가격이 급등하는 농산물의 범위가 더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폭염으로 인한 가금류 폐사 피해는 닭고기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닭은 몸 전체가 깃털로 덮여 있고, 땀샘이 발달해 있지 않아 30도가 넘는 고온에선 산란 수가 감소하고 폐사에 이를 수 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대책본부 조사 결과 전날까지 폭염으로 전국에서 가금류 52만6천 마리가 폐사했다. 한국육계협회 조사 결과 가장 많이 사용하는 9~10호(1㎏ 안팎) 닭고기 시세는 10일 기준 4231원으로 전달보다 17% 올랐다. 정부는 브라질 등에서 닭고기 수입량이 증가해 큰 폭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황승준 양계협회 경기도지회 채란위원장은 “여름철 폭염이 더 심해지면 육계 폐사와 산란율 감소 피해가 심화해 닭고기와 계란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국내산 생닭이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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